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용(참사랑은혜교회 담임목사)?‘루퍼드 머독’은 1931년 호주 멜번에서 출생, 1950년대 아들레이드의 한 작은 지방신문으로 시작해서 연간매출 3백억 달러가 넘는 세계최대의 메디아 그룹을 이룬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머독은 그가 영국에서 발행되는 타블로이드판 신문 ‘더 썬’ 의 도청 사건으로 잠시 위기에 처했었지만 의회 청문회를 계기로 큰 고비는 넘긴 것 같다.
이번에 186년 만에 자진 폐간한 ‘더 썬’지는 그룹 매출액의 1%도 안되는 작은 사업이다.
그런데도 이 문제가 자꾸만 커진 것은 카메론 수상을 포함해서 영국 정관계의 저명인사들의 뇌물수수 등 지도층의 부패상이 국민들에게 알려 지면서 여론이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정도의 문제라면 후계자로 부상된 3남 제임스가 처리하게 두고 본인은 그냥 미국에 있었어도 좋을 뻔 했는데 경험이 부족한 그의 아들이 이 문제를 감당하기엔 좀 역부족 이었던 것 같다.
첫째부인에게서 낳은 장남은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둘째 부인에게서 낳은 차남 ‘라클란’은 호주에 있지만 아버지와 사이가 안 좋아 찬밥인 것 같고, 아시아와 유럽을 담당하고 있는 3남 제임스가 후계자로 부상하고 있는데 아직은 젊어서 그룹매출액의 60%를 점하는 미국의 케이블 TV 와 영화산업(20세기 폭스사)등 주요기업은 전문경영인과 더불어 머독이 직접 총괄하고 있는 형국이다.
‘뉴스코프’가 세상에는 신문 재벌로 알려져 있지만 The Times, The Wall Street Journal 등 신문발행은 사실 그룹 매출의 20%밖에 안된다.
(July 25 TIME) 머독이 80고령이나 아직 건강하고 37세 연하의 중국인 아내 웬디에게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딸을 얻었기 때문에 앞으로의 후계구도는 예측할 수 없다.
머독이 어느 나라에 있든지 전 세계의 모든 대통령과 수상들이 그의 전화는 받는다고 한다.
카메론 영국수상도 의회에서 머독가족의 선상 파티에 참석하기 위하여 수상이 되기 전 그가 제공한 항공권으로 미국에 다녀온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미국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영국이나 호주에서는 머독의 눈 밖에 나면 수상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1972년 호주 총선에서는 머독이 ‘휘틀람’을 지지해서 그가 수상이 되었고, 1975년 머독은 휘틀람을 버리고 프레이저를 지지해서 당선시켰다.
(July26 시드니모닝헤럴드) 지난번 호주 총선에서도 머독은 ‘존 하워드’를 버리고 ‘케빈 러드’를 선택하여 노동당 이 집권하는 계기가 되었고 영국에서는 그가 노동당의 ‘고든 브라운’을 버리고 보수당을 지지함에 따라 ‘카메론’ 연립 정부가 탄생한 것이라고들 말한다.
2010년 포브스지는 머독을 전 세계에서 13번째로 강력한 파워를 가진 인물로 선정했다.
이런 그가 여론에 밀려 영국의 하원 청문회에 서게 되었던 것이다.
전 세계가? 한편의 드라마를 보듯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던 이번 사태의 하이라이트는 지난 7월19일 하원 특별청문회에서 돌발적으로 일어난 해프닝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조니 마블즈’라는 한 시위자가 거품 파이를 들고 머독을 향하여 달려오면서 소리쳤다.
“이 못된 부자? 놈아!” (You naughty billionaire) 이 순간에 전 세계가 깜짝 놀란 일이 벌어졌다.
머독의 바로 뒤에 앉아 있던 그의 젊은 아내 ‘웬디’가 눈 깜짝할 사이에 파이 접시를 낚아채더니 오히려 그의 얼굴을 향하여? 라이트 훅을 먹인 것이다.
뉴욕 타임즈의 칼럼니스트 ‘크리스토퍼’는 “그녀의 행동에 경외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 날의 이 모습은 전 세계 TV가 하루 종일 반복적으로 방영했는데 특히 CNN 뉴스 진행자 ‘피어스 모간’은? “이 바보 같은 시위자가 이 날의 승리를? 머독에게 안겨주었다”고 말했다.
나도 이 장면을 지켜보았지만 원체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리벙벙 했는데 그녀가 처녀시절 배구선수였다는 해설을 듣고서야 이해가 됐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파이가 얼굴에 도달하기도 전에 낚아채서 반격을 할 수가 있겠는가?? 그녀는 남편 뒤에 바짝 붙어서 두 시간이 넘게 진행된 청문회동안? 머독에게 물을 딸아 주거나 등을 쓰다듬거나 마치 운동경기 응원 나온 엄마처럼 남편의 귀에 무언가 속삭이면서 힘을 북돋아 주고 있었다.
? 이날 그녀의 행동은 이를 지켜보던 전 세계인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고 위기에 처한 머독의 입지를 일거에 반전시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던 뉴스코프의 주가가 그 이튿날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한 트위터는 놀라운 감탄사와 함께 (OMG ! THAT is a good TV) 웬디의 이 행동은 ‘뉴스코프’의 PR 전담회사인 ‘에델만’이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활동을 능가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청문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머독부처, 표정이 밝다머독은 지난 ‘60년 사업인생’중 아마도 무수히 위기를 겪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역시 거물 이었다.
그는 청문회에서 담담하게 말했다.
“이 신문은 그룹 매출의 1%도 안되는 작은 부분이고 나는 전 세계에 5만3천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전문성을 가지고 사회에 열심히 기여하고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유감이지만 나는 사전에 이 일을 알지 못했다” 고 말했다.
자기의 책임은 아니고 믿고 맡긴 중역들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책임을 회피하는 것 같지만? 아마도 그것은 사실일 것이다.
마치 머독이 끝장이나 나는 것 같이 호들갑 떨지 말라는 소리로도 들린다.
? 이런 정도의 일로 정말 그가 쓰러진다면 머독이 아니다.
어딘가 촌스러운 호주 땅에서 이렇게 선이 굵은 세계적인 대사업가가 배출된 것은 좀 신기하다는 생각조차 든다.
나는 사업가를 존경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평가할 줄은 안다.
? 위기에 강한 남자 머독!? 이런 그에게 자기보다 더 강하고 저렇게 용감한 아내가 있다니 ! 그런데 이날 머독과 웬디의 모습이 점점 쇠퇴해가는 미국과, 점차 수퍼파워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의 이미지와 함께 오버랩되는 것은 웬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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