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 재인 할머니

박기현

이른 아침이 되면 
재인 할머니를 볼 수 있다
새보다 먼저 일어나 
앞마당을 둘러보는 고운 얼굴
밤바람에 올라 온 잡초를 솎아 내고
어린 손주 돌보듯 잔디를 살핀다
재인 할머니의 손길 아래 
잔디는 그녀만큼 곱다

가끔 쇼핑센타에서 
할머니와 마주 칠 때가 있다
무거운 저녁을 들고 울월쓰를 나서는 손
가는 길이니 모셔 드리겠다고 해도
극구 사양을 한다
아직은 괜찮아
오후보다 환한 미소로 말한다
얼마나 오랫동안 저 미소를 다듬었을까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뒷모습
땅도 기울기를 맞춘다

그래 
아직은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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