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탈북자 강제 송환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최근 ‘탈북자 북송반대’에 대한 바람이 거셌던 이유는 지난 2월 탈북자 강제 북송을 중단하라는 한국과 국제사회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31명의 탈북자를 체포한지 보름 만에 전격 북송했기 때문이다.
톱스타 차인표 씨와 20여명의 연예인들은 ‘세상에서 가장 약한 자들을 보호해달라’며 종로의 중국대사관 앞에서 눈물의 호소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유명 연예인들이 움직인 탓인지 한국 국민들의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2월 12일에 중국 공안에 체포된 31명의 탈북자 중에는 5세 어린이를 비롯해 미성년자와 노인도 포함돼 있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가장 많은 수가 탈북한 경우였다.
김정은이 “김정일 사망 애도 기간에 탈북한 사람은 3대를 멸하라”고 지시했다고 하니 이들은 처형됐을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으로 망명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만성적 경제난으로 ‘먹고 살기 힘들어서’ 탈출한 사람들인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얼마 전 탈북자 출신으로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이 된 조명철 당선자가 호주를 방문했다.
그는 김일성종합대학 경제학부 교수 출신의 고위층 탈북자로 94년에 탈북했고 지난해 6월부터는 통일교육원장으로 재직했다.
조 당선자는 “북한은 갈수록 인류보편적 가치에서 멀어지고 있다.
전세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북한에서는 일어나고 있다”며 최악의 인권 실태를 우려했다.
또한 ‘탈북자 1호’ 국회의원으로서 무엇보다 탈북자 정착 성공의 지원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탈북자가 성공적으로 정착하지 못하게 되면 이것이 바로 북한 당국의 성공”이라고 말했다.
통일부에서는 2005년부터 한국거주 탈북자를 순화 용어인 ‘새터민’(새로운 터전에 정착한 주민)으로 명칭을 바꿨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희망’을 품고 ‘목숨’을 걸며 사지(死地)를 탈출한 새터민들에게 막상 정착하기 쉽지 않은 새 터전인 듯 하다.
대한민국 입국 탈북자 수는 2011년까지 총 2만3천여명을 돌파했고,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숨어 지내고 있는 탈북자의 수도 수십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고 보면, 실제 탈북을 시도한 사람들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고 실패로 처벌받은 사람들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또한 조 당선자는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도발은 북에서 끊임없이 하는데 분열은 남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실상에 대한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으니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이 비현실적이고 감정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대북정책은 보편적인 가치 위에서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와 진보가 각각 다른 견해를 주장하고 있는 사이 오늘도 북중 국경지역에서는 북한 정권과 중국 공안의 양쪽의 눈을 피해 탈북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굶주리고 탄압 받는 탈북자를 구하는 것에는 성향, 이념, 종교, 당 등을 초월돼야만 한다.
정치, 외교의 문제이기에 앞서 사람의 생명이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목숨을 구하자고 하는데 그 어떤 것이 우선시 되고 앞을 가로막을 수는 있을까 생각해본다.
사람들이 죽은 다음 통일이 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앞서 언급한 차인표 씨는 “탈북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약한 자들로 대한민국이 감싸 안아야 할 우리 국민들”이라며 "우리나라와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을 대한민국이 품지 못한다면 통일이 됐을 때 북한 주민 2500만명을 어떻게 품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호주에 살고 있는 한인들에게 탈북자와 통일의 문제는 마치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탈북자는 우리의 동포이고, 대한민국 헌법에 따르면 탈북자는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대한민국 정부, 정치권, 국민, 해외동포까지 한 목소리를 낼 때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은 존중되고 귀중히 여겨지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인권문제와 탈북자 문제에 대해 관심 가져야 한다.
우리가 탈북자들과의 시대적 아픔을 같이 하지 못하고 이들을 외면한다면, 국제사회를 환기시키는 것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이은형 기자 catherine@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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