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병원에 함께 근무하는 직원중 한 명이 병원에서 위염진단을 받고 오랫동안 약을 복용하였는데도 뚜렷한 차도가 없어 한방치료를 원했었다.
그래서 침치료와 더불어 한약을 처방해 주었다.
며칠후에 소화가 편하다는 말을 전해듣고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다는 것이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일전에 본인에게 처방해 준 한약이 어떤 약인지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 설명을 듣고도 별로 표정이 밝지가 않아보여 궁금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 보았다.
가능하면 솔직한 대답을 듣고 싶다고 했더니 일전에 산부인과 분야로 한의원을 찾은 환자에게도 똑같은 한약이 처방된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한의과 대학 교수로 근무하면서 자주 접하게 되는 질문중의 하나가 ‘한방치료와 양방치료의 차이점이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한방치료는 병을 ‘한방’에 치료하는것이고 양방치료는 ‘양방’에 치료하는 것이다 라는 우스운 대답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솔직히 이 질문에 대해서 한의사 마다 다양한 주장과 입장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생각된다.
그러나 아마도 가장 흔한 대답이 앞에서 이야기했던 직원에게 들려 주었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사실 함께 근무하는 직원에게 처방했던 한약은 많은 분들이 한번쯤은 들어 보셨을 것으로 생각되는 ‘보중익기탕’이라는처방으로 몸의중앙(중)에 있는 소화기의 기능을 보충(보)해서 몸속의 기운(기)에 이익이(익)이 되게 하는 처방(탕)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즉 오랜기간 동안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던 소화기의 기능을 활발히하면서 이로인해 부족해진 우리 몸의 기운을 보충할 목적으로 처방을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또 다른 환자분은 어떤 불편함이 있으셨던 것일까? 이 환자분은 막 50세가 댔다.
중년 이후 여성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자궁근종’ (병원에서는 이런 어려운 질병 이름보다는 흔히 ‘자궁에 물혹이 있어요’라고 설명을 한다) 이라는 질병을 진단 받고 한의원을 찾았다.
본인이 복용했던 한약이 산부인과적인 이상이 있는 여성에게 사용되는 처방이라는 사실을 30대 미혼 여성이 알게 된다면 결코 기분이 좋을 리는 없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하지만 이 중년 여성이자 궁근종이라는 전혀 다른 분야의 질환으로 한의원을 방문하셨지만 한방치료의 초점이 우리 몸의 기운 보충에 있었기 때문에 보중익기탕이 동일하게 처방되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자궁근종 환자들처럼 이 중년 여성도 심한 빈혈을 호소했다.

직접적으로 혈액을 보충하는 것보다는 우리 몸의 기운을 북돋아 줌을 통해 혈액의 생산을 촉진하는 것이 보다 유리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한방치료에 대해 이해가 없는분들이 본다면 전혀 다른 분야의 질환에 동일한 처방이 사용되는 이런 상황을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려울일이지만 이런 부분이 한방치료와 양방치료의 큰 차이점이다.
또 한방치료의 묘미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와 같은 치료가 이루어지는 배경에는 한방치료와 양방치료의 또 하나의 큰차이, 즉 ‘의사의 관심이 무엇에 있는가’ 라는 것이다.
언제나 누구나 그렇다고 말하기는 곤란할지도 모르지만 한의사들이 환자의 건강전반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의료진도 환자들도 느끼는 차이일 것으로 생각된다.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환자들이 병원에서 듣고 오는 진단명이나 특정 위치의 특정질환 또는 불편함은 한방치료에서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한의사들의 관심은 오직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을 방해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무엇인가에만 있다.

이 방해요인만 적절히 해결하면 어떤 부위의 어떤 불편함이든지 해결이 된다라는 것이 한방치료의 근본정신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을 긴밀히 연결된 하나의 완전한 구조로 생각하는 이러한 한의학의 장점이 수천년 한의학의 역사를 가능하게 만든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합리성과 객관성을 요구하는 현대과학의 입장에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되기도 하는 듯하다.
어린시절 ‘우리 산을 푸르게’라는 기치 아래 매년 식목일이면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이 큰 행사였던 시절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전체 삼림의 건강을 살피는 것은 복잡하고 어려우니 녹지화만을 목표로 특정 지역에 나무만 심고 가꾼 이 사업이 대한민국 전체 산림을 얼마나 건강하게 만들어 놓았을까? 아모쪼록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속담의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조정훈 / 글쓴이 약력경희대 한의대 졸업 & 동대학 박사전, 경희대학교 교수(한방부인과 전공)현, 월드씨티 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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