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민반응 딱지, 경력 손상 우려해 신고 기피”  

연방 의회 직원의 3명 중 1명이 직장에서 성적 괴롭힘(sexual harassment)을 경험한 적이 있으면서도 이러한 피해를 보고한 사람은 11%에 불과했다는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호주인권위원회 산하 케이트 젠킨스(Kate Jenkins)  성차별위원장(sex discrimination commissioner) 이 발표한 이 충격적인 내용의 보고서는 “호주 의회 정치의 본산에 뿌리 잡은 성적 불평등과 권력 불균형이 직장 내 괴롭힘, 성적 괴롭힘, 성폭행을 암묵적으로 자행하게 했다”고 고발했다.

약 8개월 동안 진행된 이번 조사는 브리트니 히긴스(Brittany Higgins 사진 위)의 성폭행 피해 폭로로 촉발됐다. 자유당 장관 보좌관이었던 히긴스는 2019년 3월 파티 후 되돌아와 장관실 소파에서 잠을 자던 중 남성 동료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정치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케이트 젠킨스 성차별위원장

젠킨스 위원장은 의회 내 직장 문화를 조사하기 위해 직원 1,723명을 조사했다.

그 결과, 33%가 성희롱이나 성추행과 같은 성적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7%는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고, 약 1%는 성폭행 시도에 노출된 적이 있거나, 실제로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

현직 직원의 절반 이상(51%)이 괴롭힘, 성적 괴롭힘, 성폭행 시도 또는 성폭행을 적어도 한 번은 경험했다. 77%는 이러한 부정행위를 목격하거나 소문을 들은 바 있었다.

하지만 성적 괴롭힘 피해자 중 이를 보고한 사람은 11%에 그쳤다.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거나, 과잉반응한다는 주변의 시선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의 신고율도 32%에 머물렀다. 신고를 할 경우, 평판과 경력에 손상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보고를 꺼렸다고 한다.

젠킨스 위원장은 “연방 의회의 직장 문화를 대대적으로 변혁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중 하나가 ‘독립의회규범위원회(Independent Parliamentary Standards Commission)’ 신설이다. 위원회의 목적은 직원들의 불만과 제보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하기 위함이다. 

또한 보고서는 새로운 행동 강령을 수립하고 직장 문화와 인적 자원 지원을 위한 부서를 신설하라고 제안했다. 성차별적인 언어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의회 운영 방식도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스콧 모리슨 총리는 11월  30일 이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의회가 높은 직장 기준을 세워야 하지만 그 일에 실패했다”고 인정하고 “도전적인 환경이라고 해서 … 부적절하고, 불건전하고, 비전문적인 행동을 정상화하는 변명이 될 수 없다”며 젠킨스 보고서의 권고안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보고서 공개에 앞서 히긴스는 “나의 경험담을 공유하면서 이번 검토에 기여한 용감한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는 짧은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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