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생활을 시작한 지도 1년하고 8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결코 짧지 않은 이 기간 동안 내 개인적인 생활과 생각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내 가족들, 특히 세 명의 아이들의 삶에 참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쉽지만은 않았을 이러한 큰 변화를 별 무리없이 잘 감당해준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함께, 때로는 대견하고, 때로는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개인적인 내용이라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들께 대단히 죄송하다는 양해의 말씀을 드리면서도 이 기회를 통해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너무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한다고...칼럼과 무관한 개인적인 이야기로 오늘의 글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오늘 글의 소재를 제공해준 것이 바로 우리집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아이들의 삶에 여러 변화가 있었지만 그 중 큰 변화는 어쩌면 외국 생활에서는 당연한 것일 수 있는 외국인 친구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이렇게 친해진 가족들이 몇 있는데, 특히 친한 중국인 가족이 있다.
그 집 두 아이가 우리집 두 아이와 같은 학교의 같은 학년인지라 양쪽 엄마들도 대단히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고 자연스럽게 두 가족이 막역하게 돼 가끔은 서로의 집에 식사 초대를 하기도 하는 사이로 지내고 있다.
얼마 전에도 두 가족이 함께 식사를 했는데 식사 중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그 집의 작은 아이가 잦은 감기로 고생을 한다는 것이었다.
병원에서 치료하면 어느 정도는 나은 듯하다가도 다시 재발하기를 상당 기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방치료를 받아 볼 것을 권했더니 그 집 엄마의 반응은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중국에서 온 한약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중국산 한약에 대한 불신은 자국민들에도 있는 모양이다.
사실 중국산 한약에 대한 불신이 대단히 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필자가 근무했던 한방병원에도 많은 환자들이 “선생님, 여기서 쓰는 한약은 중국산이 없겠죠”라고 질문을 심심찮게 했고, 이 곳 클리닉에서도 드물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한의학에서 사용되는 한약은 크게 식물성 약재, 동물성 약재 그리고 광물성 약재로 구분할 수 있다.
대표적인 동물성 약재로는 녹용, 웅담, 사향 등이 있고, 아주 적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석고나 활석 또는 이제는 사용되지 않지만 과거에는 흔히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주사 등이 광물성 약재이다.
하지만 극히 소수의 동물성 및 광물성 약재만이 실제 진료에서 사용되고 한약재의 거의 대다수는 식물성 약재이다.
일부 한약재가 재배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한약재는 자연에서 채취되고, 몇몇 처방들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가루약 또는 알약으로 생산되기도 하지만 이 약들 역시 기본 원료는 자연에서 채취된 약재들인 것이다.
이렇게 자연에서 얻어진 약재를 사용한다는 점은 한의학의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최근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환경 변화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는 점이 단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 환자들의 한약에 대한 걱정과 염려는 이렇게 구체적이고 특정한 부분이 아니라 ‘중국산 약재는 모두 나쁘다’와 같은 상당히 모호하고 막연한 경우가 흔한 듯 하다.
과연 중국산 약재는 모두 품질이 좋지 않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라는 것이 정답일 듯하다.
병원에서 환자분들이 이런 질문을 하면 항상 드리는 말씀이지만, 모든 한약은 대단히 나쁜 것부터 아주 좋은 것까지 다양한 품질의 약재가 존재하고 있다.
흔히 알고 있는 ‘녹용’이라는 약재도 품질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한의사들은 이것을 일단 상, 중, 하로 구분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약효가 뛰어나다고 알려진 한의학에서 ‘분골’이라고 지칭되는 부분은 대단히 소량이며, 동시에 약효가 거의 없는 부분도 소량 존재한다.
또한 ‘인삼’과 같은 약재는 재배기간이 길수록 약효가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흔히 6년근 인삼은 3-4년 재배된 인삼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의 경제적 차이를 갖고 있다.
왜냐하면 인삼은 재배기간이 길어질수록 땅 속에서 썩어버리는 경우의 수가 증가해 4년 이상 재배되는 인삼이 귀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모든 한약은 각각 효과가 좋은 것에서부터 약효가 적은 것까지 골고루 분포하고 있다.
상황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당연히 그럴 것으로 생각된다.
즉, 중국에도 질 좋은 한약은 당연히 생산되고 동시에 좋지 않은 약재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중국산 약재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이처럼 팽배해 있는 것일까? 이것은 약재 유통과 관련된 경제적 이익과 관련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정확한 지식을 갖고 있지 못한 터라 언급을 않기로 한다.
다만 이같은 경제적 이유로 인해 발생한 한약재에 대한 왜곡된 정보가 전반적인 한약의 품질로 확대 해석되고 있는 것은 의료진 측에도, 환자 측에도 결코 바람직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유통되고 사용되는 한약이 모두 다 안전하고 유효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절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국산이라 못 믿는다는 것은 너무 편파적인 결론이 아닐까?(자료제공, 월드씨티 한의원 02 9281 7311)조정훈(현, 월드씨티 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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