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미국•영국의 3자 안보파트너십 '오커스(AUKUS)'의 출범에 대해 호주 내부의 평가가 엇갈린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이를 지지, 긍정 평가한다, 반면 진보 성향 유권자들은 대체로 비판적 입장이다. 특히 유럽 최강국이며 국제사회에서 비중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프랑스와의 신뢰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손상된 점과 향후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폴 키팅 전 총리(노동당)와 말콤 턴불 전 총리(자유당)는 ‘미친 짓’이라고 혹평하며 모리슨이 국익을 위태롭게 만들었다고 맹비난했다.

스콧 모리슨 총리가 오커스 출범을 다소 늦추더라도 에마뉴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설득했어야 했다는 비난도 나왔다. 모리슨 총리는 프랑스측에게 일체의 사전 통보를 하지 않은 상태로 900억 달러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건조사업 계약을 일방 파기했다. 
이같은 나쁜 선례는 향후 호주의 국제관계에서 네거티브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를 향해 ‘호주는 국익을 내세우며 돌변할 수 있는 나라’라는 점을 공표했기 때문이다. 나라간 관계에서 국익을 앞세우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모리슨 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며 계약 파기를 정당화한 수단인 ‘국익 보호’ 명분도 국제 관계에서 언제나 만병통치제일  수는 없다. 

호주로부터 호되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프랑스는 예상대로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헌신짝처럼 저버린 약속(broken promise)에 격노했던 감정을 가라 앉혔다. 대신 호주에 대해 매우 냉랭하게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       

프랑스 정부의 허락을 받고 호주 공영 ABC 방송의 대담에 응한 로스 맥킨스(Ross McInnes) 프랑스 정부의 대호주 교역 및 경제 담당 특별 대표는 “신뢰가 깨졌다. 심하게 부서졌다. 호주는 유럽의 선도국이며 인도-태평양에서 주요 국가 중 하나인 프랑스와 전략적 파트너십협정(strategic partnership agreement)에 서명하고 이를 휴지처럼 버렸다”고 비난했다.     

이번 주 댄 테한 호주 통상장관은 유럽을 방문하는데 약 30-40회의 교역 미팅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미팅 중 하나인 EU-호주 FTA 합의(EU-Australia Free Trade Agreement)를 위한 12차 협상 회담이 이유 없이 연기됐다. EU 집행부의 대변인은 “준비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변명했다. 테한 장관의 상대역도 미팅을 사양했다. 이어 프랑스 고용주 최대 연합인 MEDE(FMovement of Enterprises of France)도 테한 장관과 계획된 포럼을 취소했다.  

앤소니 블링켄 미 국무장관도 테한 장관이 참가하는 OECD 회의에 참석하는데 그는 에마뉴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이처럼 유럽에서 호주를 왕따시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맥킨스 대표는 “프랑스와의 문제로 국제사회에서 호주의 명성이 크게 손상됐다. MEDEF의 취소는 프랑스 재계가 호주를 불인정한다는 심각한 표시”라고 말하며 “호주 정부의 행동(결정)이 국가 명예에 손상을 초래했다. 경제 관계에서 특히 호주 기업들에게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와 계약 파기 후 EU는 호주를 의구심과 적대감으로 주시하면서 다른 영역에서 호주의 부진한 점(bad performance)을 지적하고 있다. EU 통상위원회의 캐슬린 반 브렘트(Kathleen Van Brempt) 벨기에 대표는 ABC 대담에서 “종전까지 호주와 자유무역협정 협상이 어려웠다. 이제는 더 어려워졌다. 호주는 기후정책에서 실제로 매우 부진한 나라다. 호주는 기후 이슈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훈계했다. 

스콧 모리슨 총리가 11월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총회(COP26 UN Climate Change Conference)에 불참을 검토 중이라는 기사가 해외에서 보도되고 있다. 테한 장관은 “호주는 (총리 대신) 정부대표단이 참석할 것이다. 코로나 상황이 가장 시급한 이슈이다. 귀국 후 2주 격리도 문제”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등 세계 리더들이 대거 참석하는 COP26 컨퍼런스를 통해 EU와 프랑스와 악화된 관계를 복원하는 기회로 삼는 대신 호주 정부는 총리 참석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기후변화 행동에서 호주는 점점 더 친구가 없는 나라로 고립되고(increasingly friendless) 있다. 
BBC, CNN,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외신들은 호주를 ‘기후 낙후자(climate laggards)’라고 부르며 모리슨 총리의 미온적 대응을 비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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