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읽고 있는 책 중 하나가 ‘아프니까 청춘이다’이다.
이 책은 수많은 청년들을 따뜻하게 위로한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글을 포함해 총 42편의 격려메시지를 하나로 묶은 것이다.
지난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책이라고 하길래 내 나이가 비록 청춘은 아니지만 호기심에 이끌려 이 책을 구입했다.
그러나 솔직히 ‘뭐 다 그렇고 그런 자기계발서 아니겠어?’라고 생각하며 대한민국의 불안한 미래를 가진 수많은 대학생들에게 한 명문대 교수가 던진 조언 정도로만 알아 들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바쁜 이민 생활 속에서 삶의 자신감을 점점 잃어가는 나 자신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을 느꼈다.
‘문이 아무리 많아도 열지 않으면 그냥 벽이야. 되도록 많은 벽을 두드리고, 되도록 많은 문을 열어봐’ ‘바닥은 보이지 않아 깊게 느껴졌을 뿐 생각보다 깊지 않다.
인생에서는 항상 그렇다.
우리는 겨우 30cm정도 위에서 죽을 줄 알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알은 스스로 깨면 생명이 되지만 남이 깨면 요리감이 된다.
‘내 일’을 하라, 그리고 ‘내일’이 이끄는 삶을 살아라’나는 업무의 특성상 워킹홀리데이 비자소지자, 유학생, 한국에서 인턴십을 하러 온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많이 만나는 편이다.
솔직히 나는 ‘수능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수능을 어떻게 보는 건지 내게 설명을 해줘도 아직도 잘 모른다.
지금 나와 다른 세대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사실은 정확히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지금 너희들이 갖고 있는 고민 정도는 나도 너희들 나이를 다 겪었기 때문에 잘 안다”고 말해왔다.
‘스펙쌓기’에 열중하고 있는 청춘들을 보면서 의식 변화와 진중한 노력 없이 그저 취업난을 뚫고 높은 보수와 좋은 환경이 보장된 직장으로 가고 싶어하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학입시의 어려운 관문을 무사히 통과하고, 이제 취업이라는 높은 문턱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은 이민생활의 초짜인 나와 마찬가지로 막막하고 초조한 것이다.
새로운 출발을 처음부터 다시 준비해야 하기에 떨리고 괴로운 것이다.
책을 읽고 나니 정말로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과 아픔을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됐고, 이들이 나약한 소리를 할 때마다 격려해주고 용기주고 소리 없이 등 두드려 줄 수 있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는 친구가 옆에 있어도 외롭다.
때론 그 친구가 나보다 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은근히 배 아플 때도 있다.
‘원래 돈 많은 집안’ ‘부모를 잘 만나서’ ‘부정한 방법으로 저걸 했을 거야’ 등 온갖 구실을 생각해내며 나는 ‘부러우면 지는 거야’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부러워하지 않으면, 그게 지는 거다’라고 쓴 소리를 하고 있다.
‘나는 소중하니까, 나는 나니까’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마치 당당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키에 닿지 않는 포도송이를 올려다 보며 침 흘리면서 ‘저 포도는 맛이 시니까 먹지 않겠어’라고 뒤돌아서는 여우처럼 ‘자기 합리화’를 시키는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타인의 성취를 인정해주고 부러워해야만 자신이 발전할 수 있다는 란도샘(지은이 김난도 교수를 지칭)의 지적이다.
질투심과 열등감이 오히려 자신에게 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쿨한 척 하는 게 아니라 어떤 경우에서든 절망하지 않고 좌절하지 않는 것이다.
김 교수는 슬럼프와 나태에 빠진 학생에게 ‘아무리 독한 슬픔과 슬럼프 속에서라도 여전히 너는 너야. 조금 구겨졌다고 만 원이 천 원 되겠어? 자학하지마. 그 어떤 경우에도, 절, 대, 로,’라고 말해준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하이라이트인 ‘인생시계’ 이야기를 하겠다.
24시간은 1440분에 해당하고 이것을 80년으로 나누면 18분이다.
1년에 18분씩, 10년에 3시간씩 가는 것으로 계산하면 된다.
80년을 산다고 하면 나이 40세가 낮 12시이다.
20세는 오전 6시, 29세는 오전 8시42분이다.
그럼 나는 몇 시에 해당되는가? 생각했던 것보다 남아 있는 오늘의 시간이 아직도 많다.
이은형 기자 catherine@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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