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글래스고 기후회의 앞두고 노골적 압박
COP26으로도 알려진 ‘2021(제 26차) 유엔 기후변화회의(United Nations Climate Change Conference)가 약 한 달 후인 10월 31일부터 11월 12일까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Glasgow)에서 열린다. 주최국인 영국이 의장국인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에게 정상회의에 참석해 호주의 기후변화 대응책을 발표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모리슨 총리의 서밋 참석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자유-국민 연립 여당 안에서 회의 불참을 종용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유는 기후변화회의에서 호주 대표가 많은 나라들로부터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글래스고 총회가 가까워지면서 호주 연방 정부 안에서 2050년 넷제로 목표 선언과 관련해 집요하고 강경한 반대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반대 여론의 진앙은 예상대로 연정 파트너인 국민당과 자유당내 강경 보수파 의원들이다. 석탄과 발전 등 탄소배출에 의존하는 자원 관련 산업이 반대 의원들을 적극 후원하고 있다. 이같은 정계와 재계의 코넥션은 호주 사회에서 언젠가는 사라져야할 적폐 중 하나다.
  
반대에 동조하는 재계와 언론계 관계자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언론계 논평 중 9월30일 전국지 디 오스트레일리안(The Australian)지에 게재된 페타 크레들린(Peta Credlin)의 칼럼은 가히 압권인 듯하다. 

“스콧 모리슨은 그의 정부가 정말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보여야할 필요가 있다(Scott Morrison needs to show us what his government really stands for)”는 제목이 붙었다. 

페타 크레들린(Peta Credlin, AO)은 누구인가? 
빅토리아주 법정변호사 출신인 크레들린은 16년동안 연립 정부(존 하워드, 토니 애봇)에서 국방, 통신, 이민, 외교장관의 정책 보좌관으로 활동했다. 애봇 총리와는 더 없이 막연한 관계다. 그의 야당대표 시절(2009년)부터 비서실장을 했고 총리 비서실장(2015년까지)을 역임한 자유당의 핵심 브레인 중 한 명이다.
총리 비서실장 재임시 막강 영향력을 행사했는데 한국 청와대에서 문고리 권력을 쥐고 흔들던 십상시(十常侍)가 연상될 정도로 애봇 총리로부터 절대적인 신임을 받은 책사였다.

호주 보수 논조의 아성인 뉴스코프의 방송 매체인 스카이뉴스에서 평일 오후 6시 ‘크레들린(Credlin)’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여전히 영향력이 상당하다.

칼럼에서 크레들린는 최근 모리슨 총리의 오커스(AUKUS) 3국 안보네트워크 출범을 호평한 뒤 요구사항을 분명히했다.

“호주가 군사적 측면에서 세계 무대의 메이저 리그에 참여해 위상이 커질 것이다. 모리슨이 총리로서 실질적으로 중요한 첫 결정을 내렸다.” 그는 이어 “다음의 중요한 결정이 옳은 것일까 아니면 잘못된 것일까?”라는 질문을 하며 2050년 넷제로 목표 선언을 잘못된 결정으로 아예 규정했다. 

그는 “모리슨이 총리가 됐을 때 최우선 과제는 2019년 총선 승리(자유-국민 연립 3연속 집권)였다. 그후는 무엇인가? 팬데믹 평가에서 그는 호평과 비난이 복합됐다. 펜데믹을 제외하고 모리슨 정부 실제로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What does the Morrison government really stand for?)라는 질문을 던졌다. 크레들린이 듣고자 하는 질문이 바로 이 칼럼 제목이다.

“핵잠수함 확보 계획만으로 내년 5월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  
나라의 절반이 장기 록다운으로 가택연금 상태(intermittent house arrest)에 있다. 유권자들은 록다운 기간을 생애에서 가장 처참한 시간으로 오래 기억할 것이고 이는 총선에서 정부에게 불리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지난 18개월 팬데믹 기간 중 내셔날 캐비넷을 통해 모리슨 총리는 국가 지도자라기보다 위원회 위원장(chairman of a committee)이었다. 국가안보 정책을 책임지는 방식대로 국내정책을 장악해야 한다. 결국 협조적이지 않은 노동당 주총리들과 싸울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내셔날 캐비넷에서 주총리들이 백신 접종률 70%에 록다운을 종료하고 80%면 주경계 봉쇄에 합의를 발표했다. 그러나 서호주와 퀸즐랜드 주총리는 여전히 코비드 제로 정책을 고수하면서 보건 독재자(health authoritarianism)로 군림하고 있다. 호주 유권자들은 단합(unity)를 포기하는 총리를 재선출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크레들린은 모리슨 총리에 대해 우려감을 보이면서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모리슨은 팬데믹 대응에서 자유에 앞서 안전(safety before freedom)을 중시하는 대중 의견을 따랐기 때문에 다음 선택에서도 올바른 것보다 인기 위주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록다운 해제에 반대하는 주총리들과 싸우기보다 ‘넷제로 목표’를 선언할 수 있다.  
그는 내셔날 캐비넷의 합의를 지키지 않는 주에 연방 예산 할당 중지하고 주경계 봉쇄는 대법원 상고로 대처해야 한다. 11월 글래스고 기후총회는 참석해서 얻을 것이 없다.“

만약 크레들인이 제시한 방법론을 모리슨 총리가 선택한다면 뉴스 코프를 비롯한 보수 미디어들이 지지의 목소리를 보탤 것이 분명하다. 그런 전례를 연방과 주정부 관계에서 너무 빈번하게 목격해 왔다. 참 질긴 코넥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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