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산책을 하면서 어젯 밤에 시청한 Bondi Vet 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머리에 떠 올랐다.
개, 고양이, 새, 펭귄, 여러 가지 다양한 동물들을 치료하는 과정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한 남자가 자신의 개를 데리고 수의사를 찾았다.
바다에서 놀던 중 독이 있는 해파리에게 개의 입 주위가 물렸다고 한다.
개는 치료를 받으며 많이 아픈지 눈물까지 흘렸다.
진료실 밖에서 기다리는 남자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얼마 후 개가 치료를 마치고 수의사의 손에 의해 주인에게 인계 되었다.
개와 주인은 오랜 이별 후 만난 것처럼 얼싸안고 어쩔 줄 몰라했다.
얼마 후 장면이 바뀌고 개의 주인이 문신을 하려고 간이 침대에 누워있다.
개는 그 아래서 자기 발에 얼굴을 기대고 모델이 되어 있다.
남자의 모습이 확대되어 나타났다.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지고 신음 소리가 들렸다.
문신은 어떤 심벌이나 문자도 아닌 자신이 기르고 있는 개의 얼굴을 새기는 거였다.
문신하는 과정에서 그 부위에 피가 맺히고 살갗이 부풀어 올라 도저히 바라볼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 주인은 자신의 문신을 개에게 보여주며 “이것 봐 이것이 너야!” 하며 개를 품에 안고 감격해 했다.
마치 정밀묘사 한 것처럼 개의 머리 부분이 남자의 가슴 밑에 그려져 있다.
그것을 보면서 무어라 말하기 힘든 서글픈 감정이 지나갔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많은 만남들이 있다.
나이가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개의 주인도 친구, 가족, 이웃, 등 여러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아닌 동물이 그에게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 있었다.
끔찍하게 개를 사랑하는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지만 어떤 사연이 있을 것이다.
몸 집도 큰 불독, 좀 무섭게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남자에게는 세상 그 누구 보다 소중한 존재일 것이 틀림없다.
주인은 개를 자신의 신체 중 일 부분을 떼어 줄 정도로 사랑하고 있다.
인륜을 저 버린 사람에게 ‘개 만도 못한 사람’ 이라는 표현을 한다.
실화를 통해서도 개가 얼마나 주인에게 충성스러운 존재인지 알 수 있고 동화에도 이런 내용의 글이 많이 실려있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사랑 받을 만한 소중한 가치가 있다.
그렇지만 사람보다 더 개를 사랑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우리는 모든 자연과 동물과 이 세상에 있는 것들을 아끼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질서와 조화가 있어야 아름다운 관계를 이루어 나갈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이 만드신 모든 피조물이 서로 사랑하며 살기를 원하고 계시다.
하지만 사람은 사랑을 주면 그 만큼 받으려는 욕구가 앞선다.
원하는 마음이 채워지지 않으면 금새 등을 보인다.
말로는 용서 한다 하면서 마음으로 용서 하지 못해 자신이 더 힘들어 한다.
사람은 일방적인 사랑을 하기에는 너무 연약하면서도 강하다.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고 한 계절이 지나가기도 전에 먼저 떠나는 것이 사람이다.
그렇지만 개는 주인이 화를 낼 때도 말없이 받아주고 곁을 떠나지 않고 주위에서 맴돈다.
어떤 경우에도 결코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주인의 발 소리만 들어도 꼬리를 흔들며 좋아하는 개는 죽기 전까지 주인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호주 사람들은 유난히 개와 고양이를 좋아한다.
산책을 하며 개와 함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어떤 사람은 개 두 서너 마리를 데리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배 아파 낳은 자식과 똑 같이 개에게 말을 하고 사랑을 표현한다.
애완견이라기 보다는 가족의 한 구성원이라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여자 친구와 언젠가 와본 적이 있을 지도 모르는 바다에서 개와 놀고 있는 남자. 바다를 담은 눈길 주는 개에게서 느낀 사랑은 어떤 모양일까? 사람이 개에게 더 정을 주는 경우는 아마도 외롭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남아 있는 아픔을 대신 할 수 있는 친구라 생각할 수도 있다.
이 세상 그 누구와도 나누어 가질 수 없는 외로움을 개와 나누고 있는 그 남자가 더 외로워 보였다.
당선소감최은옥좋은 글 쓰기를 원하지만 날개만 퍼덕이는 아기 새처럼 깃털만 잃어 마음 아플 때가 많았습니다.
글 보다 느낌표 하나가, 흰 여백이 더 착해 보일 때도 있었습니다.
가난한 글이 기뻐하는 모습에 잠을 뒤척였습니다.
꿈 속에서 또 꿈을 꾸며 하룻 밤을 보낸 것 같습니다.
낮의 해가 별에게 자리를 내어 주듯이 우리들의 삶도 기쁨과 슬픔을 오고가며 홀로서기를 배웁니다.
외로움을 품을 수 있을 때 진실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표면적으로 연약하고 초라해 보여도 그것이 진실이라면 묵묵히 걸어가겠다는 마음의 연을 날아가지 않게 붙잡으려 합니다.
부족한 글 선에 올려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 드리며 이 순간에도 저에 대한 각본을 쓰고 계시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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