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두 용 (참사랑은혜교회 담임목사) 다국적군이 리비아 공습을 시작한지 벌써 두 달이 다 되어 가는데 예상했던 바 이지만 수도 트리폴리에서 ‘사막의 여우’ 가다피의 카 퍼레이드는 아직도 당당하기 만하다.
유엔이 나토 군의 리비아 공습을 승인한 것은 가다피군의 시민 학살을 막으려는 것이지 가다피의 퇴출을 승인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영악한 가다피는 어떻게 하든 시간을 끌며 버티려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답답한 것은 오히려 미국을 위시한 서방측이다.
나토군도 비용이 많이 드는 공습을 계속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바마 행정부는 은밀히 가다피 측에 아프리카 어느 나라로 망명처를 제시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Apr18 SMH) 이렇게 되면 사태 해결의 열쇠가 이 늙은 여우 가다피에게 주어지는 셈이다.
오바마가 기대한 것은 나토군의 공습으로 리비아의 반군들이 힘을 얻어 자체적으로 민주혁명을 이루어주면 가다피를 헤이그 국제재판소에 넘겨 1988년 판암기 격추사건의 책임을 물으려 했던 것인데 가다피에게 충성하는 세력도 만만치 않은데다가 반군의 지도력 부재로 나토군이 개입한지 7주일이 지났는데 도무지 전세의 진전이 없다.
게다가 나토군의 입장도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미,영,불은 가다피의 축출까지 염두에 두고 있지만 같은 나토 회원국인 터키의 ‘에도간’ 수상은 리비아가 제2의 이라크나 아프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슬슬 제동을 걸고 나섰다.
게다가 요즈음에는 소비엩 연방이 붕궤 된지가 언제인데 나토가 왜 지금까지 존속하는가 하는 ‘나토무용론’까지 일고 있다.
(Apr19 TIME) 오바마 행정부가 은밀히 협상안을 내놓을 것 이라는 추측이 이래서 나온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이 시점에서 가다피와의 협상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2백년 전 이때쯤 탁월한 전술로 전 유럽대륙을 집어삼킨 전쟁의 천재 나폴레옹이 50만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를 침공, 모스코에 입성했는데 모스코는 모든 시민과 군대가 철수하고 빈 도시였다.
당시 러시아 황제 알랙산더 1세는 울안에 들어온 ‘몽블랑의 여우’ 나폴레옹의 협상 제안을 거부하고 숲 속에서 실제로 여우사냥을 즐기면서 침착하게 기다렸다.
무섭게 추운 시베리아의 겨울은 다가오고 있었다.
6개월간 텅 빈 도시를 지키다가 지친 나폴레옹은 드디어 철수명령을 내렸다.
이때를 기다리고 있던 시베리아의 늑대 ‘쿠트죠프’ 장군은 퇴각하는 프랑스군의 배후를 공격, 38만명을 참살하고 10만명을 포로로 잡는 대첩을 거둔다.
이때 나폴레옹은 단 2만7천명의 패잔병과 더불어 구사일생으로 강을 건너 돌아 왔다, 이것이 1812년 12월14일 의 일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나폴레옹은 이 뼈아픈 패전으로 말미암아 2년반 뒤에는 워터루 항전을 끝으로 그 화려했던 나폴레옹 시대의 종말을 고하고 말았다.
역사에는 반드시 교훈이 있다.
도저히 패할 수 없는 싸움에서 협상안을 내어 놓는 것은 너무 성급해 보인다.
오바마는 “우리는 이미 가다피의 해외 자산을 동결했으며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가다피를 퇴출시키는 것이 미국의 방침”이라고 나토군 공습이 시작되기 전부터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가다피가 아무리 교활한 사막의 여우라 할 찌라도 이렇게 손발 묶어 놓고 기다리면 제물에 죽게 되어 있다.
그런데 너무 영리한 오바마가 사막의 늙은 여우 가다피를 잡는데 처음에는 몰이꾼 여인 몇 명 앞세우더니 (클린턴 국무장관과 라이스 유엔대사) 이제는 슬그머니 뒷짐 지고 영국과 프랑스에게 주역을 떠넘긴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도 아직은 수퍼 파워라 할 미국과 서방 제국이 가다피 하나 못 잡아서 우왕좌왕하는 꼴이란 도무지 믿음직해 보이지 않는다.
나는 이번 리비아 사태의 전말이 왠지 우리 조국의 운명과 관련이 있을 것 같아 예의 주시하고 있노라고 본란에서 이미 말한 바 있다.
그래서 이 문제를 오늘 다시 한번 조명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만일 노련한 가다피가 다른 나라로 망명하지 않고 나라를 동서로 갈라서 통치하자는 협상안을 들고 나오면 어떻게 할 것 인가? 염려스러운 것은 아직 젊은 오바마와 서방의 지도자들이 가다피의 술수에 넘어가 그 옛날 2차 대전이 끝나면서 미소 양국이 남 북한을 갈라놓았던 것처럼 이 땅에 또 하나의 분단국가를 만들어 놓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김정일도 이에 고무되어 안도의 숨을 쉬게 될 것이고 남북통일도 한참 동안은 물 건너 간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염려스러워 오바마의 취임 연설문을 다시 한번 찾아 보았다.
다행히도 거기에는 전 세계 독재자들을 향한 분명한 메시지가 있었다.
“사회악에 대한 책임을 서구 세계에 전가하는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고합니다.
테러를 일으키거나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함으로써 자신들의 목표를 추구하려는 사람들에게 지금 분명히 전합니다.
당신들은 우리보다 더 오래 지속할 수 는 없습니다.
우리는 당신들을 물리칠 것입니다.
” 오바마의 독재자들과 테러 세력에 대한 분명한 정치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근래 중동과 아프리카 제국에서 일고 있는 민주혁명의 열풍은 혹시 오바마 행정부가 배후에서 치밀히 준비하고 공작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은 아닐까? 이 영리한 오바마는 ‘조지 부시’가 이라크 침공하듯 하지 않고 한 발 물러서서 돈도 안쓰고 미군의 생명도 아끼면서 자기의 계획을 착착 실행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의 이 짐작이 맞는다면 오바마는 이 시대의 탁월한 정치지도자이다.
오바마는 시카고 대학에서 헌법학을 교수했던 학자이다.
나이가 젊다고 그만 경륜과 깊이가 없으란 법도 없다.
어쨌든 오바마가 은밀히 협상안을 제시했다는 것은 헛소문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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