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용 (참사랑은혜교회 담임목사)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은 2010년 말 올해의 인물을 누구로 선정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뒤늦게 혜성 처럼 나타난 ‘쥴리언 어쎈지’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를 누르고 ‘온라인 폴’에서 최다득표를 한 것이다.
사실 어쎈지와 주커버그는 마치 동전의 양면 같아서 어쎈지가 주도하는 위키리크스는 세계 각 나라 정부들을 향하여, 압력을 넣어서라도 투명한 정보의 공개를 요구하는 운동이라 한다면 주커버그가 이끄는 페이스북은 보다 많은 세계 각 나라의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정보를 공유하자는 운동이라 할 수 있다.
확실히 이 두 청년의 세계관에는 극명한 차이가 있다.
즉, 어쎈지가 보는 세계는 ‘적(enemy)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에 어덯게 해서든 음모와 속임수로 가득차 있는 정부나 기관들을 공격해서 무장해제 시키자는 것이고 , 주커버그가 보는 세계는 ‘친구로 가득차’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사람들을 포섭해서 세계를 하나의 거대한 페이스북 가족으로 묶어 보자는 것이다.
긍정적 세계관과 부정적 세계관의 차이라 할 것이다.
타임지는 고심 끝에 26세의 페이스북 CEO 주커버그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고 신년호 표지에 이 죽은깨가 벗어지지도 않은 소년의 얼굴을 실었다.
타임지의 고민은 어쎈지를 지지하고 보호하려는 세력이 아무리 크고 그 물결이 도도하다 할 찌라도 아직 그의 정당성 과 도덕성이 검증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 이었을 터이고 , 그래서 자존심 높은 타임지가 어쎈지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기는 좀 껄끄러웠을 것이다.
주커버그는 19세되던 2003년 컴퓨터 싸이언스와 심리학을 전공하던 하바드 2학년을 중퇴하고 또래의 친구 두 명과 더불어 페이스북을 창업했다.
현재 전 세계 페이스북 가입자는 6억명에 이르고 하루 평균 70만명 씩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타임지 편집장 ‘스텐젤’씨의 표현을 빌리면 페이스북을 한 나라에 비유한다면 중국, 인도에 이어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나라 인데 그 대통령은 약관 26세의 청년이라는 것이다.
‘포브스’지의 집계에 의하면 2010년 주커버그의 소유주식 총 평가액은 약 70억 달러에 이른다.
그는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을 닮아 자선사업에도 통이 크다.
최근 그는 아이다호 ‘뉴아크’ 시에 1억달러 상당의 개인지분 주식을 교육발전 기금으로 내놓았는데 이는 몇년후에는 10억 달러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벌써부터 평생 동안 자기 재산의 50%이상을 사회에 내어 놓겠다고 약속한 두 사람의 자선가들을 본받아 자기도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제 한국에도 이만한 부자들이 여러명 나왔는데 그들이 하는 자선행위의 씀씀이를 보면 이 소년의 발뒤꿈치에도 못 미친다.
탈세 , 해외재산도피, 정경유착으로 얼룩진 재벌들의 행태를 생각해 보면 사실 좀 부끄럽기 조차 하다.
여기서 타임지에 특집으로 소개된 이 세계적인 대기업가의 사무실 모습을 한번 들여다보자. 무슨 칸막이도 없고 벽은 유리로 되어 있어 누구든지 다 들여다 볼 수가 있다.
CEO인 주커버그의 방도 따로 없다.
노트북 하나 들고 이 자리 저 자리 앉아 회의도 주재하고 전화도 받는다.
차림새는 트레이드 마크가 된 청바지에 티셔츠 , 그리고 운동화 차림이다.
네 명의 부사장들도 모습이 거의 비슷하다.
그 중에 30세가 넘은 사람은 없어 보인다.
낙서가 그득한 흰 벽이 하나 있고 벽돌로 쌓은 벽에도 화장실이나 지하철역 처럼 낙서들로 빼꼭하다.
정말 놀라운 모습이 아닌가? 이런 곳에서 이 하바드 출신의 천재들이 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페이스 북에는 현재 150억개의 사진이 올려져 있는데 매일 1억개의 사진이 새로히 올라온다고 한다.
이제 이들이 세계를 정복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 같다.
주커버그는 안방을 파고 들어 세계를 조용히 점령하고 있는 반면 어쎈지는 지금 매우 공격적인 방법으로 세계를 뒤집어 놓고 있다.
분명 이 두 젊은이들 때문에 세계는 달라질 것이다.
호주인 어쎈지는 34세 되던 2006년 ‘위키리크스’라는 웹싸이트를 열었는데 작년에는 ‘브래들리’라는 한 미군 사병으로부터 입수한 ‘컴팩디스크’ 하나로 미국 정부의 각종 군사및 외교문서들을 다운 받아 전 세계를 향하여 무차별 공격을 퍼 붓고 있는 중이다.
지금 까지 공개된 것 이외에도 그는 이락전과 관련한 40만건 의 비밀 문건을 더 가지고 있다고 으름장이다.
유럽의 한 거점인 프랑크푸르트 써버는 냉전시 NATO군이 핵전쟁을 대비해서 구축했던 지하 벙커를 사용하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세계를 향하여 벌린 게임은 선전포고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벌써 지난 주에는 23년간이나 튀니지를 철권 통치하던 독재자 ‘벤 알리’ 일가의 부패상이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 되자 흥분한 시민들이 봉기하여 대통령을 축출하고 말았다.
제일 큰 피해자는 물론 미국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 한달 동안에 두 번이나 사우디, 이란 등 중동제국을 순방하면서 각국 지도자들에게 사과하러 다니느라 매우 지친 표정이다.
특히 사우디 국왕이 미국대사에게 ‘미국은 이란의 핵개발을 보다 적극적으로 저지해야 한다’고 말한 내용이 워싱턴에 그대로 보고 되었고 이를 위키리크스가 공개하자 양국 관계가 미묘해 졌다.
크린턴 장관은 이번 위키리크스 파동으로 입은 미국의 피해는 아마도 몇 년 동안 더 지속될 것이라며 한숨 짖는다.
며칠전 아이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어쎈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니 아들 딸 사위 할것 없이 이구동성으로 그 사람이 무슨 죄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국가기밀을 누설해서 세상을 어지롭게 하는 사람은 엄히 처벌해야 한다는 아내와의 사이에 서서 나는 어느 한쪽 손도 들어주지 않았다.
아마도 이것이 세대차이일 터인데 이 문제가 그리 간단한 사안이 아니라서 나는 좀 더 지켜보고 생각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
금년에는 또 어떤 젊은이들이 나와서 세상을 깜작 놀라게 할런지 ...시사가 모여 역사를 만들고 그 역사는 늘 새롭게 해석된다.
아직 역사의식이 부족한 차세대들을 위해서 참사랑은혜교회의 정두용 담임목사가 지구촌에서 화두가 되었던 시사문제들을 월 1회 재조명해 본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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