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모리슨 총리와 국민당 대표인 바나비 조이스 부총리(왼쪽)

“기후변화가 우리의 생활과 경제에 실존적인 위협(existential threat)을 주고 있다는 증거가 더욱 분명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주 허리케인 아이다가 강타한 수해 피해 지역을 방문하며 한 말이다. 허리케인 아이다는 많은 인명 피해(최소 46명 이상 사망)와 막대한 재산 손실을 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서 빈번해진 극단적인 기상이변의 원인이 기후변화 때문임을 분명히하면서 다음 주 유엔총회 연설과 쿼드(Quad: 미국, 호주, 일본. 인도) 정상회의에서도 기후변화를 주요 아젠다로 다룰 예정이다.  
  
미국에서 올해 여름철에만 1억명 이상이 극단적인 날씨로 고통을 받았다. 11월 글래스고 기후총회(Glasgow climate conference)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로 결정했고 다른 나라들도 움직이도록(대응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국 방문을 앞둔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의 고민이 커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이제 호주가 행동으로 기후변화 대책을 보여주지 않을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눈에 모리슨 총리는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 회의론자이거나 대응을 게을리하는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다.
 
호주는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 영국과 함께 ‘오커스(AUKUS) 안보파트너십’을 16일 체결했다. 안보 이슈와 함께 중요한 기후변화 아젠다에서 호주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한 두 동맹국들과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지는 점차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호주에서 10-11월 코로나 록다운이 완화되면 스콧 모리슨 총리는 보건과 경제 이슈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주 그는 “호주가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다음 단계는 어려울 것이다. NSW에서, 다음으로 빅토리아주에서 상황 변화를 목격할 것이다. 규제가 완화되면서 두 주의 병원 특히 중환자실이 큰 압박을 받을 것이다. 감염자수 증가도 큰 도전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번의 기술적 불황(another technical recession)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코로나 위기 외 모리슨 총리는 11월 글래스고 총회를 앞두고 호주의 기후정책 재조정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가 호주의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호주의 가장 중요한 우방이자  동맹국인 미국이 호주 정책의 변화를 지켜보며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주 호주-미국 정상의 통화에서 기후변화는 거론되지 않았다. 아프간 철수, 70주년을 맞는 ANZUS조약, 24일 워싱턴에서 열릴 쿼드 정상회의(QUAD meeting)에 대화가 집중됐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이번 주 워싱톤에서 열리는 호주-미국 외교국방장관(2+2)회의 AUSMIN에서 아젠다 중 하나다. 이어 24일 열리는 4개국(호주 미국 일본 인도) 쿼드 정상회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모리슨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기후정책을 설명할 기회를 갖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리슨 총리에게 2030년 감축 폭표 상향 조정과 가능한 조기에 2050년 넷제로 선언을 하도록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가 타깃을 능가했다고 자부심을 갖는다면 왜 목표를 상향 조정하지 않는가라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모리슨 총리는 호주의 기후정책을 강화하라는 미국의 압박과 기후변화 대응에 미온적인 입장인 연정 파트너인 국민당(the Nationals)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됐고 운신의 폭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16일 오커스 안보파트너십 출범으로 그 폭이 더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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