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두 용(참사랑은혜교회 담임목사) 금년 1월부터 시작된 소위 자스민 혁명(Jasmine Revolution)이라 불리는 중동의 민주화 바람이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은 상대 가다피를 맞아 교착상태로 가는 것 같다.
튀니지와 이집트에 이어 이번에는 가다피가 쓰러지겠거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미영불등 서방의 다국적군이 개입하자 그는 즉각 “우리는 길고 지루한 전쟁을 하게 될 것”이라며 장기전을 선포했다.
그는 역시 준비가 있었다.
그는 여전히 “리비아 국민은 나를 사랑하며 그들은 모두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죽을 준비가 되어 있으므로 반도들은 곧 궤멸될 것”이라고 말한다.
어쩐지 김정일에게 한 수 배운 듯한 언행이다.
부시행정부 당시 김정일이 핵실험을 강행하자 미 의회에서는 한때 북폭론이 강하게 일었었다.
이때 합참의장이 하원에 나와 증언하는데 김정일은 사담후세인과 달라서 이라크처럼 미국이 북한을 침공하면 북한인민군 최후의 일인이 남을 때까지 미군은 피를 흘려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기억나는 군사 전문가들의 주장은 이렇다.
즉,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믿고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해서 5천억 달러의 전비와 미군 5천명의 생명을 잃어 버렸는데 그 결과 미군이 얻은 것이라고는 토굴에 숨어있던 쓸모 없는 노인 사담후세인 한 사람을 잡아 죽인 것뿐 이었다.
그러나 김정일은 사담후세인과는 달라서 북한 전역이 요새화 되어 있고 대량살상무기가 있으며 자기를 숭배하도록 전 국민을 세뇌시켜 놓았기 때문에 그를 잡으려면 적어도 미군 삼-사만명은 죽어야 한다는 논리였는데 김정일이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장내는 숙연해 졌고 북폭론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걸 지켜본 김정일은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영리한 가다피도 김정일에게 한 수 배워서 일단 유사시 장기적으로 저항할 수 있도록 핵공격에도 견딜만한 지하 벙커를 구축하고 엄청난 금궤와 자금을 비축해 놓고 있다고 한다.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뼈아픈 전철이 있는 미국이 ‘지상군 진입은 없을 것’이라고 오바마가 미리 못을 박는 이유이다.
재미있는 것은 가다피의 첨단시설을 갖춘 지하 벙커들을 미국과 프랑스의 전문기업들이 시설해주었다는 것이다.
가다피와 김정일은 공교롭게도 1942년생 동갑이다.
69세의 노회한 이 두 독재자들은 아마도 향후 그들만의 노하우를 서로 교감하면서 생존과 체제유지를 위하여 세계 열강들과 피곤한 게임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가다피는 오랫동안 구축해놓은 기득권 계층의 충성과 출신부족의 단단한 지지기반이 있어서 최악의 경우에는 반군의 거점이 되는 벵가지를 중심으로 하는 동부지역과 정부군의 거점이 되는 수도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하는 서부지역을 나누어 통치하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것도 아마 남과 북이 분단되어 장기화된 한국형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독재자들이라고 왜 지혜가 없겠는가?내가 요즈음 리비아 사태를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는 이유는 이것이 바로 우리 조국의 운명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다피가 잘 견뎌 주면 김정일도 안도의 숨을 쉴 것이다.
그러나 반군들이 힘을 얻어 가다피 정권이 무너지면 북한 주민들도 용기를 얻어 봉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다.
미군을 비롯한 다국적군의 목표는 가다피의 시민학살을 막고 반군 들에게 힘을 실어주어 자체적으로 민주혁명을 이루는 것이다.
이걸 익히 아는 가다피는 자신을 끊임없이 십자군에 저항하는 아프리카의 영웅으로 이미지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러시아의 푸틴 수상도 다국적군의 진입을 중세 십자군 침공에 비유해서 비난하고 있는데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대사 등 맹열 여인들의 활약으로 유엔 안보리 표결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권 하게 한 것은 그래도 다행한 일이다문제는 북한의 반응이다.
북한은 즉각 연합군의 리비아공습은 리비아의 주권을 짓밟고 민간인을 폭격하는 반인륜적 범죄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여기까지는 그저 상투적인 반응이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례적으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나와서 리비아가 서방의 공격 대상이 된 것은 그들이 핵을 포기 했기 때문이며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선군의 길은 천만번 정당하다는 것이었다.
왠지 좀 걱정스러운 생각이 든다.
이번 리비아 사태가 김정일에게 오히려 경계심을 주어서 통일문제가 다시 꼬이는 건 아닌지? 어떻게 해서든 이번에 리비아의 민주주의 시민군대가 승리해서 권력을 놓지 못해 자기백성을 상대로 살육전쟁을 감행하고 있는 저 파렴치한 독재자들이 이 땅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는 정의로운 세상이 되어야 할 터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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