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일을 그냥 열심히 했을 뿐인데 돈이 따라오고 성공하게 됐다” “하루하루 성실히 일하다 보니 길이 보였다” “일은 즐기는 것이지 억지로 하면 안된다.
우선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이 뭔지를 찾아라”
한 분야에서 최고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평범한 우리가 귀담아 듣기에는 어쩐지 맥 빠지는 말이기도 하다.
최근 스시음식점에서 일하는 경북 구미에서 온 청년 두 명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이들은 특성화 고등학교 출신으로 지난해 인턴십 과정에서 시드니에서 몇 개월 일해본 후 한국으로 갔다가 고등학교 졸업 후 다시 시드니로 건너온 경우이다.
워킹 홀리데이비자를 취득하고 안정적이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이들은 시종일관 일하면서 뭔가 ‘신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에너지가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도대체 뭐가 그리 신나는데? 나도 좀 같이 알자’란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젊은이들이라 그런지 힘든 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솔선수범하는 태도로 일에 집중하고 즐거운 모습이었다.

갑자기 한 신문기사가 생각이 났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0-11년 2년에 걸쳐 총 759개 직업에 종사하는 2만6181명을 대상으로 '직업만족도'를 조사한 것이다.
우선 조사 대상 직업군이 759개나 된다니 세상에는 직업이 참 많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직군당 최소 30명 이상의 현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조사하고 공정을 기하기 위해 대상자 선정 시 기업의 규모와 재직자의 경력, 지역 등을 고려해 최소한의 편차를 배려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759개 직업 중 ‘최고의 만족도’를 자랑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21점 만점에 17.867점을 받은 ‘초등학교 교장’이었다.
이후로는 성우(17.600점), 상담전문가(17.563점), 가톨릭 사제 신부(17.500점), 작곡가와 큐레이터(각 17.433점), 대학교수(17.237점), 국악인과 아나운서(각 17.200점), 놀이치료사(각 17.167점) 순이었다.
만족도 상위 20개 직업 가운데 초등학교 교장(1위), 대학 교수(7위) 초등학교 교사(16위) 대학교 총장(14위) 등 교육 관련 분야가 5개나 됐고 문화예술 분야 직업도 만족도가 높았다.

흔히 우수 직업으로 손꼽는 의사는 44위, 변호사 57위, 판사 22위, 국회의원 73위, 투자분석가 100위 등이었다.
나는 내 직업인 ‘기자’가 과연 몇 위일까 궁금했다.
100위 안을 눈을 씻고 봐도 ‘기자’는 들어있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PD, 패션모델, 디자이너 등도 100위 안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고소득, 권력, 남이 인정하는 보기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자기 일에 만족하며 살고 있지는 않더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직업만족도를 측정한 항목은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일을 할 수 있는지, 일을 통해 전문성을 높이고 발전할 수 있는지, 업무 환경이 좋은지, 시간적 여유는 있는지, 내게 주어진 직무를 만족하고 있는지,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지 등이었다.
고용정보원은 근무하는 기업체의 규모가 크고 임금 수준이 높으며 해당 직업에서 요구하는 학력 수준이 높을수록 만족도가 높게 나왔다고 분석했다.
여성과 남성을 비교하면 여성의 만족도(14.87점)가 남성(14.63점)보다 조금 높게 나왔다.

스스로 직업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 물어봤다.
다른 일은 잘해낼 자신이 없어서 그냥 주저앉아 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늘 하던 일이라 익숙해서 기계적으로 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호주라는 이민사회에서 구할 수 있는 직장의 한계에 부딪힌 것은 아닐까 등을 자문했다.
그런데 ‘아무려면 어때’란 결론을 내렸다.
중요한 것은 내가 만난 두 청년들처럼 나도 일을 하면서 좋은 긍정의 에너지를 남에게 발산하고 있느냐이다.

이은형 기자 catherine@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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