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병원을 방문하신 많은 환자분들께서 물어오시는 질문 중 하나가 “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지지 않나요?”라는 것이다.
어떤 이유로 이런 궁금함이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 어디선가 한약 복용이 간기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라는 정보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궁금함이 시작된 것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과연 한약은 우리의 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사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생리학이라는, 인체의 각종 기능에 대한 공부를 어느 정도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떠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즉 우리 몸의 ‘간’이라는 장기가 가지고 있는 많은 기능 중 하나가 ‘해독’작용이라는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 몸의 밖으로부터 들어온 ‘한약’이라는 약물이 간의 해독작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식으로 설명이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한약을 복용하면 간 기능에 ‘부담을 준다’라는 말은 절대 틀리지 않은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한약만이 간 기능에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엄밀히 말한다면, 우리 몸에 들어오는 모든 약물들은 어떠한 형태로든지 간의 해독기능에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때로는 우리가 식품이라고 알고 먹는 것들 중에서도 간의 해독기능에 부담을 주는 것들이 존재하기도 한다.
하지만,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이라고들 말하는 것들의 간 기능에 대한 영향은, 상식적으로도 대부분의 경우 대단히 미미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으므로 잠시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시키고자 한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대상으로 ‘한약’과 ‘양약’만 남았다고 전제한다면, 과연 한약이 더 간 기능에 부담을 줄까 아니면 양약이 더 그럴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한마디로 딱 잘라 말하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한약 중에서도 간 기능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약물들이 상당수 존재하며, 이런 이유로 한의과대학의 교과과정 중에 적지 않은 시간이 개별 한약의 특성과 사용에 있어서의 주의점을 공부하는 것에 할애가 되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양약이라고 해서 모든 약물들이 간 기능에 대단히 심각한 부담을 준다고 말하는 것에도 어페가 따른다.
하지만, 빈번하게 사용되는 약물들만을 놓고 비교를 한다면, 양약이 한약보다 간 기능에 훨씬 많은 부담을 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양쪽에서 흔히 사용되는 약물들에 대해 어느 정도의 정보를 가진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이 의견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론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며, 솔직히 내 전공분야도 아닌 영역의 약물에 대해 이렇게 쉽게 단언을 한다는 것에 부담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더 이상 어느 쪽의 약물이 다른 약물보다 더 간 기능에 부담이 된다는 식의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하겠다.
이곳 호주에서 흔히 ‘간 기능 개선제’라는 이름으로 병원에서 흔히 처방되는 약물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약이 흔히 쓰이는지 잘 모르지만, 사용되는 간 기능 개선제가 있다면, 그 주성분도 ‘우루소데옥시콜린산’이라는 어려운 이름의 성분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어려운 이름의 성분은 곰의 쓸개즙에 들어있는 것으로, 간의 독성물질을 배출하게 하고, 손상된 간기능 세포를 회복시키며,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는 작용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훌륭한 약의 효능에 대해서는 많은 의학 잡지 또는 학회에서 누차 보고되었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곰 쓸개즙 중 특별한 성분을 합성해서 만든 것이며, 당연히 흔히들 말하는 ‘양약’으로, 간 기능 개선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즉 ‘간을 이롭게 하는’ 양약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한방에서 쓰는 약재 중에 ‘웅담’이라는 약재가 있는데, 이 약은 곰의 쓸개를 말린 것으로, 오늘의 주제인 ‘간 기능을 나쁘게 한다는’ 한약의 한 종류이다.
뭔가 짚이는 것이 있으신지… 공장에서 인공적으로 합성해서 얻어진 ‘양약’은 간 기능을 이롭게 하고, 자연으로부터 얻어진 ‘한약’은 간 기능을 해롭게 한다는 것이 쉽게 받아들여지시는지…이런 특별한 한가지 경우만으로 간에 대한 한약의 영향을 확대 해석할 수는 없다라고 주장하시는 분이 계실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앞서 말했듯이 모든 한약이 간 기능에 해를 끼지지 않는다라고 주장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이렇게 한약의 효과를 일반화 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시는 분들께 “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라는 것은 확대 해석이 아닌지 한번 더 생각해 보시길 권해드리고 싶다.
아마도 상식이 있으신 분이라면, 특히 제대로 의학 교육을 받으신 분이시라면 “웅담을 제외한 다른 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라고 말씀을 하셔야 공평하고 상식있는 반응이 아닐까? (자료제공, 월드씨티 한의원02-9281-7311)조정훈경희대 한의대 졸업 & 동대학 박사전, 경희대학교 교수(한방부인과 전공)현, 월드씨티 한의원장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