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방문기】 “65년 동안 기다려 온 평화가 보인다”
2018-05-03 한호일보
남북 군사분계선에서 손을 맞잡은 두 정상은 김정은의 깜짝 제안으로 높이 5㎝의 군사분계선 경계석을 같이 손을 잡고 잠깐 북쪽으로 넘어갔다가 돌아온다. 그 모습에서 그동안 대립으로 점철되어 왔던 '불신과 반목의 벽'이 허물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두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 서명을 한후 포옹을 했다.
곧 있을 북미회담에 김정은이 핵 문제에 대해서 어떤 카드를 내 놓을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4. 27 남북 두 정상이 보여준 행보는 가히 파격적이다. 문화교류, 경협, 종전선언과 군축까지도 연이어 탄력을 받아 실행될 거 같다. 이번 만남은 전에 두번 있었던 남북 정상들의 만남과 전혀 달랐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큰 일이 이루어질 것이 틀림없다.
TV를 보는 국민들에게 앞으로 통일을 향한 발걸음이 계속될 것이란 희망을 주고도 남았다. 도보다리에서 나눈 두 정상의 30분간 단독회동은 우리 핏줄끼리만 할 수 있는 비밀 대화였을 거라고 믿는다. 이 대화의 내용이 앞으로 통일을 위한 의미있는 신호를 보낼 것으로 생각된다.
나는 열흘 동안 평양-원산-금강산-마식령-개성-묘향산을 돌아보고 기차로 신의주에 가서 압록강을 건너 중국 단동으로 들어갔다. 묘향산에 갔던 날이 우연히 음력 4월 초파일(初八日)이었다. 임진왜란 때 활약한 서산대사가 있던 보현사를 찾아갔다. 평양에서 차로 두 시간 반 거리다. 나는 보현사 방문록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우리 민족문화, 풍습, 특히 우리말을 잘 보존해 준 북측에 감사한다. 많은 아름다운 우리말 표현과 단어들을 배웠다. 묘향산, 금강산같은 명산들을 잘 보존해 준 일도 고마울 뿐이다. 북측 동포들과 남에서 나누던 정(情)을 똑 같이 나눌 수 있어서 반가왔다.
통일은 우리 민족끼리 이룩해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은 우리의 통일을 원치 않는다. 며칠전 개성 판문점에서 남쪽을 바라보며 “이게 같은 민족끼리 도대체 뭐하는 짓들이야?” 우리가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인 사실에 나는 분노가 치밀었다. 남북이 서로 양보정신을 발휘하여 우리 민족이 스스로 통일을 이뤄내야 한다.”
나는 해외동포의 한 사람으로 우리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위해 객관적 입장에서 한반도를 바라보며 역사의 심판자, 최후의 양심의 소리로 남아 있고 싶다. 남과 북을 향해 잘하는 일은 격려해 주고 잘못하는 일은 꾸짖고 지적하는 입장에 서려고 한다. 한반도의 북쪽, 우리 동포들은 때 묻지 않고, 우리 전통을 지키고, 정이 많은 사람들이다.
“묘향산 정기를 흠뻑 받고 돌아갑니다. 통일이 되는 그날 다시 만납시다”.
호주 시드니 교민 한상대 드림
호주 시드니 교민 한상대 드림
문 대통령이 “남북의 국민 여러분, 그리고 해외동포 여러분…. 김위원장도 해외동포를 호명한다. 처음 있는 일이다. 양측이 다 한반도 문제에는 해외동포를 의식하고 있다. 북한은 이승만vs 요시다가 평화선 문제로 대립해 있을 때 “전세계의 모든 한민족은 북한 공민이다”라는 남일 선언 이후 해외동포 정책을 남한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해 왔다.
남북통일에 800만 해외동포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해외동포는 거주국의 언어와 문화를 체득하고 국제감각을 갖춘 애국심 높은 집단이다.
세계인의 안목으로 조국을 제 3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이다. 거주국의 시각에서 보이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한국내 정치권력으로부터 초연함으로 당당하다. 그리고 특정 정당의 주장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 동시에 거주국의 한반도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 해외동포는 다문화 사회에서 살면서 자신의 민족정체성을 한국 국민보다 오히려 더 절실하게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한(韓)민족’임을 잊지 않는다. 해외동포는 남북 간의 윤활유이며 교류체들이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65년간의 어둠을 물리치고 새날이 밝아오고 있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한상대 (한상대문화학교 교수, 린필드한국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