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년 경력 토대로 멜번서  활동 
“호주의 강렬한 빛에 매료돼”
“영화는 무한 장르..  질리지 않고 계속 작업 가능” 

멜번의 1인 영상 프로덕션 ‘민트-디(Mint-D)’의 대표인 강루 감독, 민트색과 향기, 민트 사탕을 좋아하는 그를 통해 멜번에서 영화만드는 이야기를 들었다. ‘민트-디’는 한국에서 영상작업을 함께 하던 친구의 닉네임에서 따왔다. 

“호주의 빛은 강하고 거대하다. 한국과는 다른 이국적인 배경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강렬한 빛을 영상 감독의 눈으로 카메라에 담고 싶다고 생각했다.” 
대자연의 나라인 호주에서 빛을 담기위해서 도전을 하고 있는 강 감독은 멜번에서 1인 영상 프로덕션을 창업했다. 

강루 감독 (프로필 사진)

그는 패션, 콘서트, 레스토랑 홍보영상  등에서도 일하며 인정받고 있다. 
 “일을 하다 보면 전형적인 K직장인 스타일이 어쩔 수 없이 튀어나오게 된다. ‘이게 바로 한국인의 성실함’이라고 스스로 인정하며 열심히 촬영한 기억이 난다. 멜번에서는 나 빼고 모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촬영을 한다. 규모나 과정을 떠나서 일을 대하는 태도, 마인드에 대해 신선한 충격을 경험하고 있다.” 

그는 영화 감독을 꿈꾸며  서른 살, 이른 바 호주워킹홀리데이 ‘막차’에 올라탔다. 
“10년 정도 영화를 전공하고 현업에서 일을 했다. 그러던 중 나를 설레게 하는 경험과 여행을 위해 호주로 오게 됐다. 처음 호주에 와서 ‘오페어’를 했다. 장점은 매주 나가는 집세와 식비 등 초기 비용을 아낄 수 있고, 무엇보다 자유시간이 많다는 점이다.”

5개월의 오페어 생활을 하면서 호주 아티스트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여러  예술, 영화 모임에 참석했다. 그곳에서 가장 의미 있고,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만들었다. 

“해외여행과 해외 거주는 정말 천지차이다. 아는 사람도 한 명 없이 덩그러니 외국에 오니, 난생처음 느껴보는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렸다. 외로우니까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생각났고, 무작정 멜번에서 영화와 관련된 모임, 그룹들을 서칭해서 참여했다. ‘멜번필름메이커’라는 모임에 나갔다. 그런데 막상 모임에 나가니 아시안은 거의 없었고, ‘과연 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다.” 

그는 영화를 좋아하는 마음은 같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도 많으니 계속 나가다 보면 친구가 생길 것이라는 뚝심으로 모임에 나갔고 이곳에서 나중에 단편영화를 찍게되는 친구들을 만났다.

“멜번필름메이커 참석자들의 연령대는 놀랄정도로 다양하다. 10대부터 60대에 이르는 많은 영화 매니아들이 모이는 곳이다. 영화를 좋아하고 만들고 싶어하는 마음만으로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순수하게 소통할 수 있었다. 국적과 나이를 불문하고 한 잔의 맥주와 함께 ‘영화 이야기’를 나눴고  단편영화를 찍었던 그 순간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멜번에서 촬영한 영화의 한 장면

그 역시 한국에서 영상 경력 단절 후  직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결혼을 하는 주변을 바라보면서 막역함과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불확실에서부터 오는 걱정보다 새로운 문화와 사람들을 경험하고 싶은 설렘으로 호주  농장에서 세컨비자를 취득했고 멜번에서 영상 프로덕션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호주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는 호주만의 이국적인 배경과 빛 때문이다.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빛’이라고 생각한다. 호주의 강한 빛이라면 조금 더 남아서 여러 가지 작업들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었다. 한국에서 10년의 경력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도전할만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촬영 현장은 전체적으로 긴장감이 흐르는 분위기이다. 오늘까지 이 분량을 반드시 촬영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무거운 분위기에서 일했던 기억이 난다. 반면 호주에서는 분위기가 밝고 화기애애하다, 스텝들 모두 이 일을 즐기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사실 이 부분은 지금도 적응이 쉽지 않다.” 

