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민간요법’이라는 이름으로, 어디어디에 또는 이런저런 증상 또는 불편함에는 특정 한약이 좋다라는 식의 이야기들이 전해져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며, 이런 민간요법들 중 일부는 약물 개발의 기초적인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며, 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 어떤 경우에는 상당한 근거가 있는 민간요법들도 적지 않고, 특정 민간요법에서 말하는 식물이 한의학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약재인 경우 역시 드물다.

이 정도의 서두만으로 ‘민간요법은 정확하지 않으니, 전문가인 한의사들에게 상담 후 복용하라는 말이구나…’라고 짐작을 하셨다면, 오늘은 조금 다른 각도의 정보를 얻으실 수 있으실테니 조금만 더 인내심을 발휘해 주실 것을 부탁드리고 싶다.

한의학에서 사용되는 약재들 중 적지 않은 종류가 우리의 가까운 일상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며, 심지어는 흔히 섭취하는 음식 중에도 한약으로 사용되는 것들이 꽤 있다.
사실, 이런 음식(?)들이 포함된 처방을 해 드린 후, 환자분들께 처방 내용을 설명드리려면 상당히 곤혹스러운데, 본인이 복용해야 할 약이 너무나도 친근한 재료로 만들어진 ‘요리’가 아닌 ‘한약’이라는 사실을 환자분들이 받아들이셔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한약이 우리의 일상 생활과 가깝다는 것이 약간의 어려움을 만들기도 하지만, 이것은 아주 사소한 어려움이라고 생각된다.

한약재 또는 민간요법에서 권해지는 약재들에 대한 친근감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친하기 때문에 ‘너무 믿게 된다’는 점이 아닐까? 한방 병원을 방문하시는 환자분들은 상대적으로 한약에 대한 신뢰가 있으신 분들이셔서 더욱 그럴 것으로 생각되지만, 개인의 질병 또는 건강에 좋다는 이런 저런 방법을 평소에 실천하는 분들이 적지 않으시며, 그 중 적지 않은 방법들이 특정 식물(약재)를 이렇게 저렇게 복용하라는 식이다.

이 자리에서 짚어보고 싶은 점은, 이 방법들을 선택하게 되는 ‘과정’에 있다.
즉 건강 유지법을 선택할 때 그 방법들이 개인의 건강에 도움이 될까라는 ‘유효성’을 따지기에 앞서 그 방법이 개인 건강에 해가 되지는 않는가라는 ‘안전성’에 대한 생각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재료가 되는 식물(약재)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대상이라는 이유 때문에, 그것이 개인의 건강에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없이 오직 ‘효과’만으로 특정 건강법을 선택하고 계신 분들이 거의 대부분이신 듯하다.
가끔은 ‘한약재는 자연에서 얻은 것이므로 건강에 해로울 것이 있을리가 없지요…’라는 무서운(?) 말씀을 서슴없이 하시는 환자분들을 뵈면서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막막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자연에서 얻어진 재료를 사용하기만 하면, 소위 말하는 내츄럴 (natural)하기만 하면, 절대로 해로운 부분은 없으니 다만 효과가 있을지 여부만 따지면 되는 것일까? 건강요법들에서 사용되거나 권해지는 식물들의 대부분이 건강에 큰 위험을 초래할만한 것들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혹시 조금 위험스런 식물들은 그 위험성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어느 정도까지는 갖추고 있는 듯하다.
이런 이유로, 민간요법이나 각종 건강요법이 큰 사고 없이 인기와 명맥을 유지해 올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문제는 이러한 안전 장치가 완벽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즉, 민간요법이나 각종 건강요법은 건강에 큰 무리가 없는 또는 약간의 무리가 있는 사람을 주된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 범위를 벗어난, 특정 건강 또는 질병 상황에 놓여 있는 분들에게는 해를 끼칠 가능성이 충분히 있으며, 이로 인한 피해는 어디가서 하소연을 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50대 초반의 여성분이 갱년기에 흔히 발견되는 얼굴이 갑자기 붉어지는 증상이 불편하셔서 방문 하셨는데, 2년 전에 머리로 올라가는 동맥이 좁아져서 혈관을 넓히는 기구를 삽입한 것 외에 별다른 불편함이 없었다고 하셨다.
하지만 이런 저런 질문 끝에 약 1년 전부터 몸에 쉽게 멍이 드신다고 말씀을 하셔서, 조금 더 자세히 여쭤보니 그 즈음부터 ‘홍화씨’가 갱년기장애와 골다공증에 좋다고 해서 복용하시고 계시다는 것이었다.
언제가 그래왔듯 이 홍화씨가 그런 효과가 있는지 등은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이 여성의 경우 수술 후 피를 묽게 하는 약(‘항응고제’라고 한다)을 복용하신다는 특별한 건강 상황이시라는 것을 고려하지 않으시고, 홍화씨의 갱년기장애와 골다공증에 대한 효과만을 고려하셨던 것이다.

이런 경우가 흔히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발생된 부작용도 대부분의 경미한 경우가 흔하므로, 너무 확대 해석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반대 의견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앞서 말한 각종 건강요법이 준비하고 있는 안전장치로 인해 이처럼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즉 각종 민간요법 또는 건강요법들이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이, 그 속에 미리 준비되어 있는 안전장치로 인해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지는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면 너무 편협된 생각일까?
조정훈 / 글쓴이 약력경희대 한의대 졸업 & 동대학 박사전, 경희대학교 교수(한방부인과 전공)현, 월드씨티 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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