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호주광복회 17일 창작연극 '3S, 서울-사이공-시드니’ 공연8일 밤 쏟아지는 비를 뚫고 도착한 곳은 스트라스필드에 위치한 시드니한인연합교회. 9시가 넘은 시간에 주변은 암흑과 정적으로 뒤덮였지만 환하게 불밝힌 교회 안은 연극 열기로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이달 17일 시드니한인회관에서 열리는 ‘제 72회 순국선열의 날 기념 행사’에서 막을 올리는 창작연극 ‘3S, 서울(Seoul)-사이공(Saigon)-시드니(Sydney)’의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었기 때문이다.
연극 3S는 재호주광복회(회장 황명하)가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차세대 한인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지난해 순국선열의 날 캠시 오리온센타에서 성공리에 선보인 공연 ‘역사 속으로, 사람 속으로’에 뒤이은 창작극이다.
3S는 시드니로 입양된 한국 청년이 자신의 뿌리(정체성)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청년의 증조 할아버지는 독립 운동가이고 할아버지는 한국전 참전용사이며, 아버지는 베트남전 참전용사였던 것이다.
8월 말부터 매주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 연습에 전념하며 호흡을 맞춰온 출연진들의 연기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창작극의 연출과 감독을 맡은 강해연 이유(EU)극단 감독이 편안한 모습으로 지켜보며 가끔 지적하는 것이 전부일 정도로 완성도가 높아졌다.
전반부는 관객들이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재미’에 치중한 반면, 후반부는 한국 역사에 얼룩진 전쟁의 상흔을 통해 묻어나는 아픔을 승화시킨 ‘감동’에 무게를 뒀다.
출연진은 박영환(요섭 역), 이차민(주리 역), 황선애(고단수 역), 이지은(한수자 역), 조영은(미래 역), 진희민(구성기 역), 김용수(주요한 역) 씨 등 7명이다.
오현택 씨가 무대감독을, 이 보라미 씨가 기획을 맡았다.
연기자들은 대화를 위해 잠깐 연습을 중단시키는 게 미안할 정도로 연기에 몰입해 있었다.
10시 가까운 시간에 기자가 몇 가지 질문하는 동안 연기자들은 피자로 저녁식사를 대신했다.
10학년생인 박영환 군을 제외한 나머지 연기자들은 모두 젊은 직장인이었다.
호주 광고 CF 출연 경험이 있다는 박군은 “연기에 관심이 있어 참가하게 됐다”며 “생각보다 힘든 점은 있지만 좋은 경험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진희민 씨는 “열정을 배우러 왔다.
감독님의 열정을 배워 한계를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용수 씨는 “새로운 도전이고 짧은 기간에 뭔가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며 “힘든 점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한단계 발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조영은 씨는 “연기를 통해 전쟁을 겪은 당사자 뿐 아니라 후손들도 상처를 받고 슬픔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게됐다”면서 “연극을 보는 관객들도 전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나리오 작업, 연기 지도 등 전체 연극을 총괄하고 있는 강해연 감독은 “대단하십니다”는 말에 “그냥 업보라고 생각한다.
천직인 것 같다”며 웃었다.
강 감독은 “하루만이라도 순국선열은 물론 역사의 어르신과 선조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취지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녀는 “호주에 와서 살지만 가끔 우리도 뿌리를 찾아서 대단한 민족임을 외칠 수 있었으면 한다.
뿌리를 찾아 한민족이 같이 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감독은 “한인들이 호주에서 연극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드물다.
내용은 별개로 하고 한 분이라도 연극에 푹 빠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유극단은 물론 다른 극단의 연극 관람자가 늘어나 전반적인 문화수준이 높아졌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강 감독은 3S 관람자 중 한명이라도 “이건 무료로 보기엔 너무 아까운 공연이라고 아우성을 쳐주시면 앵콜 공연으로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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