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시드니한국문화원(원장 이동옥)이 지난 4일 첫번째 생일을 맞았다.
사람으로 치면 솜털 숭숭 나고 젖비린내 솔솔 나던 아기가 목도 가누고 앉기도 하며 점점 독립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우선 1년 동안 문화원을 잘 자라게 해준 엄마, 아빠, 누나, 형 역할을 열심히 한 직원들께 감사드린다.

원래 프로젝트나 행사가 보기에 근사해 보일수록 무대 커튼 뒤에 가려져 일하는 사람들은 몇 배 더 고생하는 법이다.
호주에 한국을 알리는 일이 쉽지 만은 않기 때문에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생산하고 아이디어를 짜내야 한다.
?문화(文化, culture)라고 하면 사람들은 음악, 미술, 문학, 연극, 영화와 같은 예술 분야를 지칭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런 쪽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본인이 문화 생활과 동떨어져 있다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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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화는 ‘생활양식’이다.
좀 더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한 사회의 주요한 행동 양식이나 상징 체계를 말한다.
즉, 사회사상, 가치관, 행동양식 등의 차이에 따른 다양한 관점의 이론적 기반에 따라 여러 가지 ‘문화’에 대한 정의가 존재한다.
사람들은 상품으로 대중문화, 유행가와 같은 것들을 소비함으로써 문화를 접하기도 한다
시드니에서 한국문화원은 호주인에게 한국음식과 전통문화만을 보여주는 장소가 아니다.
한국인의 정서와 관념, 사상과 가치관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인터넷이 없었을 때 한국에서의 일본 문화원, 독일 문화원, 프랑스 문화원이란 대학생들에게 미지(?)의 새로운 세계를 알게 해주는 창구였다.

프랑스 문화원에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보지도 않았던 프랑스 어느 도시에 간 기분이었고, 문화원 직원들의 밝은 인사가 웬지 이국적으로 느껴졌다.
당시에는 외국잡지나 서적이 자유롭게 서점 판매를 하지 않았을 때라 그것을 뒤적거리는 것 자체가 하나의 폼나는 즐거움이었다.
친구들 중에는 프랑스 문화원에서 정기적으로 상영하는 영화를 보기 위해 회원증을 발급받아 출입하는 부류도 있었다.

4일 한국문화원 개원 1주년 행사에서 아시아계뿐만이 아닌 많은 다민족 국가의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이 한국을 좀 더 알고 싶어하고 한국문화의 우수성에 탄복하는 것을 보았다.
어떤 말레이시아 여성은 남편이 한국인이라서 원활한 대화를 위해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각자가 다른 필요에 의해 한국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거나 자료를 찾아보고 있다.
그러나 한국문화의 놀라운 특성 중 하나는 ‘알면 알수록 매력에 빠져 끊기 어렵다’는 것이다.
K 팝을 들으면 한국 영화를 보게 되고 영화를 보면 그 속에 나오는 음식이나 풍경 거리가 매우 흥미롭다는 것이다.
나도 일본 드라마를 보면서 도쿄 커리어 우먼들이 사는 숙소 장면을, 이야기 흐름과는 상관없이 그냥 생활 단면을 엿보는 게 재미있어 유심히 봤던 기억이 난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즐겁고, 즐기는 만큼 느끼는 게 많아지는 법이다.

시드니 시내에 위치해 최적의 입지 조건을 자랑하는 한국문화원은 매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호주인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매주 목요일 정기적으로 한국 영화를 상영하는 ‘시네마 온 더 파크’, 한식의 세계화를 겨냥하는 ‘한식요리 강좌’, 대기자가 넘칠 정도로 인기만점인 ‘한국어 강좌’, K 팝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이 모이는 ‘K 팝댄스 강좌’, 은은한 한지로 실용적인 작품을 만드는 ‘한지공예 강좌’ 그리고 시드니 한인사회 문화예술인을 만나볼 수 있는 ‘파티 온 더 파크’ 등 매일매일이 알차다.

이제 한국문화원은 한호 양국이 진정성을 가진 컨텐츠 교류를 통해 서로의 유대감을 돈독하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차세대들이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지 호주인들에게 우리의 문화를 자랑스럽게 설명해줄 수 있도록 더욱 기여해야 한다.

이제 막 돌을 지나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에게 너무 많은 기대와 요구를 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
그렇다면 지금은 “태어나줘서 고맙다.
무럭무럭 자라거라”라고 격려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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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형 기자 catherine@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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