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의무화’ 반발 일부 건설업 종사자들 시위 참여  
주정부, 멜번 등 ‘건설현장 2주 폐쇄’ 강경 대응  

21일 멜번 시위

멜번에서 지난 주말 시작된 록다운 반대 시위가 20-22일(월, 화) 이틀 연속 이어지면서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며 폭력 사태가 벌어지는 등 과격 양상을 보이고 있다. 22일(수)도 멜번 도심에서 시위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멜번 시위는 건설 현장 근로자들의 백신 접종 의무화(mandatory vaccinations)에 대한 반발에 불이 붙어 더욱 과격해졌는데 그 배경에 백신반대주의자들(anti-vaxxer)과 극우주의 극단주의자들(far-right extremists)이 가세하면서 시위가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빅토리아 주정부는 9월 23일까지 모든 건설업 종사자들은 최소 1회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도록 결정했는데 일부 건설업 근로자들이 이에 반발하고 있다.

21일 멜번 시위

시행을 앞두고 실시된 건설 현장 실태 조사를 통해 백신 접종 등 요건이 미비된 사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나자 주정부는 멜번, 발라라트(Ballarat),  질롱(Geelong), 미첼(Mitchell)과 서프 코스트(Surf Coast) 샤이어의 건설 현장을 2주 폐쇄하는 강경 조치를 취했다. 
 
팀 팔라스 재무 겸 노사관계 장관은 “건설현장 조사를 통해 절반이 코로나 안전 규정 미비 상태로 공중보건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건설 현장을 폐쇄했다. 지난 이틀 동안 도심에서 난동을 벌인 시위대는 무정부주의 폭도(Anarchist rabble)다. 백신 반대주의자들과 극우주의자들의 음모가 연대해 시위를 주도했다“고 비난했다.  
 
주말 리치몬드에서 경찰과 충돌한데 이어 21일 약 2천명(경찰  추산)의 군중이 멜번의 건설노조(CFMEU) 본부 앞에 집결해 정부의 건설업 백신 의무화와 현장 폐쇄 조치를 성토했다. 

시위대 중 일부는 ‘자유(freedom)’ 글씨가 새겨진  배너를 들거나 ‘접종 반대(f*** the jab)’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가 빅토리아 스트리트를 거쳐 의사당으로 행진하자 경찰은 웨스트 게이트 브릿지(West Gate Bridge)를 차단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가 약 5백명의 경찰과 충돌하며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곳곳에서 폭력 사태가 벌어지자 경찰은 최루탄과 시위 제지용 고무 총탄(rubber pellets)을 발사했다.

쉐인 패튼(Shane Patton) 경찰청장은 “경찰 3명 등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시위대 62명이 체포됐다. 시위 과정에서 폭력 행동을 일삼는 자들은 얼굴을 가린채 신원을 숨기고 행동하는 겁쟁이들(cowards)이며 이들이 난동을 주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경찰에 체포된 시위자

다니엘 앤드류스 주총리는 “지난 이틀동안 우리가 목격한 폭력 시위에는 어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런 무책임하고 폭력적인 집단행동은 바이러스 전염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시위 현장에서 방송 중이던 채널 7의 폴 다우슬리(Paul Dowsley) 기자는 그를 향해 음료 캔이 투척되는 등 봉변을 당했다. 그는 “시위대에게 멱살을 잡혔다. 또 소변이 투척됐고 음료수 캔으로 머리를 맞았다”고 말했는데 그가 머리에서 피를 흘린 장면이 방송됐다.
 
존 세트카(John Setka) CFMEU 빅토리아 건설노조 위원장은 “시위대에 백신 의무화에 반대하는 일부 건설노조원들이 포함됐다. 그러나 전문 시위꾼들(professional protesters)이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일부 술에 취한 멍청이들 때문에 30만여명의 건설업 근로자들이 2주동안 일을 못한채 집에 머물러야한다.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건설노조는 백신 의무화를 지지하지 않지만 백신접종 찬성(pro-vaccination)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 고용주들이 백신 미접종 근로자들의 근무를 불허하는 조치를 지지하지 않는다. 대화와 설득을 통해 자발적으로 접종받도록 권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튜 가이(Matthew Guy) 빅토리아 야당대표는 “앤드류스 주정부의 건설현장 폐쇄로 수십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하게 됐다. 이같은 강경 대응 대신 건설 현장에 신속검사(rapid testing)를  도입했어야 했다. 문제가 있는 현장은 선별적으로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업 단체인 MBA(Master Builders Association)의 레베카 카슨(Rebecca Casson) 빅토리아 지부 대표는 “MBA는 백신 의무화를 지지한다. 현장 폐쇄는 규정을 준수하는 건설업자들에게 큰 타격”이라고 말했다. 

의사당을 방어하는 빅토리아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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