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먹고 사는 배우들이 입양아를 키우는 것에는 찬반양론이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인 입양가정에 동질감을 주고 용기를 줄 수 있다.

최근 배우 차인표가 SBS방송의 한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 두 딸의 입양 사연을 공개한 것이 화제였다.
아들을 낳아 행복하게 살고 있던 차인표, 신애라 부부는 2005년 예은이를 공개 입양했고 2007년에는 예진이를 공개 입양했다.
그는 “낳아준 엄마, 기르는 엄마 이렇게 엄마가 둘이란 걸 아이들도 이제 안다.
아내는 아이들을 재울 때 항상 낳아준 엄마를 위해 기도하라 한다”고 말했다.

인기 미국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로 스타반열에 오른 여배우 캐서린 헤이글은 2009년 9월 한국에서 딸 네이리 문을 입양해 키웠다.
캐서린이 유독 한국에 유대감을 가지고 딸까지 입양한 것은 다름아닌 캐서린의 언니가 입양된 한인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딸 네이리가 앞으로 한국이라는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고 자랐으면 좋겠다”며 한국에 남다른 애정을 표현했다.
감동적인 것은 입양 당시 네이리가 선천성 심장기형으로 태어나 개복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니 건강하지 않은 사실을 알고도 내 아이처럼 키우겠다고 나선 용기가 참으로 가상하다.

남편인 가수 조쉬 켈리 역시 딸 네이리로 인해 변화된 삶을 노래 속에 담아 딸에 대한 사랑을 가득 담은 뮤직 비디오를 선보였다.
유투브에 올라 화제가 된 ‘네이리 문’ 뮤직비디오는 아이를 처음 데려오던 날부터 성장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담아냈다.

이런 유명 배우들의 입양아 스토리를 들으면 한편의 휴먼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듯하다.
호주동아일보 특별기획으로 한인아동을 입양한 호주 가정들을 1달에 1번씩 방문한다.
부유한 호주사람들이라 아이들을 잘 돌볼 수 있는 재원을 가지고 있고 어쩌면 호주에서 아이들은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고 물질적인 것에 구애 받지 않고 지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입양은 생활’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각 가정마다 가슴에 묻어 둔 따뜻한 사연이 있고(이런 연유로 가슴으로 낳았다고 하나보다) 형제 구성원들도 모두 다르다.
생긴 모습이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공개 입양된다.
보통 몇 년씩 오랜 기다림 끝에 아이들이 호주로 오기 때문에 가정마다 완전한 가족이 되기까지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사진들이 여기 저기 참 많이 걸려 있다.
엄마, 아빠가 아이들을 키우며 울고 웃던 과정이 사진첩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아이뿐 아니라 호주부모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돼 있고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마음만 있다면 서로 노력하는 가운데 갈등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시행착오도 단기간에 줄일 수 있다.
입양아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한글학교에는 해가 갈수록 많은 호주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한인 정체성을 잃지 않게 해주려고 등록이 늘고 있다고 한다.

호주 가정에 입양된 한인아동들을 취재할 때마다 나는 20년 전 영국에서 만났던 입양아들이 떠오른다.
이들은 이미 성인이고 대다수가 스위스로 입양된 경우였다.
1991년 나는 ‘이 친구들에게 영어로 한글과 한국문화를 가르쳐주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 아닌가’하며 공짜로 영어 공부할 심산으로 접근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들의 대답은 나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왜 내가 한글을 배워야 하나? 난 배울 이유도 없고 별로 관심이 없다.
나는 한국에서 버려졌다”고 대답했다.
당시만해도 한국은 유럽에서 먼 나라였기 때문에 입양아들 중 한국에 가본 사람은 거의 없었고 TV에서 국제뉴스로 간간히 한국을 접할 뿐이었다.
물론 인터넷이 통용되던 시절도 아니었기에 한국에 대한 정보는 거의 구할 수 없었다.
내가 서툰 솜씨로 불고기와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주자 굉장히 신기해 했던 기억이 난다.

김치를 잘게 잘라 입에 넣으며 찡그리는 입양인 친구들에게 “한국사람이면 이 정도 매운 것은 참아야 해”라고 농담하자 급히 정색을 하고 “나는 껍질(겉모습)만 동양인이지 실제로 난 스위스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세계 제일의 복지수준을 자랑하는 아름답고 넉넉한 나라 스위스에서 입양 친구들 중 행복하지 못한 삶을 누리는 이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그러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렇지 못한 아이들일수록 당당하고 행복하게 성장했으면 좋겠다.

이은형 기자 catherine@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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