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연방총선 대비 선거전략이라는 분석도지난 10일 발표된 연방예산 중 독특한 내용으로 눈길을 끌었던 것 중의 하나가 연금생활자들에게 디지털 TV 셋톱박스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호주의 TV 시스템은 2013년까지 전체적으로 디지털로 바뀔 예정이다.
이에 대비해 상대적으로 아날로그 TV를 많이 소유한 노인들에게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는 셋톱박스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것이 이번 계획의 요지이다.
문제는 셋톱박스를 설치하는 계약을 따낸 스카이브리지 등의 관련회사가 개당 설치비용 350달러를 챙기면서 하청업체들에게는 적게는 84달러 밖에 지불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데일리텔레그라프의 보도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기술자 한명은 “스카이브리지의 제안을 거절했다”며 “고객의 집에 방문해 셋톱박스를 처리하는 데에 그 정도 돈을 받게 된다는 것은 거의 무료로 일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하청 조건이 너무 심하다고 비난했다.
토니 애봇 연방야당 대표는 “시장의 소매업체를 통해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이 정부의 복잡한 시스템 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며 “이를 ‘오락을 위한 혁명’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조롱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이번 무료 셋톱박스 제공 정책이 다음번 연방총선을 대비한 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어 흥미를 끌고 있다.
셋톱박스 제공의 대상이 되고 있는 연금생활자들은 25만여명으로 이에 관한 예산만도 3억여달러가 책정돼 있다.
이들 연금생활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선거구 중 하나는 린 지역으로 노동당 정권을 성립시킨 무소속 의원 중 하나인 롭 오크샷의 지역구이다.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연금생활자는 2만여명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지난 번 선거에서 여당과 야당이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전략적으로 중요한 선거구 중 연금생활자 숫자가 1만2천여명을 넘어서는 지역이 10여곳으로 나타나 이들의 선택이 갖는 정치적 비중을 가늠하게 하고 있다.
특히 시드니, 멜번, 아들레이드 등 주요도시의 셋톱박스 설치 예상 시기가 2013년으로 알려져 있어 이 같은 정치적 해석에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2013년은 바로 차기 연방총선이 예정되어 있는 해이다.
물론 이미 디지털 TV를 구입했거나 개인적으로 셋톱박스를 설치한 경우에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어쨌든 연금생활자를 대상으로 한 이 같은 정책이 등장할 정도로 호주에서도 노인층의 투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재삼 확인된 셈이다.
임경민 기자 edit@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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