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생활하면서 호주 정치인들을 만나면 귀가 따갑게 듣는 것이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이다.
지난 3월 NSW 주정부의 집권당이 바뀌면서 더욱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타문화에 대한 존중을 강조하는 다문화주의 정신. NSW주만해도 183개국에서 온 사람들이 200가지의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호주가 이런 다인종 이주민국가의 운명이다보니 만약 호주사회 안에서 서로의 문화 차이를 존중하지 않는 일이 생긴다면 문화충돌, 인종갈등 등 갖가지 문제들이 생겨나 정부는 물심양면으로 골머리를 앓게 될 것이다.
그래서일까? 호주 정치인들이 기회가 될 때마다 다문화주의를 외치는 모습이 때로는 무미건조하게 들리고 진정성이 결핍돼 보일 때도 있다.
??흔히 이민자가 주를 이루는 나라의 다문화주의를 말하면서 문화의 특징을 대표적으로 비교하는 국가가 미국과 호주이다.
호주는 샐러드 접시(Salad bowl) 이론을, 미국은 용광로(Melting pot) 이론을 각각 들고 나선다.
용광로 이론은 모든 것을 하나에 담아 녹여버리는 용광로같이 다민족이 하나의 문화로 이민자 사회 전체가 상호 혼합된 문화를 형성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샐러드 접시 이론은 각각의 재료가 고유한 맛을 내는 샐러드처럼 하나의 접시에 섞여 있기는 하지만 각각의 다양한 민족들의 문화를 인정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지난달 29일 ‘2011 다문화마케팅어워드’에 참석한 빅터 도미넬로 NSW주 시민권및커뮤니티장관이 호주의 ‘다문화주의’에 대한 적절한 표현을 했다.
“호주라는 큰 강이 있다고 하면 각각의 소수민족 나라들은 큰 강으로 흘러 들어오는 각각의 지류(支流)인 셈이다.
이들 지류들은 고유의 문화와 특성을 가지고 있을 수 있지만 큰 강으로 들어온 물은 강물의 성격을 가지고 통합되어 흘러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강물이 지속적으로 쉼없이 힘차게 흘러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표현은 아니지만 우리가 흔히 ‘주류사회’라고 명명하는 호주사회는 이민자들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이탈리아나 그리스, 영국인들의 문화나 사회가 아니다.
도미넬로 장관의 말처럼 호주 안에서 하나되어 살아가고 있는 여러 나라 출신배경의 호주인들의 사회이다.
우리 모두가 ‘지류’이면서 흐르는 ‘강’인 것이다.
또한 그의 말처럼 다문화주의 정책은 중단 없이 지속적으로 흘러야 한다.
민심을 모으기 위해 여러 제도와 정책을 만들고 1년 내내 한인 커뮤니티 행사에 의무방어전(?)으로 뛰며 축사를 하는 호주 정치인들을 보면 실제로 한인 커뮤니티에 대한 애정도(愛情度)는 얼마일까 궁금증이 든다.
‘김치를 좋아하고 한국 음식점에 가봤다’라고 말하는 것은 커뮤니티에 대한 애정이 아닌 그의 ‘식습관’인 것이다.
한인사회의 현 이슈가 무엇인지 작은 것에도 귀를 기울이고 단지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 아닌 해결의 묘를 같이 ‘찾아보는’ 모습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도 호주라는 큰 강(江)에 살면서 타민족 문화에 대한 이해와 그들의 가치관, 전통, 관습 등을 얼마나 알려고 했는지 반성해볼 일이다.
다민족주의 정신은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고 하나로 일치해야 하는 것으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야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은형 기자 edit@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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