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0.24 |최종수정2009.01.12 14:23:00"투기성 외자 집중, 버블붕괴 가능성" 경고가구당 부채 GDP의 1.77배 '세계 최고'호주달러 폭락을 2년전 정확히 예측한 외환전문가가 국제금융위기 상황에서 호주 부동산 붕괴 위험을 경고했다.
이번 사태에서 선진국 중 처음으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아이슬랜드처럼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다.
유럽 굴지의 은행 BNP파리바(Paribas)의 외환전략팀 한스 레데커(Hans Redeker) 팀장(사진)은 지난 7월 말 "호주달러가 급락할 것"을 예측해 최근 화제를 모은 외환전문가. 당시 호주달러는 미화 97센트에 육박했고 연말경 1:1로 A$=US$ 동등(parity) 전망까지 나왔었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경제국들의 자원 수요 폭등으로 자원 의존도가 높은 호주달러 가치가 인기 상종가였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약 두달 후 호주달러는 레데커의 예측대로 곤두박질 쳤다.
마치 날개없이 추락하는 새처럼 한때 미화 60c선이 무너졌고 현재 65-69c선을 맴돌고 있다.
두달만에 무려 환율이 33%가 폭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이처럼 호주달러 동향을 정확히 예측한 레데커가 또 호주경제가 놀랄만한 부동산 버블 붕괴 경고를 내놓았다.
레데커는 누구인가? 최근 언론의 주목을 받은 그의 예측은 다음과 같다.
▲ 2006년 12월: 미국 주택시장 상황과 그 여파가 전문가들의 진단 보다 훨씬 삼각하다는 이유에서 미국 경제침체를 예측. 2년 전의 예측이 지금 그대로 적중됐다.
▲ 2008년 1월: 호주달러 환율이 2년간 하락, 미화 66센트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 그의 예측대로 진행되고 있다.
그는 또 금융시장의 취약성이 심화되고 세계적 인플레, 아시아의 고금리, 중국의 호주자원 수요 감소, 중국 주식시장 약세 이 모든 요인들이 호주달러 하락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 중국 상해증권시세는 최고점에 비해 실제로 반토막이 났다.
▲ 2008년 10월: 약 2주전 그는 호주에 급격히 유입된 외국자본이 부동산에 몰려 투기성 버블을 초래했다는 종전의 주장을 반복했다.
외국계 투자자본에 대해 이자를 상환하려면 호주 경제는 연 4%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유지돼야 한다.
미국 보다 부담이 2배나 높다.
국제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호주의 경제성장율은 2%를 넘기 힘든 상황으로 예상된다.
호주중앙은행(RBA)이 금리를 1% 전격 인하한 뒤 레데커는 영국의 텔리그라프와 대담에서 "호주 정부는 예산흑자이지만 이것만으로 보호조치는 미흡하다.
정부가 민간지출을 유도하면 경상(무역)수지적자는 통제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다"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케빈 러드 총리가 지난 주 100억불의 구제금융안을 발표했을 때 경상수지적자 통제불능 위험이 거론되지 않았다.
야당(말콤 턴불 당수) 조차 초당적으로 지지를 했다.
그러나 레데커는 호주가 아이슬랜드가 경험한 것과 유사한 외국자본조달의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금융위기에서 선진국 중 처음으로 국가부도사태를 맞은 아이슬랜드는 가장 부채의존도가 높은 나라였다.
호주은행은 외국의 금리가 낮기 때문에 해외의 달러시장 의존도가 매우 높다.
호주 가구당 부채(household debt)는 국내총생산의 1.77배에 달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국 경제전문가들은 호주가 2000년초부터 광산붐(자원 수출가 상승)을 누렸음에도 경상수지 적자를 탈피하지 못하는 것에 놀라워한다.
10년 이상 호주인은 수입 보다 많은 지출을 하며 생활수준을 유지해왔다.
생산성 증가(productivity growth)도 지지부진하다.
90년대 미시경제개혁 이후 타성에 빠져있다.
존 하워드 총리시절 이렇다 할 개혁을 하지 못했고 미래를 대비한 인프라 투자도 매우 부진해 경쟁력 강화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세계금융시장이 호주달러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즉 "금융시장이 이자소득 감소 대가로 환율을 강타(응징)할 것인가? 아니면 양호한 경제 덕분에 환율이 보답을 받을 것인가?"라는 불확실성 시대의 대답없는 질문에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도 이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국) 텔리그라프지의 칼럼니스트 암브로스 에반스-프리차드는 경제가 양호한 나라는 보답을 받는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얻을 것으로 초기 징후를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호주가 과도한 결과를 빠져나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호주는 10년 이상의 경제호황기 동안 순외채가 GDP의 60%까지 도달하도록 방치했다.
이 수치는 미국의 두배 가량이다.
실제로 호주는 4%의 경제성장을 해야 외국 투자자본 상환이 가능하다.
연초 호주인은 유럽 여행시 1유로에 A$1.50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1유로에 A$2.10이 필요하다.
중국의 자원 수요특수에도 불구하고 호주달러는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운좋은 나라(lucky country)가 욕심장이 나라(greedy country)가 됐는가? 자원붐 당시 국가건설프로그램(인프라 구축)을 착수하는데 실패했는가? 세율인하로 받은 상여금이 더 많은 모기지와 더 큰 주택, 최신형 승용차 매입 등 일반 소비지출에 사용됐는가? 이런 지출증대는 단기 경제(내수)성장을 자극했지만 장기 생산성및 저축률 증대에는 충분하지 못했다"지난 17년 동안 계속된 경제성장과 10년의 자원붐 동안 많은 호주인들이 거액을 대출받아 비생산적인 리스크를 취하면서 과도한 외채(경상수지 적자)와 호주의 통제가 불가능한 외부 환경(국제금융위기)에 지나치게 취약한 나라라는 위급 상황에 처하게 됐다.
두달만에 고꾸라진 호주달러의 허약함이 호주가 해쳐 나가야 할 위기를 웅변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고직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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