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풍이 발생했을 때 구급약 복용과 관련된 주의 사항에 이어, 오늘은 ‘중풍’과 관련된 두 번째 이야기로 ‘중풍 환자의 면회’에 관한 이야기다.
다른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수 있지만, 중풍이라는 질환의 특성 때문에 문병 가시는 분들의 지혜가 요구되는 부분이 있다.

‘환자 면회에도 주의 사항이 필요한가?’라며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중풍 환자들이 발병 초기에는 의식을 잃는 경우가 많으며, 설령 의식은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의료진에 의해 면회가 금지 또는 제한된다는 사실을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시리라 생각된다.
이런 조치가 필요한 이유는 중풍이라는 질환이 ‘뇌’라는 대단히 중요하고도 연약한 기관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중풍 발생초기에는 환자의 육체적, 정신적 ‘안정’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며, 다른 어떤 질환보다도 더욱 요구된다.

하지만 실제로 어떤 상황이 발생할까? 환자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현재 상태는 어떤지 등의 염려 때문에, 최대한 빨리 병원을 방문해서 환자를 보고싶고, 걱정에 싸여있을 가족들을 위로하고 걱정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막상 병원을 방문해 보니, 언제나 건강하고 활동적이던 사람이 의식을 잃고 있거나, 겨우 정신을 차렸다고 하더라도 신체 일부를 못 움직이는 모습을 보거나, 말이 어눌해서 의사 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등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을 보면 누구든지 안타깝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하기 시작한다.
면회 오신 대부분의 분들이 걱정이 깃든 위로의 말을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전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으로 생각된다.
친분이 두텁거나 가까운 가족, 예를 들어 아들 딸 또는 형제 자매라면 이런 상황을 보고 눈물을 참는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는 환자가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하거나 이제 막 위험한 시기를 지나 안정을 취하기 시작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의도와는 달리 이런 위로의 말이나 눈물이, 겨우 안정을 찾기 시작하는 환자에게는 대단히 큰 정신적 부담을 주게 마련이며, 그 정도가 심할 경우에는 중풍이 더 심해지거나 재발을 촉발시키는 한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나쁜 경우들이 계속 겹치는 것을 가정한 것이라, 언제나 이렇게 악화일로의 과정만 발생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방병원에 근무하는 레지던트들 사이에서, 주말에 문병객들을 쫓아내는(?) 소위 ‘주말 문병인 특별 관리’는 오래된 전통이며 불문율처럼 전해져 내려온다.
왜냐하면 많은 문병인들이 바쁜 주중보다는 주말을 이용해서 환자를 방문하기 때문이며, 주말 저녁에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가 흔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병원 입원 경험이 있는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길, 입원 초기에는 성가실(?) 정도로 문병인들이 많지만,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 병실 문이 열릴 때마다 혹시 날 찾아온 사람이 아닌가 확인하게 된다고 한다.
환자도 보호자들도 당황스럽고 경황이 없는 입원 초기보다,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고 퇴원 이후에 대한 걱정이 늘게되는 입원 후기에 병원을 찾아와서 따뜻한 위로와 걱정을 함께 해 준 사람이,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더 고맙게 여겨지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고 하면 너무 지나친 억지가 될까?
조정훈
글쓴이 약력경희대 한의대 졸업 & 동대학 박사전, 경희대학교 교수(한방부인과 전공)현, 월드씨티 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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