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에 시드니 시내 중심가인 피트스트리트에서 ‘2012년 민족설 축제’가 많은 교민들과 외국인들의 참여 속에 성공리에 개최되었다.
이 축제의 일환으로 사상체질 감별 행사를 진행했는데, 많은 분이 체질과 건강에 대해서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방병원을 방문한 환자들의 개인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제 체질이 뭔가요?’라고 물어보는 분 역시 적지 않다.
그래서 오늘은 ‘체질’에 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보고자 한다.

한방 병원에 근무하게 되면, “저는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이예요”라거나, “저는 아주 특별한 체질이예요”라고 표현하는 환자를 드물지 않게 진료하게 된다.
이런 경우에 사용된 ‘체질’이라는 표현과, “저는 소음인 체질이라고 들었습니다”라는 표현 중의 ‘체질’이 같은 용어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다르다는 것은 능히 짐작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지난 28일 행사에 참여한 분들과 상담을 하면서, 이미 많은 분들이 이미 한번쯤은 ‘사상의학’이라는 용어를 접해 본 경험이 있으며 ‘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이라는 사상의학에서 말하는 전문용어들도 (실제로, 이 용어들과 관련된 내용들은 한의사들에게도 대단히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워낙 유명세를 타고 있는 주제라, 혹시 사상의학이 무엇인지, 사상체질이 무엇인지, 각 체질별로 어떤 특성이 있는지, 어떤 음식이 좋은지 등이 궁금한 분은 인터넷이나 다른 의학칼럼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므로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글에서 잠시 눈을 떼고 각자 자신에게 ‘과연 내가 왜 내 체질을 궁금해 했던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여러가지 다양한 이유들이 떠 올랐으리라 짐작이 되지만, 한의학을 전공해서 진료를 하고 있는 분이 아니라면 아마도 ‘내 체질을 안다면, 그 약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릴 수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실용적인 목적이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이유가 아닐까 한다.

실제로, 28일 행사에 참여한 많은 분들이 상담 마지막에 했던 질문 역시 “그래서 내게 좋은 음식은 무엇이고, 피해야 하는 음식은 무엇입니까?”라는 것이었다.

의료진이 질병치료 또는 건강개선을 위해 적절한 음식을 적극적으로 섭취하거나 피할 것을 권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빈혈이 심하면 철분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복용하고, 혈압이 높은 경우에 염분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제는 거의 상식에 속한다.
이와 같이 특정 음식의 섭취를 늘리거나 제한하는 것이 질병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체질별로 적절한 음식을 섭취하거나 제한하는 것 역시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 추측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특정 질환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음식을 조절하는 경우를, 전반적인 건강 유지를 위해 음식을 조절하는 경우와 동일한 맥락으로 이해해도 되는 것일까? 철분이나 염분도 음식이고 밀가루도 음식이니, 혈압 조절을 위해 소금을 피하듯, 사상체질에 따라서 밀가루를 피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권고 때문에 만두피를 벗겨내고, 밥상 위에 소고기로 만든 반찬이 가득하다면 ‘편식’이 아닐까? ‘편식’이 아니라 음식을 ‘조절’하는 것이라면, 네이버 국어사전에 있는 ‘편식; 명사, 어떤 특정 음식만을 가려서 즐겨 먹음’이라는 것과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결국에는 같은 말을 미화하는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으며, 비록 의료진은 좋은 뜻으로 권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충고를 적극적으로 생활에 적용하려면 결국 편식을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
질병 치료를 위해 음식을 조절하는 것이 건강 유지를 위한 음식 조절보다 더 중요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한의학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보다 질병을 예방하는 의사가 더 능력 있는 의사’라는 구절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음식 섭취에 대한 주의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려는 시도는 권장할만한 것이다.
하지만 건강 유지를 위해 편식을 해야 한다면 과연 그 방법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조정훈글쓴이 약력경희대 한의대 졸업 & 동대학 박사전, 경희대학교 교수(한방부인과 전공)현, 월드씨티 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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