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병원을 방문하시는 환자분들의 거의 대부분이 이미 병원 또는 한의원을 방문해서 치료를 받은 경험을 갖고 계신다.
특히 그 원인이 근육 통증, 관절염처럼 비교적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것일 경우에는 이전에 치료를 받으신 병원 또는 한의원의 숫자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여러 의료기관에서 이런 저런 치료를 받으신 경험이 많으신 환자분들 중 많은 분들은 본인의 질환 또는 건강 상황에 대해서 대단히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
환자분들의 이러한 사전 지식이 신속하고 효과적인 진료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적지는 않지만, 어떤 경우에는 역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잘못된 의학 상식 또는 정보로 인해 이런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르지만 환자분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신빙성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의학 정보로 인해 이런 경우가 발생하는 경우도 결코 적지 않다.
때로는 이러한 상황이 환자분의 건강에 대단히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 것인 경우도 적지 않다.

오늘은 그 첫 번째 경우로 혈압약과 당뇨약 복용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왜냐하면 한방병원을 방문하는 적지 않은 환자들이 고혈압 또는 당뇨병 진단을 이미 받은 경험이 있다.
이들 질환은 그 자체도 심각한 질환이지만, 적절히 조절되지 않을 경우 대단히 위험한 합병증 또는 다른 질환과 연관이 되기 때문이다.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가 약을 복용하지 않고 있어 이유를 물어봤다.
“고혈압 약이나 당뇨약은 한 번 복용을 시작하면 평생 복용을 해야하기 때문에 아예 복용을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더라”고 확신에 찬(?) 대답을 한다.

또 “그래서 식이요법 또는 운동 요법으로 조절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물론 고혈압이나 당뇨 조절을 위해 운동요법이나 식이요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위와같은 이유로 약을 복용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상황으로 연결될 수 있다.
절대로 환자 임의로 이런 결정을 내리면 안된다.

더욱 흔한 경우는 고혈압 또는 당뇨병에 대한 약물을 복용하다가 환자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복용양을 줄이는 것이다.
고혈압이나 당뇨를 진단받으면 여러가지 합병증 또는 동반질환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처음에는 시간에 맞추어서 정해진 양을 정확히 복용하게 된다.
약을 복용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혈압 또는 혈당을 체크해 보게 되는데 문제는 그 검사 결과가 정상 범위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고혈압 또는 당뇨병에 대한 약을 복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을 복용하는데도 혈압 또는 혈당이 정상 범위를 벗어난다면 복용하고 있는 약의 종류 또는 양을 조절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환자들은 이 상황을 고혈압 또는 당뇨병이 ‘치료’됨으로 오해해서 더 이상 약을 복용할 필요가 없다고 스스로 판단해 약 복용을 멈추거나 양을 줄여 버린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고혈압과 당뇨병에 대한 ‘치료’ 약물은 없다는 점이다.
흔히 고혈압약 또는 당뇨병약 이라고 말하는 약물들은 고혈압과 당뇨병을 ‘치료’하는 약물이 아니라 ‘단순히 정상 범위로 조절’하는 기능을 하는 약물들이다.

고혈압 또는 당뇨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해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약물들은 아직 까지는 없다는 점이다.
특히 중요한 점은 이렇게 복용 중간에 임의로 복용을 멈춘 후에 보다 위험한 질환이 발생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을 갖고 다양한 정보를 통해 개인의 건강을 관리하려는 노력은 참으로 바람직한 자세이다.
그러나 선입관이나 편견 때문에 자칫 건강을 헤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정훈 / 글쓴이 약력경희대 한의대 졸업 & 동대학 박사전, 경희대학교 교수(한방부인과 전공)현, 월드씨티 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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