“또 놀란 점은 촬영 스케줄표에 적혀있는 시간이 되면 정확하게 일이 끝났고, 모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쿨하게 촬영장을 떠났다. 처음엔 정이 없다고 느꼈다. 호주에서 일할 때는 개인적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습관이 무섭다고, 나는 호주 촬영장에서도 쉽사리 퇴근하지 못하고 다른 스텝들의 마무리를 도와줬다. 한국 촬영 방식이 너무 몸에 배어버린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서로 챙겨주면서 마무리하는게 더 좋은 것 같다.”

그는 한국보다 호주에서 영화 인프라 구축이 힘들고, 인건비도 상당하기 때문에 많은 부분을 혼자서 감당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토로하면서 “그러나 ‘협업’은 영상 제작 과정의 핵심”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어렵고 힘든 부분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모든 제작 과정에서 ‘협업’은 제외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멜번의 록다운이 풀리면 호주에 거주하고 있는 영상 전문 인력들을 만나서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언어와 문화, 작업 현장 분위기가 다른 호주에서 외국인의 신분으로 프로젝트를 디렉팅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강 감독이 계속 영상기획자의 자리를 지키는 것은 ‘자극’ 때문이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외국인들과 작업하는 것 자체가 신선한 자극이 되고,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된다. 또 모든 제작 과정을 영어로 해야 한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부터 계약서 작성까지 쉬운 게 하나 없는데, 그 모든 과정이 나를 흥분시킨다. 게임을 하는 것처럼 다음 단계로 계속 넘어가는 느낌이 든다. 스스로 점점 더 나아지는 걸 지켜보는 재미와 자극이 나의 원동력이 됐다.”

호주 촬영 현장

어릴적부터 다방면에 호기심이 많았던 그는 다방면을 공부해야 하는 영화, 영상이 그의 적성에 맞았다. 그가 제작한 단편영화 <꽃내음>은 고등학생 때 짝사랑했던 교사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베를린 국제메트로 영화제에서 선정되어 실제로 베를린 지하철에서 상영됐다.

단편 영화 <꽃내음>



인스타 그램: https://www.instagram.com/mint_d__filmmaker/ 

“지금까지 해왔던 어떤 일들보다 가장 흥미롭고 질리지 않는 분야다. 그래서 가장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영화가 ‘내 모든 것’은 아니다. 영화가 만약 내 인생을 불행하게 만든다면 미련 없이 관둬야지라는 마음을 늘 갖고 있다. 인간의 본능적인 부분을 다루는 영화를 특히나 좋아한다. 그래서 ‘멜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보다는 현실적이고 본능에 가까운 그런 멜로 영화. 나만의 스타일과 개성으로 사랑받을 수 있다면 더욱 행복할것 같다.”

팬데믹 기간을 지나며 영화감독으로서 그의 목표도 조금 바뀌었다. 
“요즘은 워낙 플랫폼과 채널이 많아졌다. 어디든 관계없이 내가 만든 영화를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게 나의 목표다. 구글의 유튜브를 시작으로 영상을 다루는 많은 플랫폼이 생겨났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개성과 창의적인 생각을 콘텐츠로 실현하는 능력이 더 필요한 시대이다. 개성을 노출할 수 있는 방법이 이렇게 많으니 꼭 도전하도록 추천한다”

그는 요즘 8년 전(22살 때) 제작했던 자전적 영화 ‘이별 다큐멘터리’를 다시 가다듬고 있다. 첫사랑 남자부터 헤어졌던 남자들을 찾아가 왜 이별했는지를 물어보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완성본은 앞으로 유튜브에 업로드할 예정이다.

강루 감독 <이별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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