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에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인 이세돌9단을 상대로 4승 1패로 승리를 거두어 화제가 된 것을 많은 분들이 기억할 것입니다. 그 사이에도 인공지능 시스템을 제작하는 기술은 급속도로 발달하여 최근에는 인공지능시스템이 자율적으로 발명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세계적으로 특허 업계에서는 이미 인공지능을 발명자(inventor)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주제가 화두가 되어 왔는데, 최근 호주연방법원은 Thaler v Commissioner of Patents [2021] FCA 879 라는 이름의 재판에서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인정하는 세계 최초의 판결을 내려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습니다.
미국의 인공지능 전문가인 테일러 박사는2019년 9월 17일, “음식물 저장용기 및 개선된 주의를 끄는 장치와 방법(“Food Container and Devices and Methods for Attracting Enhanced Attention”)이라는 PCT국제특허를 출원하였고 호주를 포함한 여러 국가에 특허를 신청하였습니다(호주특허출원 제2019363177호).
테일러 박사의 특허출원서에는 “DABUS, The invention was autonomously generated by an artificial intelligence”가 발명자로 기재되었는데, 다부스(DABUS)란 “Device for the Autonomous Bootstrapping of Unified Sentience”의 앞글자를 딴 말로, 학습을 통해 자율적으로 발명을 하도록 프로그램된 인공지능 시스템입니다.
테일러 박사는 한국, 미국, 영국, 캐나다, 중국, 유럽, 독일, 인도, 이스라엘,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등 전세계 16개 국가에도 동일한 출원을 하였는데, 오직 사람만이 특허출원의 발명자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미 유럽 (EPO), 영국, 미국에서는 거절되었습니다.
호주특허청에서도 사람이 발명자로 명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테일러 박사의 특허신청에 대해 거절결정을 내렸습니다. 호주특허법에서는 발명자에 대해 따로 정의를 내리고 있지 않은데, 이에 호주특허청에서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사전적 의미로 볼 때 발명을 할 수 있는 자는 사람으로 해석되어야 마땅하며 인공지능은 권리를 양도하는 행위를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관련법을 충족시킬 수 없다고 지적하였습니다.
테일러 박사는 호주연방법원(Federal Court of Australia)에 호주특허청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소를 제기하였고, 2021년 7월 31일 호주연방법원의 비치 판사(Justice Beach)는 호주특허청의 결정을 뒤집고 사건을 호주특허청으로 되돌려 보냈습니다.
비치 판사는 판결문에서, “인공지능 시스템이 만들어낸 발명에 발명자의 이름이 필요하다면 누가 발명자가 되어야 하는가? 해당 인공지능을 만든 프로그래머? 인공지능의 소유자? 운영자, 트레이너, 데이터입력자? 아니면 이들 모두? 아니면 그들중 아무도?”라는 질문을 던지며 자율적으로 사고하며 창작물을 고안해내는 인공지능이 현실세계에 이미 실존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나아가, 호주특허법에서는 발명자가 반드시 사람이어야 한다는 명시적인 정의가 없기 때문에 사람이 아닌 것도 발명자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며, “inventor”라는 단어는 일반 agent 명사로 해석될 수 있어 사물(thing)도 발명자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아울러, 비치 판사는 테일러 박사측이 주장한, 소유물에서 기인한 파생물은 소유물의 소유권자가 가진다는 관습법의 일반원칙 (예를 들어, 땅 주인에게는 그 땅에서 수확한 곡물에 대한 소유권이 있고, 소 주인에게는 그 소에서 나온 우유에 대한 소유권이 있음)을 받아들여, 설령 다부스가 직접 권리를 누군가에게 양도하는 행위를 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다부스가 고안해 낸 발명은 다부스의 소유권자인 테일러 박사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제15조1(c)항에도 만족시킬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테일러 박사는 다부스의 소스코드 저작권자로서 다부스에 대한 소유권은 인정 받음).
마지막으로 비치 판사는 공공의 이익과 정책적인 판단이 두루 고려되었다고 밝히면서, 발명자라는 용어가 사람이라는 좁은 의미로만 해석된다면 컴퓨터 과학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시스템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여러 산업분야에서의 혁신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명시하였습니다. 따라서, 법적 용어는 맥락을 고려한 유연한 해석이 필요하며 발명자의 범위를 인공지능까지 확대하는 것은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자 하는 호주특허법의 목적 조항(제2A조)에도 부합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역사적인 이 판결이 호주법원의 최종 입장이 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2021년 8월 27일, 호주특허청은 호주연방법원의 판결에 불복하는 항소를 제기하였습니다. 만약 항소법원 또한 기존의 판결에 동의할 경우 향후 인공지능의 발명에 대한 전세계의 특허출원이 호주로 집중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발명자 인정에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고안해 낸 발명과 사람의 발명을 동일하게 적용할 경우 특허의 진보성 판단에 있어 불공정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인간의 발명능력을 인공지능이 온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 사람보다 우수한 발명능력을 지닌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이 오히려 더 효율적일지, 그리고 과연 어떤 방향이 특허제도의 목적에 부합하는 길인지 여러 의문들이 꼬리를 물고 생겨납니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 논리에만 매몰되어 직무발명 보상이 필요없는 인공지능이 수많은 연구개발 인력을 대체하게 될 우려도 있습니다.
인공지능 발명을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 컴퓨터가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알고리즘과 기술을 개발하는 분야)이나 제약산업 등 많은 분야에서 이미 인공지능 시스템이 폭넓게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시대적 흐름에 맞는 법과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인정함으로써 득과 실 중 어느 것이 더 크다고 보나요? 비치 판사가 판결문에서 언급하여 유명해진 문구를 인용하며 본 칼럼을 맺고자 합니다.
“We are both created and create. Why cannot our own creations also cre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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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태 변호사 (H&H Lawyers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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