1.
지난주 토요일(9월 11일), 30도에 근접한 쾌청한 날이었다. 뉴스에 본다이비치 사진이 올라왔다. 해수욕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기마 경찰들이 모래사장을 순찰하던 한 달 전과는 판이한 풍경이다. 조금 억울했고 많이 부러웠다. 그곳은 나의 LGA(지자체)도 아니고, 5Km를 훨씬 벗어나 있다. 나는 불루마운튼과 본다이비치 사이에 끼어 있는 수인(囚人)이다. 산에도 바다에도 못 간다. 그래서 지혜로움(智)과 어짐(仁)이 자꾸 희박해 진다. ‘공황장애’가 뭔지도 조금 이해가 된다. 

그러다가 신문 기사를 통해서 100세를 넘기신 김형석 교수의 질문을 받았다. ‘목사님은 공자를 읽어 보셨습니까?’ 곰곰이 생각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서 봤고, 오가며 이리저리 단편적으로 읽었지만, 완독은 못했다. 그래서 전자책을 다운했는데, 저자 황희경이 쓴 서문에 ‘샤쩡여우(夏曾佑)” 이야기가 나온다. 1912년 스위스에서 귀국한 20대 제자 ‘천인커(陳寅恪)’에게 말한다. “자네는 외국에서 좋은 학문을 많이 배우고 돌아왔으니 정말 축하할 일이네. 난 중국 책만 읽을 수 있고 외국 책은 읽지 못해. 하지만 난 중국 책을 다 읽어 버렸어. 이제 더 볼만한 책이 없다네.” 20대의 천인커는 그 말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70세 되기까지는. 왜냐하면 중국의 옛 책(고전)은 수십 종에 불과했고, 맘만 먹으면 깡그리 다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2.
산과 바다는 커녕, 근처 카페도 못 가는 록다운 때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밥 먹는 일이 주된 업이다. 국수가 먹고 싶어 넷플릭스로 ‘파스타’란 한국 드라마를 봤다. 11년 전 방영된 드라마인데, 공효진과 이선근이 주연이다. 여기서 공효진은 ‘공블리’란 별명을 얻었다. 공이라는 성에다가 사랑스럽다는 ‘러블리’를 붙인 말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아내를 ‘김블리’라 부른다. 록다운 기간 뿐 아니라, 결혼 후 지금까지 하루 3끼를 꼬박 제공해 줬기 때문이다. 국수, 밥, 짜장면, 탕수육, 심지어 라면까지 만들어 준다. 하여튼, 록다운 기간 동안 넷플릭스와 친하게 지내는데, 사실 그게 다 그거다. 드라마나 영화의 특징은 ‘바보상자 신드롬’이다. 재미는 그때 뿐이고, 남는 것은 별로 없다. 괜히 시간만 지나간다. 그래서 이 참에 공자의 논어를 제대로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거두절미하고, 공자의 제자가 물었다. “가난해도 아첨하지 않고, 부유해도 교만하지 않는다면 어떻습니까? 공자가 대답해 줬다. “괜찮기는 하나, 가난한 가운데 즐기고,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하는 것만은 못하다”. 사도 바울이 예수님께 배운 것도 바로 ‘자족’이다. “내가 궁핍하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형편에든지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3. 
나는 자족하기 위해 문화생활을 한다.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며, 하늘의 태양과 달과 구름을 보고, 향기 날리는 꽃 사진을 찍으며, 내 생각을 온라인으로 띄운다. 그러면서 선문답을 시작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뭐지?” 역시 “뭐니 뭐니 해도 머니”다. 그러나 돈은 내가 원하는 대로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요새 가장 뜨거운 곳이 증권시장이다. 어떤 사람들은 지난 1년 반 동안 10배 이상의 이익을 얻었다. 그래서 유튜브를 열면 “어떻게 주식투자를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가득하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나를 ‘존리’에게 이끌었다. 3만 원에 사서 440만 원에 팔았다는 주식투자의 전설. #유퀴즈에 나와서 유재석의 질문을 받았다. “부자는 뭡니까?” “음… 부자는 내가 돈으로부터 독립하는 거예요…” 나는 ‘유레카!’를 불렀다. 유튜브를 더 이상 볼 필요가 없었다. 결국 부자는 ‘자족하는 사람’이다.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삶. 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돈에 눌려 사는 것이 아닌, 주어진 환경에서 자족하며 사는 삶이 최고다. 비록 그 환경이 처참하기 그지없는 ‘지하 감옥’이라 할지라도.

4.
나이아가라 폭포의 캐나다 쪽 해양공원에는 범고래 ‘키스카’가 산다. 그가 수조관 벽에 자신의 몸을 마구 부딪치는 모습이 영상에 떴다. 내부고발자는 이렇게 말한다. ‘해양공원에서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범고래 키스카가 벽에 머리를 부딪치는 것을 관찰했다. 이 잔인함은 끝나야 한다”. 범고래는 높은 지능, 뛰어난 신체 능력, 무리 지어 다니는 습성을 가진, 바다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다. 영어로는 “Killer Whale”. 길이 9.8미터, 몸무게는 10톤에 근접한다. 물론 그보다 더 엄청나게 큰 ‘대왕고래’도 있다. 27미터 길이에 160톤까지 나간다. 그럼에도 별다른 무기가 없는 범고래가 최고의 포식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지능과 사회성을 가지게 진화했기 때문이다…라고 나무위키는 전한다. 

5.
우리는 지금 최고로 삼엄한 록다운을 경험 중이다. 죽을 지경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종말의 공포”가 휩쓸고 있는 현 상황에서, 록다운은 오히려 축복의 기간이다. 우리가 소원하던 모든 것(돈, 가족, 친구들)과의 관계가 끊겨져도, 거뜬하게 살아남는 방법을 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그 비법을 가지고 있는가? 나는 몇 개 안 되는 고전(Classic Books)에서 찾는다. 자족하는 삶을 가르쳐 주는 논어를 보고, 성경도 읽는다. 그 중에는 내 아버님 말씀도 포함되어 있다. 내가 30대쯤부터 아버님이 말씀하셨다. “자유롭게 살아, 재미있게 살아!” 60 중반을 넘기면서 비로서 그 말뜻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10월 말이면 열릴 ‘해방의 날’을 기다린다. 그때쯤 이면 “돈 밖에 모르는 이 잔인한 세상”에서, 좀 더 불혹(不惑)하고, 지천명(知天命)하며, 자족(自足)하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소망을 가지고. 그 때쯤이면 본다이비치도 가고, 불루마운튼도 가고, 비행기타고 한국도 갈 수 있다는 소망을 가득히 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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