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바짝 차리는 것과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법당에 촛불을 밝히고 향을 사른다.
새벽예불은 수행의 일과를 시작하는 첫 의식이며 출가자의 보리 道다.

출가자는 고요히 앉는 곳 그곳이 법당이며 갈고 닦은 염불이 묘하게 쓰일 때 법 향이 나는 것이다.
여법하게 녹아 스며드는 염불에서 불자들은 희열을 느끼며 신심이 생기고 입안을 맴돌아 가슴에 닿으면 몸과 마음의 때를 벗기고 정신적 안정과 함께 불연佛緣은 돈독해진다.
평상심에서 일상 생활의 가고, 머물고, 앉고, 누움에 있어서 마음의 평정平靜과 평등平等을 유지하는 것이 불심지인 선禪의 道라 하겠다.

새벽녘 동트는 태양을 보며 오늘의 시작이고 끝이라는 생각으로 붉은 마침표를 찍는 마음으로 오늘은 어느 누구와 사랑스런 대화로 나의 눈과 코와 귀 그리고 입과 혀로 반갑게 상봉하여 얼마나 맑고 고운 대화로 보시할 것인가를 준비하면 좋겠다.

부질없는 일들에 마음을 두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나 모두 족히 수도할 수 있으며 마음을 휘감고 있는 세상의 모든 번뇌를 벗어 던지고 청정한 마음으로 일상생활에 임할 수 있지 않을 까 생각된다.

분별없는 분별심을 버리고 사람과 사람간의 인연의 흐름을 분별심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여실지견如實知見), 모든 현상의 실상實相을 보게 되리라.
인간관계의 이치를 깨닫고, 과거나 미래의 허상에 매이는 삶에서 ‘지금 여기’의 삶으로 깨어나 무의식적인 말과 행동을 줄이고 항상 깨어있는 눈뜬 물고기처럼 또렷하고 고요한 정신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팔만 사천의 번뇌를 푸는 우리 중생들의 화구이니 한결같이 비단결 같은 마음으로 법희선열法喜禪悅(깨닫는 기쁨)을 맛보기 바라며 자비의 행行과 원願을 실천하여 잠시도 道를 떠날 수 없음을 일상생활화 해야 되겠다.

나는 세상과 절연하고 속세를 떠난 사회적 자살자, 출가자다.
바꾸어 말하면 대복을 누릴 수 있는 바로 그런 사회적 자살이다.
못난 자살자에게 아낌없이 손 내밀어 주는 이 새 생명의 터 또다른 지중한 인연은 불, 법, 승, 삼보三寶인 것이다.
인연만큼 철두철미한 것은 이 세상에 없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것이 인연법인데 어찌 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후일 눈이 밝아져 이 모든 인연을 돌이켜 볼 수 있다 하더라도 지중함과 묘함이 조금도 줄어들지 않으리라. 평상심이 道임을 깨닫는 하루이게 하소서.
호주 시드니에 첫발을 딛고 지금까지 함께한 모든 지중한 인연, 그리고 아름다운 우주에 감사한다.
나무 관세음보살
그대
그대하늘한 몸에서 풍기는 香시방삼세 맑히는 바람흔들리는 잎새가지마다그대 천의 손곱게 휜 눈썹물방울 진주 영롱한 비움그대 천의 눈
여량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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