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양주 최고의 미인을 가리는 ‘2012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5년 만에 부활해 한인사회의 관심을 끌었다.
총 참가자 8명 중 인기상을 먼저 발표하고, 진선미를 위해 3명을 추린 다음 그 중 미, 진, 선 차례로 호명했다.
한국 본선 무대처럼 박진감이 넘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호명된 3명을 바라보며 관객들은 ‘과연 누가 진으로 선발될까’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을 가졌다.
그런데 이 3명 중 가장 먼저 발표된 ‘미’의 최희선 양이 무대 위에서 히트(?)를 쳤다.
왕관과 견장을 받을 때부터 얼굴이 표정이 별로 안 좋더니 진과 선이 발표된 후 차례로 가진 인터뷰에서 “최희선 양,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요”라고 묻는 사회자에게 “기분 별로인데요”라고 답했다.
약간 당황한 사회자가 “앞으로 대양주 ‘미’로써 어떤 일을 하고 싶습니까”라고 다시 묻자 “그냥 제 할 일이나 열심히 할래요”라고 대답했다.
관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고, 들리는 말로는 대회가 끝나고 최 양은 무대 뒤에서 펑펑 울었다고 한다.
“저는 이 중에 뽑힌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세계 평화와 한국의 미를 널리 알리는 데 공헌하고 싶습니다”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를 제일 좋아합니다”라고 말하는 미스코리아들의 상투적인 미소와 판에 박힌 대답이 아닌, 소신 있고 당당하게 자신의 기분을 밝힌 최 양은 왠지 나를 후련하게 만들었다.
최 양은 서호주 퍼스에서 온 시민권자로서 한국에서 자란 여성들과는 성격이나 교육환경 면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러나 속상한 마음을 꽁꽁 숨기고 ‘내가 저 왕관을 차지해야 하는데’하는 아쉬움을 확 묻어 버린 채 애써 밝게 웃는 한국의 미인들과는 다르게 내 감정에 충실했다.
또한 ‘선’을 차지한 대회 참가자들 중 유일하게 유학생인 오교은 양은 부상으로 받은 최신형 40인치 LED TV를 학교 기숙사에 기증하는 선행을 보였다.
이번 대회에서 유난히 목소리 큰 응원부대를 대동했던 오 양은 “부모님이 한국에 계시는 터라 대회 준비, 드레스, 화장, 머리 손질 등 모두 친구들이 도와줬다”며 좋은 성적을 거둔 기쁨을 친구들과 나누기 위해 기증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어떻게 한 여성의 아름다움을 엉덩이 모양, 가슴 크기, 다리 길이로 잴 수 있다는 말인가? 특히 성형이 보편된 요즘 세상에 입꼬리까지 수술로 올려 좋은 인상을 만든다는 시대에 이러한 사이즈는 점점 의미가 퇴색하는 것 같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전히 외적 아름다움은 내적 성숙도나 향기로운 정신세계를 앞지르며 여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내가 흥미로웠던 것은 여성들의 당당함, 진솔함, 거침없는 발언, 신선함 등이었다.
짧은 시간 안에 참가자들의 인간적인 모습이나 따뜻함 등을 알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2세대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거의 전무한 한인사회에서 확실히 이번 대회가 관심을 끈 것은 사실이다.
마치 TV에서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것처럼 이번 대회에서도 아마추어들이 경쟁하는 모습이 사뭇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사실이다.
관객들의 호응도 만만치 않았다.
마치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듯 참가자들이 무안한 듯 서툰 걸음걸이로 무대를 휘저을 때마다 박수를 보냈다.
관객석 어디에서는 "웬만한 가수 공연보다 더 재미있다"는 말도 들렸다.
주최사인 호주한국일보도 매년 이 행사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한인 동포 청년들의 참여도를 높이고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각오를 나타냈다.
이제 대양주 미인들의 아름다움을 이용(?)해 호주에서 한인사회와 한국 문화와 정체성을 더욱 널리 알릴 수 있게 됐다.
이미 호주에 사는 한인 여성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대로의 아름다움과 빛을 발하고 있다.
지금 교민사회의 한인여성에게 코 높이, 얼굴 크기, 허리 길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삶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 이웃을 사랑하는 깊은 마음, 커뮤니티를 화합시키는 큰 리더십 등인 것이다.
이은형 기자 catherine@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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