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자오철강 두쌍화 회장  기업•펀드•신탁 6겹 위장  
프라이든버그 재무 “기록 관리 현대화 작업 진행 중”

2015년 중국 철강기업 소유주가 4억 4,200만달러에 매입한 것으로 밝혀진 시드니 시티의 힐튼호텔

세계 각국의 정‧재계 인사의 역외탈세 의혹을 폭로한 이른바 '판도라 문건'(Pandora Papers)이 열리면서 호주에서 기업의 실소유주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전 세계 14개 금융회사에서 유출된 약 1,200만 건의 파일을 분석한 판도라 문건을 최근 공개해 세계를 발칵 뒤집었다.

보도를 종합하면, 이 문건에는 전 세계 90여 개국의 전・현직 지도자 35명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 336명, 포브스지에 등록된 억만장자 90여 명의 해외계좌와 거래 내역을 분석한 내용이 담겼다.
호주에서도 복잡한 소유 구조를 활용해 기업의 소유주를 감추고 있는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ICIJ가 입수한 거래 내역 중 하나는 2015년 시드니 힐튼호텔 4억 4,200만 달러 매각 건이다. 르자오철강(Rizhao Steel Corporation) 대표 두쌍화(杜双华・Du Shuanghua)는 이 호텔을 매입하기 위해 최소 여섯 겹으로 기업, 펀드, 신탁 등을 끼어넣었다. 조세피난처로 잘 알려진 싱가포르,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케이멘 제도 등에 등록된 곳들이다.

사모아의 한 기업이 시드니의 고급 아파트들을 매입한 사례도 있다. 이 기업은 스리랑카의 기업가 티루쿠마루 나데산(Thirukumar Nadesan)과 연결된 신탁회사가 소유하고 있다.

호주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e International Australia)의 세레나 릴리화이트(Serena Lillywhite) 최고경영자(CEO)는 “폭로된 거래들은 호주의 규제 체계에 큰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호주인들은 부동산을 매입하기 위해 누구인지도 모르는 외국인 투자자와 경쟁해야 한다. 부동산 중개업자, 회계사, 변호사들은 은행과는 달리 수상한 거래를 신고할 필요가 없다. 이런 법적 미비점이 시장을  왜곡시킨다"라고 지적했다.

기업의 실소유주를 등록(register)해야 한다는 요구가 2016년부터 있었지만 지금까지 진척이 없었다. 
4일 조쉬 프라이든버그 연방 재무장관은 판도라 문건 발표에 앞서 준비한 성명에서 호주의 기록 관리를 현대화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연방 야당은 “이번에 폭로된 문건이 호주 기업과 조세 제도에 더 많은 투명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짐 차머스 야당 재무담당 의원은 "이러한 폭로는 극도로 부족한 투명성 때문에 일어났으며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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