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비롯한 갖가지 질병이나 사고 등은 예고 없이 찾아와 우리의 일상을 흔들어 놓는다. 이민자들의 경우 호주의 복지 시스템에 익숙지 않아 어려운 일을 당하면 정부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거기에 언어 문제까지 겹쳐 더 어려움을 겪는다. 본 칼럼은 뜻하지 않게 만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전문 복지기관의 도움으로 이를 잘 극복한 사람들 그리고 사랑으로 이들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호주에서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실제적인 도움을 제공함과 동시에 더 나아가 호주 사회로의 융합을 위한 의미 있는 길잡이가 되고자 하는 뜻에서 마련되었다. 특별히 이번 주는 카스 고객의 이야기를 딸의 눈을 통해 전한다(편집자 주).  
 
가족과 카스 직원의 보살핌으로 건강하고 즐겁게 생활하는 이혜숙 여사.
자녀의 입장에서는 특히 가족을 위해 평생을 희생하신 어머니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쇠약해지는 가운데 기억력이 사라지는 것을 보는 것은 안타깝다. 그 기억 속에는 슬픔과 절망도 있지만 한 사람의 소망, 기쁨, 꿈, 사랑 등 살아오면서 겪은 그 모든 것이 농축되어 있다. 가족을 돌보는 어머니의 역할이란 그 어디에서나 비슷하면서도 이민자 가족을 위한 어머니의 헌신에는 외로움 가운데 버텨야 하는 그 어떤 다른 색깔의 희생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부모의 헌신을 기억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한국인들의 아름다운 정신이 이국땅에서도 여전히 다음 세대에게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남희 씨가 전해 준 그녀의 어머니, 이 혜숙(Lisa Ku) 여사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혜숙 여사는 40대 초반이던 1976년 8월 가족과 함께 호주에 이민 왔다. 카스 홈 에이징 서비스의 오랜 고객으로 최근 89번째 생일을 맞이한 그녀는 네 명의 자녀와 현재는 손주 8명, 증손주 4명을 슬하에 두고 있다.
 
남희 씨의 아버지는 한국에서 군인이셨다. 어린 시절, 근무지의 변동이 자주 이뤄지는 아버지의 직업 특성상 그녀 가족은 정든 곳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늘 이사를 해야 했다. 이런 이유로 이 혜숙 어르신은 이삿짐을 꾸리는 일에는 거의 전문가가 되었다.
 
전형적인 가정주부로서 평생 자녀들을 교육하고 돌보는 일을 천직으로 여겼던 이 혜숙 어르신은 남편과 정반대 성격으로 내성적이고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다. 교회에 친한 친구가 몇 명 있었지만, 그나마도 나이가 들면서 점차 서로 방문하는 것이 뜸해지더니 전화로 연락하는 것도 잊어버리신 것 같다. 점점 기억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친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하고 친구들과 전화 통화한 지 일년도 더 넘은 것 같아 그런 어머니를 바라보는 남희 씨의 마음은 너무나 안타깝다. 
 
“조금 전 말씀하셨던 것을 잊어버리면서도 어떤 때는 사십 년 전에 일어났던 일을 선명하게 기억하실 때도 있어 우리를 놀라게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어머니가 지나간 시간 속에서 주로 행복하고 즐거운 일들을 기억하신다는 것이다.”
 
남희 씨는 한때 어머니가 육체적으로 점점 쇠약해지는 것이 걱정되어 어머니를 돌봐드리는 일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다. 
 
“여생을 양로원에서 보낸다는 것은 어머니도 원하지 않을 것이고 자식 된 입장에서도 내키지 않았다. 고민하던 중 한인 직원들이 집으로 직접 찾아와 어르신들을 돌보는 카스의 홈 에이징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바로 카스에 연락했고 지금까지 카스 서비스를 받고 있다. 언어와 문화 배경이 같은 한인 직원들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혜택이다. 어머니가 오래 살던 집에서 그대로 지내면서 도움을 받으며 편안하게 지낼 수 있으니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 모른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외출이 힘들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는 카스를 포함, 다른 단체에서 주관하는 시니어 그룹 모임에 다니셨다. 거기서 또래 어르신들을 만나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노래, 게임 등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어머니는 그룹에 참여하는 것을 늘 기대하셨다. 또 주일이면 예배 후 함께 점심도 먹고 쇼핑을 했다. 요즘 들어 어머니는 당신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주 잊어버린다. 쇼핑할 때는 매번 같은 품목만 여러 번 사기 때문에 내가 따로 어머니가 필요한 것을 구매해야 한다. 하루빨리 록다운이 끝나 어머니가 교회 예배에 다시 가고 일요일 오후마다 가졌던 모녀만의 행복한 시간을 갖고 싶다”.
 
몇 년 전 남희 씨는 점점 노쇠해가는 어머니를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고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80세 생일 기념으로 함께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한국에 사는 동생들과 친지, 친구들을 만나니 얼마나 기뻐하셨는지 모른다. 특히 벚꽃이 만개하는 4월 초 열린 진해 벚꽃 축제에 가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KTX를 타고 해군기지까지 들어가 축제에 참석하고 많은 추억을 쌓으며 2주를 보냈다. 슬프게도 어머니와 함께 한 마지막 해외여행일 수 있고 지금은 전혀 기억 못하지만 어머니는 한국에서의 시간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실 것이다. 또 이제 연로하셔서 해외여행은 쉽지않을 것 같아 앞으로 인근 멋진 곳으로 함께 여행을 다닐 생각이다. 자주 잊어버리고 말씀하시는 거나 행동이 전혀 일치되지 않는 때도 종종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함께 하는 시간이 당신만의 세계에서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나의 바람은 어머니가 오래도록 안전하고 편안하게 가족들 곁에 머무는 것이다.”
 
“어머니가 하늘의 부름을 받을 때까지 지금까지 살아오신 것처럼 기품있게 그렇게 사실 것이라 믿는다. 어머니와 함께 한 시간을 통해 나는 우리 삶에 돈이나 성공이 아니라 현재 주어진 삶과 주어진 모든 것에 만족하며 가족을 위하고 서로를 배려하며 사랑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향한 축복이 항상 함께하길 기도하며 어머니가 편히 지낼 수 있도록 배려 가운데 따뜻하고 다양한 케어를 제공하는 한인 카스 서비스 팀에 감사드린다.”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잘 보살펴 드리지 못한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우리는 어르신들에게 진심으로 사랑을 나누고, 또 그들의 건강과 행복한 노후를 위해 정기적으로 체크하고 보살펴주는 전문기관의  도움도 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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