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축산농가 피해 클 듯인도네시아 정부가 생우 수입 허가권을 제한하기로 결정해 호주 축산농가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7일 호주 정부는 도축장에서 동물 학대 논란이 있다며 인도네시아로의 생우 수출 금지 조치를 발표했었다.
이번에 발표된 인도네시아 정부의 수입 허가권 제한 조치는 이에 대한 반발의 성격이 큰 것으로 이해된다.
당시 인도네시아 도축장에서 호주산 생우가 잔혹하게 도살되고 학대 받는 장면이 한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촬영돼 공영방송 ABC 시사프로 ‘포 코너스’에서 방영됨으로써 동물보호론자들의 거센 비판에 정부가 금수 조치를 발표했었다.
오스트레일리안지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지난 주 인도네시아 농업부가 생우 수입업자들에게 7월부터 9월까지 수입 허가권을 발급하지 않겠다고 공문을 보냄에 따라 외부로 알려지게 됐다.
호주 정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호주산 생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인도네시아가 호주 이외의 다른 수입선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축산업계에서는 가장 나쁜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는 반응이다.
6월말까지 호주 정부에 의한 수출 제한 조치가 해제되지 않으면서 이에 대응하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제재 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던 축산업계로서는 양국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농가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말까지 인도네시아로의 수출이 제한될 경우 32만4천 마리의 생우를 처리할 수 없어 그 피해액이 2억4천만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축산농가의 피해는 국내 시장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인도네시아로 수출하지 못하는 생우가 내수로 전환되면서 공급이 넘쳐 소고기 가격이 하락했다.
이에 따라 축산업자들의 정부에 대한 불만이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생우 운송업자인 브루크 하틀리씨는 호주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마디로 말해 혼란 상태”라며 “농가 뿐만이 아니라 이와 관련된 모든 업종의 사람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도 없이 즉각적으로 금수 조치를 내린 정부의 조치가 문제였다”며 “노동당 정부는 일반인들의 삶에 관심이 없다”고 정부를 향해 가차없는 비판을 쏟아내었다.
현재 연방정부는 3천만 달러에 달하는 관련 업계 보조금을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하틀리씨는 피해 규모를 생각하면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폄하했다.
그는 “우리 같은 운송업자들이 일거리를 잃으면 타이어 업자, 자동차 수리공 등 관계된 직업군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며 “멜번의 고급 레스토랑에 앉아있는 녹색당 지지자들을 위해 노동당 정부는 축산업계와 관련 산업 모두가 망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정부에서는 수출 재개를 위해 인도네시아 당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정부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조 루드윅 연방농업부 장관이 현재 고려하고 있는 방안은 큰 문제가 없는 인도네시아 도축장들을 소수 선별해 단계적 수출 재개를 실시하는 것이다.
당초 정부는 인도네시아에서 더 나은 도축방법을 마련할 때까지 수출 중단기간을 최대 6개월로 잡았다고 주장했지만 농가의 피해가 커지자 수출 재개를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 담당자들과 다각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은 가운데 이번에 나온 인도네시아 정부의 수입 허가권 제한 조치로 인해 양국 간의 협상은 한층 더 꼬일 전망이다.
임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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