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국민당 ‘조건부 지지’ 당론 확정 예상
모리슨, 글래스고총회 후 ‘조기 총선’ 단행 가능성 

스콧 모리슨 총리와 바나비 조이스 부총리(오른쪽)

호주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net-zero target)’ 채택에 저항했던 국민당(The Nationals)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당내 흐름이 넷제로 의제로 돌아서는 형국이다. 소속 21명의 상하 양원 의원들중 4, 5명 정도만 강경 반대파에 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 기후 목표를 둘러싼 연립정부의 분열은 스콧 모리슨 총리가 일부 정돈한 측면이 있다. 자유당의 모리슨 총리는 “국민당이 아닌 내각이 최종 결정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국민당 대표인 바나비 조이스 부총리는 “결정은 총리의 권한”이라고 수긍했다.

올 초, 모리슨 총리가 내셔날프레스클럽 연설을 통해 “호주의 목표는 ‘가능하면(preferably: 가급적) 2050년까지 탄소 배출 넷제로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발표했을 때 진보 진영은 그를 강하게 질책했다. 모리슨 총리가 기후정책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이었다. '가급적이면(되도록이면)'이란 말은 모리슨 총리의 소극적인 행보에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지난달만 해도 미국 CNN은 호주가 제26차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6)에서 악당 노릇을 할 공산이 크다고 비난했다.

‘넷제로 목표 채택’이란 아젠다를 놓고 연정 파트너인 자유당과 국민당이 본격적으로 맞붙는 구도가 형성된 건 최근이다. 11월 1일 개막하는  COP26을 코앞에 두고 서야 모리슨 총리는 자유당 의원총회를 통해  “이 목표를 공식화하겠다”라고 확인했다. 

이와 관련, 야당(노동당)은 “지난 8년 동안 가만히 있다가 이제와서 투닥거린다”는 표현으로 모리슨의 행보를 비난했다. 그동안 모리슨 정부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상향해야 한다는 제안에도 시큰둥했었다. 

모리슨 총리가 ‘시대정신’을 더는 거역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입장은 갈렸지만 자유당과 국민당이 공통적으로 꺼내든 건 현실론이었다. 자유당 쪽 논지를 살펴보면, 일단 청정 경제로의 전환은 전 세계적인 대세이자 과제다. 이에 참여하지 않으면 호주는 경제적으로 뒤처지거나, 왕따(수출 금지 등)를 당할 수 있고 모리슨 총리가 언급했듯이, 동맹국과 우방국들의 배제로  국가 안보가 위험해질 가능성도 있다.

국민당의 반대 명분은 지방 경제의 위축과 일자리 감소다.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석탄산업은 호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 키스 피트(Keith Pitt) 연방 자원장관은 2,500억 달러의 광업 분야 기금을 조성하자고 했다. 그 타당성과는 별개로 광산업계가 받을 타격을 완화하자는 취지다. 지방 유권자들이 지지 기반인 국민당은 지방의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을 먼저 수립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조이스 부총리는 국민당 차원의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조만간 당론을 확정 짓겠다고 밝혔다. ‘

모리슨 총리가 COP26을 위해 스코틀랜드로 출발하기 전 연립 여당이 합의에 도달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하지만 그가 공언한 대로 글래스고에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할 가능성이 아직까지는 크다. 

노동당은 모리슨 총리가 스스로 내세우게 될 성과가 여론에 미칠 영향에 긴장하고 있다. 앤소니 알바니즈 대표는 당원들에게 모리슨 총리가 호주로 귀국한 뒤 12월(11일)에 조기 총선을 단행할 수 있으니 이에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재계가 탈탄소화 경제에 우호적이라는 점은 고무적이다. 최근 호주경제인협회(Business Council of Australia)는 정부에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46~50%까지 감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호주광물협회(Minerals Council of Australia)와 전국농가협회(National Farmers Federation)도 탄소중립 경제로의 이행을 지지하고 있다. 농축산업계와 광산업계는 호주가 기후 변화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가 세계 시장에서 무역 기회를 잃게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이같은 변화를 요구하는 산업계에 상당 부분이 정치적으로 국민당 의원들이 당선된 지방에 기반을 두고 있다. 국민당의 반대 명분은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퇴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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