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훈 원장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병원, 그 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은 왠지 진지하고 특별할 것이라는 상상을 흔히들 하게 된다.
병원을 배경으로 하는 TV 드라마 또는 영화가 대부분 좋은 반응을 얻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점들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조금은 특별한 영역의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있다면 흥미와 관심을 유발할 수 있을까? 이제부터 그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보려고 한다.
한방병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실제로 한방병원이라고 해서 양방병원에서 일어나는 일과 크게 다른 점은 없다고도 할 수 있지만, ‘한의학’이라는 특수한 학문적 배경이 만들어 내는 조금은 특별한 이야기들을 가능한 쉽고 독자들의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연재해 보고자 한다.
오늘은 그 첫번째 이야기로,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어떤 질환이 있을 때 한방 의료 기관을 방문해야겠다고 생각되는가’를 질문했을 때, 이구동성으로 대답을 듣게 되는 ‘중풍’에 관한 이야기다.
중풍이 어떤 이유로 발생하고, 어떤 증상 또는 불편함을 동반하는지, 한의학에서는 어떤 치료를 하는지 등에 관해서는 많은 분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다시 언급해서 성가시게 해 드리고 싶지는 않다.
이런 정보는 어떨까? 중풍 환자가 발생했을 때 보호자들이 취하는 행동 중에 잘못된 것들, 특히 한국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잘못이 있다면 한번쯤 기억에 담아두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가까운 가족 또는 주변인에게 중풍이라는 병이 생기면, 많은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대처할까? 중풍이 발생하면, 환자분들이 갑자기 정신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흔하며, 그럴 경우 환자분을 편안하게 눕혀드리는 것은 상식적인 반응이라고 하겠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많은 한국 가정에 흔히들 가정 상비약으로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한약이 있다.
바로 우황청심환이다.
하지만, 우황청심환이 문제라거나, 이 약을 이러한 상황에서 쓰는 것이 문제라는 것은 전혀 아니다.
문제는 이 한약의 복용 과정에 있다.
다시 한번 상황을 가정해 보자. 환자가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져서 편안한 곳으로 옮긴 상황이다.
병원에 갈 차편 또는 앰뷸런스를 기다리는 동안 약간의 시간이 있다.
응급처치로 환자에게 상비약을 복용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핵심은 환자가 정신을 잃었다는 것이다.
정신을 잃은 환자에게 어떤 방법으로 약을 먹일 수 있을까? 너무 쉬운 질문이다.
적당한 용기에 미지근한 물을 붓고 그 속에 우황청심환을 담가 잘 녹이거나 개서, 환자의 입을 벌리고 조금씩 흘려 넣거나 숫가락으로 떠 넣으면 된다고 생각하실 수 있다.
하지만 정답은, NO다! 왜냐하면, 많은 중풍 환자분들이 팔, 다리가 마비가 되듯이 삼키는 기능이 마비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으로 흘려 넣은 한약이 식도를 통해 위장으로 흘러들어가지 않고, 기도를 통해 폐로 흘러들어간다면 의학적으로 ‘흡입성 폐렴’이라는 병이 발생하게 된다.
쉽게 말해서 폐로 들어간 음식으로 인해 폐에 염증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중풍 치료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무엇보다도 중요한 발병 초기에, 폐에 생긴 염증 치료라는 달갑지 않은 불청객을 쫓아내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에이, 그런 일이 뭐 그렇게 많이 생기려구? 누가 바보처럼 그런 짓을 해?’ 라고 생각하신다면, 크게 잘못 생각하고 계신 것이다.
중풍 환자분이 병원을 방문하면 반드시 놓치지 않고 확인해야 할 질문이 “쓰러지시고 난 뒤에 혹시 환자분이 뭔가 드신 것이 있나요?”라는 질문이다라는 것은 의사라면 기본 중에서도 기본에 속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어떤 분들은 이 글을 읽으시고 고개를 끄떡이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죄송하게도 본인 혼자 고개를 끄덕이시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본인만 알고 계시면 주변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는 있겠지만, 만일 본인에게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도움을 받으실 수 없을테니까 말이다.
(자료제공 월드씨티 한의원02-9281-7311)조정훈?약력경희대 한의대 졸업 & 동대학 박사전, 경희대학교 교수(한방부인과 전공)현, 월드씨티 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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