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홀러, 유학생 최근 3만명 감소 교민사회 인력 공동화 초래
2007-08년 3만2635명, 2008-09년 3만9506명, 2009-10년 3만5000명, 2010-11년 3만명(예상). 호주로 들어오는 워킹홀리데이비자 소지자(이하 워홀러)들의 숫자이다.
얼핏 봐서는 크게 줄어든 것 같지 않다.
그러나 2008-09년 당시 워홀러들의 80%는 시드니에 거주했다.
현재는 약 30-40%만이 시드니에 거주하고 나머지는 한국에서 직접 퍼스, 다윈, 브리즈번 쪽으로 간다고한다.
인터넷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의 발달로 워홀러들은 예전과 달리 한국에서부터 이미 취업 정보를 입수해 움직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드니에서 상주해 있는 워홀러들의 숫자는 현재 약 1만5천명 정도로 추산된다.
또한 지난해 3월 이민법의 개정으로 소위 영주권 학과들이 매력을 잃으면서 귀국을 하는 유학생들의 수가 늘어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호주달러 강세로 환율이 오르면서 현재 호주는 더 이상 한국 유학생에게 좋은 선택이 아니다.
이러한 이유가 전체적인 워홀러 숫자 감소에도 영향을 주었다.
현지 정착의 방법을 찾고 있던 워홀러들이 흥미를 잃게 되고, 또래의 젊은 세대들과의 교류 기회가 부족해 호주에 대한 관심이 급감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난 1여 년간 워홀러들과 유학생들은 합쳐서 약 3만명이 시드니에서 대거 빠져나가게 됐고 이는 시드니 한인사회의 인력 공동화 현상을 초래했다.
시드니 한인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 2009년 호주 입국 한인워홀러 3만5천여명= 한국은 현재 11개국과 워킹홀리데이(이하 워홀) 프로그램을 체결했으며 한국이 95년 가장 먼저 워홀 협정을 체결한 나라가 바로 호주이다.
이에 반해 호주 정부는 21개국과 워홀 비자협정을 맺었고 한국과는 6번째로 체결했다.
2009년 한국의 워홀 프로그램 참가자가 총 5만2956명이었는데 이 중 호주에 약 66%인 3만5천여명이 입국했다.
호주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한국에 대해 연간 인원제한을 두지 않고 무제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호주로 들어온 한인 워홀러들은 약1만7천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워홀 프로그램은 협정 체결국 청년들이 관광 및 문화체험을 주목적으로 해당국에 1년간의 체류하며, 관광 경비 마련을 위해 취업이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취지에 맞지 않게 최근 한인 워홀러들은 높은 물가와 빠듯한 생활비, 비싼 학원비로 영어공부는 포기하고 먹고 살기 바쁘다고 말한다.
워킹홀리데이서포팅센터(이하 워홀센터)의 김석민 소장(사진)은 “2003-04년 만하더라도 워홀러들은 7-8개월 일하고 동남아나 유럽으로 배낭여행 가는 것이 계획이었다.
그러나 2005-06년부터 점차 워홀러들은 현지 정착과 ‘2만불 찍기(벌기)’를 목표하게 되었다.
이는 당시 영주권 학과로 호주 이민이 비교적 수월했던 시절, 청년들의 호주 정착 숫자가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설문지 조사 결과 “한국 대학 등록금이 너무 비싸 그것을 벌러 호주에 왔다”고 답한 여성이 있었다.
또 최근 워홀러들은 1년 기한을 모두 채우고 가지 않아도 좋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워홀러들은 부족한 영어실력으로 한인 사업자들과 일하는 경우가 많고 판매, 서비스, 제품운송, 육체노동 등 시간당 급여는 낮은 편으로 대부분 한인 사업자들이 세금신고를 하지 않고 종업원을 채용하는 관계로 복리 후생 지원은 받지 못한다.
저임금 비숙련 노동력이지만 호주의 경제적 이익을 최대화시키고 시드니 한인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호주정부는 경제발전과정에서 워홀 프로그램을 글로벌 관광산업발전과 호주 내 노동 공급원으로인식하고 비자협정국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호주 내 부족한 계절 노동력의 공급원으로 워홀 참가자들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도 워홀 프로그램을 취업비자로 여기고 해외취업을 장려하는 한 방법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호주와 한국은 워홀 체결을 맺은 뒤 15년이 지났지만 관련규정은 단 한차례 바뀌었을 뿐 여건 변화에 따른 양 정부 차원의 별다른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 워홀러 지원단체 재정난 시름= 시드니에서는 3년 전 워홀러들의 증가 추세가 급격해지자 워홀러들의 호주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민관통합 지원망이 가동돼 지난 2008년 7월 주시드니총영사관과 워킹홀리데이서포팅센터 등 관련 한인단체들은 ‘워킹홀리데이 통합지원망’을 개설하고 운영해왔다.
워킹홀리데이서포팅센터 김석민 소장은 “3년 전에 비해 총영사관과 재외동포재단에서 받았던 지원금이 대폭 줄고 호주달러의 강세로 관광업계가 타격을 받으면서 부대사업으로 해왔던 호주 관광여행잡지 TNT의 한국어판을 못하게 되는 등 센터 운영의 사정이 많이 안 좋아졌다.
피트 스트리트 대로에 위치했던 센터도 근처 절반 규모의 사무실로 옮겨갔다”고 말했다.
이제 예전처럼 워홀러들이 오다 가다 들를 수 있는 사랑방 구실을 했던 워홀센터의 기능이 많이 약화됐다.
게다가 2008-09년 800명에 이르렀던 워홀센터 회원 가입자수는 대폭 줄어 지난달 신규 가입자가 8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김 소장은 “워홀러들이 줄면 노동인력 부족으로 교민경제에 타격을 준다는 점 이외에도 성공적인 워홀 생활을 보낸 젊은이들이 다시 호주로 공부나 이민을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젊은 피’를 수혈한다는 차원에서 워홀러들이 한인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교민사회의 미래가 걸려 있다”며 시드니 한인사회가 워홀러들에게 관심을 가져주기를 부탁했다.
김 소장은 워홀센터가 한호 양국에서 진정한 워홀러들의 구심점이 되기를 바란다며 하나의 사례를 마지막으로 들려주었다.
불과 한 달 전의 일이다.
워홀센터 회원인 워홀러 L양의 한국 집에 이상한 전화가 걸려왔다는 것이다.
전화 속의 남자는 “호주에 있는 딸을 납치했으니 돈을 내 계좌로 송금하라”며 딸의 목소리인지도 불분명한 비명 소리를 전화 너머로 들려주었다.
초조해진 L양의 어머니가 호주에 있는 딸 모바일로 전화했으나 당시 카페에서 근무 중이던 L양은 전화를 받지 못했다.
그런데 마침 워홀센터의 연락처를 알고 있던 어머니는 센터로 연락이 닿아 딸이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일명 보이스 피싱(voice fishing)이었다.
만약 센터가 매개체가 되지 않았더라면 L양의 어머니는 남자가 일러 준 계좌로 송금을 했을 것이다.
시드니에 사는 한 교민은 “워홀러들이 일만 하느라고 호주의 좋은 점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하고, 교민사회에서만 생활하는 경우 호주가 어떤 나라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은형 기자 edit@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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