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즐랜드 카불처 딸기농장통해 ‘농업의 중요성’ 재인식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계획하는 한국인들은 주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검색하는 것에서부터 준비를 시작한다. 많은 정보들이 있지만 노란 토끼 캐릭터가 알려주는 워킹홀리데이를 인스타툰으로 스크롤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호주 워홀 일상 인스타툰 작가 ‘박하’, 그녀는 누구인가?
 
 ‘박하정’이라는 본명에서 시작된 별명 ‘박하’를 사용하는 그녀는  퀸즐랜드주의  ‘카불쳐(Caboolture)’에서 딸기 픽킹을 하며 인스타툰을 연재하고 있다. 카불쳐는 워홀러들에게 ‘악명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유독 앞니의 크기가 크고 튀어나온 탓에 본인을 닮은 ‘토끼’ 캐릭터를 앞장세워 호주 워홀러의 현실을 그려내고 있다. 농장에서 쉽지 않은 육체노동, 타국에서의 생활 등을 모두 그려낸 몸과 마음의 체력은 어디서부터 온 것인가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았다.  
 
카불쳐의 딸기 시즌은 6월부터 시작된다. 그 말인즉슨, 9월인 지금이 하이 피크 시즌이라는 것이다. 주 5일, 아침 6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고강도의 육체노동을 해야 한다. 
“카불처에서 딸기를 따다가 너무 힘들어 울면서 한국으로 돌아갔다는 한국인 워홀러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농장에서의 육체노동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딸기는 픽킹이 꽤 까다로운 작물에 속한다.”

 “나는 의외로 농장 일이 잘 맞고, 업무 성적으로도 나쁘지 않다. 재미있기도 하고 하루를 끝내고 돌아오면 뿌듯함도 느낀다”
 
하루 종일 육체노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피로도가 엄청날텐데, 일상을 드로잉하고 인스타툰으로 연재하는 일을 지속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어느 작가분께서 ‘작가님 만화 열심히 봤더니 이제 바로 워홀 다녀와도 될 것 같아요. ‘라는 댓글이 기억난다. 인스타툰을 지속적으로 연재하는 이유는 앞으로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는 분들이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 이유가 가장 크다. 처음 호주에 올 때 블로거, 유튜버 분들이 올려주는 정보가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호주에서의 보내는 나의 청춘을 ‘기록’하는 이유도 있다.”라고 말했다. 

박 작가는 한국에선 좀처럼 한 분야에 정착하지 못하고 디자이너, 공예, 책 콘텐츠 기획 등 여러 일에 도전했다. ‘내가 뭘 잘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찾고 싶었고 그래서 정착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경력은 안 쌓이고, 주변을 돌아보니 자리를 잡아서 안정적인 생활권에 들어간 친구들을 보면서 막막한 마음이 들었다. 인스타툰에서 그렸듯이 탈출구가 필요했고, 도망치듯이 호주로 떠나온 느낌도 있다. 만약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생활하고 있었다면 30세가 넘어서 호주로 오는 결정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포기해야 할 것 들이 적었기 때문에 수월하게 결심할 수 있었다.”

그는 애니메이션 특성화 고등학교를 진학해 2D, 3D 애니메이션 제작, 영상 기획과 촬영, 편집등을 열심히 배웠다. 이후 서울여대에서 콘텐츠 디자인을 전공하며 그림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은 어렵고, 숙제와 같다고 했다. 

“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는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다. 표현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그리면 되니까.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부터 전공으로 그리다보니 부담도 되고, 더 이상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그냥 누가 보던,  뭐라고 하든 말든, 못 그리건 말건 개의치 않는다.  전시회를 하는 것도 아니니까 나만의 공간에 나를 그려내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보면 그림도 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하하)”   

본인의 인스타 툰 중 가장 추천하고 싶은 내용은 ‘나는 농장에 맞을까 공장에 맞을까?’ 편이라고 했다. “코로나가 끝나고 호주로 오게 될 워홀러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내용이다. 나는 고기 공장에서 일주일 만에 도망쳐 나왔다. 하지만 농장은 2년 가까이 일하고 있기 때문에 어디에 잘 맞는지 고민하기에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답은 아니겠지만.”
 
‘기록’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기록의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평소에 사진을 많이 찍는다.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지만, ‘기록’은 남는다. 먼 훗날 나의 호주 생활을 돌아볼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라도 더 기록하려고 노력 중이다. ” 
“ 작년 연말에 아이패드 프로와 펜슬을 일시불로 구매했다. 구매하면서 나에게 걸었던 조건은 ‘그림을 그려서 인스타그램에 연재하기’였다. 거금을 들여서 스스로와 한 약속이기 때문에 멈추지 않고 기록한다”
  
박 작가는 인스타툰 연재를 하면서 생산적인 사람으로 변했다고 했다. “연재를 하지 않았다면 쉬는 날에는 분명 잠을 자거나, 뒹굴뒹굴하면서 지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무언가를 발견하면 그냥 지치지 않고,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겨둔다. ‘나중에 연재할 때 써먹어야지’하면서. 그래서 인스타툰을 연재하기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으면 오늘의 인터뷰도 없을 것 아닌가?”

쉐어생활, 농장 노동자의 삶, 언어의 장벽 등 호주에서 모두가 한 번쯤은 겪어보았을법한 사례들을 귀여운 캐릭터로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는 박 작가의 인스타툰은 많은 구독자들의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나의 취미는 매일 잠들기 전 웹툰을 보는 것이다. 영감을 얻기 위해 보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작가들이 그리는 그림, 콘텐츠들을 보면서 배워가는 것들이 크다. ”

딸기 시즌이 끝나면 블루베리 픽킹을 위해 지역을 이동할 계획이다. 
 “호주에 오니 가장 크게 변한 생각은 ‘너무 늦은 게 아닐까?’, ‘나는 이럴 나이가 아니야.’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공부에 대한 생각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앞서 말했듯이 농장 일이 체질에 잘 맞아서 농업과 관련된 공부를 생각 중이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일을 하며 농업이 얼마나 중요한 분야인지도 깨닫게 됐다. 
가능하다면 호주에서 영주권을 획득하는 것이 목표이다. 쉬운 여정은 아니겠지만. 코로나가 끝나서 한국에 들어가게 된다면, 타투 수업도 들어 보고싶고, 보고 싶은  가족,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너무 기다리고 있다.”

최근에는 ‘제로 웨이스트’ &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이 많다는 박 작가가 한호일보에 그려준 그림이다. 쉽지 않은 농장 생활을 통해서 비전을 발견하고, 끊임없이 그림을 그려내며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웃음을 선물하는 ‘박하 작가’의 연재가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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