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사온 (三寒四溫)의 진수를 보여주는지 올 겨울은 겨울 같은 3일, 여름 같은 4일이 거짓말처럼 반복되고 있다.
이 변덕에 투정할 일은 절대 아니고 난방비 걱정을 덜어줘서 고마워해야 할 듯하다.
아, 난방비! 한국과 달리 중앙 난방 시설이 보편적이지 않은 호주에서 겨울을 난다는 것은 그야말로 철저한 ‘월동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겨울에는 어쩔 수 없이 더 입고, 더 때우고, 더 쓰기 마련이지만 조금만 계획성 있게 준비하면 7월 1일부로 오른 에너지 요금을 두려워하지 않고 겨울을 날 수 있다.
전력을 생산하는 에너지원에는 석탄, 태양열, 풍력 등 다양한 것들이 있다.
이 중에서 우리가 흔히 이용하는 전기를 만들기 위해 가장 많이 태우는 것이 석탄이고, 거기에서 나오는 온실 가스는 인체에든 환경에든 유해하다.
석탄이나 석유, 가스보다 청정 에너지를 이용하여 생산한 전력이 우리의 삶과 환경에 유익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가정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곳은 어디일까? 약 39%의 에너지가 온수에 소비된다고 한다.
냉장고 12%, 냉난방 15% 등의 순이다 (Ausgrid 자료). 겨울에는 당연히 온수 소비가 늘 것이며, 난방도 해야 한다.
냉장고는 사시사철 쓰는 제품이다.
워크숍을 하다보면 가정에서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이 수만가지는 나온다.
제한된 지면에 그 방법을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대략 다음과 같이 4단계로 나누어 가정에서 에너지를 절약하고 환경 보호에 기여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보자. 1단계. 어떤 에너지를 어떻게 선택할까?온수 히터를 설치할 경우, 전기보다는 가스를 사용하는 편이 나을 것이고, 그보다는 친환경 태양열이 월등히 낫다.
히터를 새로 설치하거나 바꿀 계획이 있다면 차근히 구입 비용부터 유지 관리비,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 보자. 구입 비용이 저렴한 히터일수록 유지비가 많이 든다.
미리 예산 계획을 세우면 전기 히터보다 설치비가 조금 더 들어도 유지비가 저렴한 가스 히터나, 장기적으로 훨씬 큰 이익을 주는 태양열을 이용한 온수기를 구입할 수 있다.
같은 맥락으로 우리집 전체 에너지원을 바꿀 수도 있다.
전력 회사에서는 석탄을 이용하여 생산하는 전기와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이용하여 생산하는 전기를 모두 판매하고 있다.
원하는 경우,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을 이용한 전력으로 단계적(10%, 25%, 50%, 100% 등) 으로 바꾸어 갈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구입할 경우 비용이 더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논란의 중심에 선 탄소세 덕분에 석탄을 이용한 전력 가격이 점점 올라가고 있고, 결국 청정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가격은 내려갈 것이다.
그리고 어느 시점에 이르면 이 두 가격이 동일해 질 수 있다.
물론 그럴 경우, 시민들의 선택은 청정에너지가 아닐까? 오늘부터 완전히 청정에너지로 바꾸는 그날까지 조금씩 준비해보자.2단계. 현명하게 쓰고, 덜 써라! 안 써도 좋다.
온수 히터의 온도는 항상 섭씨 60도로 맞춘다.
필요 이상으로 물을 데울 필요는 없으니까. 온도가 그 이하로 내려갈 경우에는 박테리아가 생길 수 있으므로 딱 60도. 온 가족이 장기간 여행을 할 경우 히터를 꺼두자. 아무도 없는데 날마다 물을 데워놓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샤워도 마찬가지. ‘여름에는 땀 때문에 매일, 겨울에는 추우니까 오래오래?’ 하지만 온수 샤워를 5분 동안 할 때 사용하는 전력량은 일반 TV를 20시간 시청할 때 쓰는 전력과 맞먹는다고 한다.
매일 샤워할 필요가 없으면 안 해도 된다.
매일하면 오래할 필요가 없으니 샤워 시간을 줄여도 된다.
비용뿐 아니라 내가 석탄을 태우는 만큼 유해하고 더러운 물질이 환경으로 돌아온다는 사실도 기억하자.난방을 하기 전에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은 아닌지 살피자. 온기를 유지하는 데에 단열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양말도 신고, 겉옷도 하나 더 입고, 목도 따뜻하게 해주자. 겨울용 커튼을 설치하고, 외풍이 들어오는 곳에는 단열 시트, 바람막이 고무 및 테이프를 붙인다.
집수리를 할 계획이라면 지붕 단열을 반드시 고려하자. 단열이 잘 되어 있는 집이 난방비도 덜 들고 따뜻하다.
냉장고의 적정 온도 (냉동실-18도, 냉장실 3-4도)를 준수하고, 오븐 등의 열기구와 떨어진 곳에 냉장고를 설치한다.
냉장고 문틈에 A4용지를 한 장 넣고 문을 닫았을 때 종이가 떨어지면, 고무 패킹을 교체해야 한다.
에너지 손실은 곧 비용이자, 환경 오염이다.
3단계. 내가 놓치고 있는 사소한 몇 가지 사용하지 않는 기기는 벽에 있는 전원 스위치를 끈다.
코드가 연결되어 있으면 전력을 계속 소비하고 있다는 말이다.
특히,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게임 기기를 대기모드(stand-by)로 두면 전력 낭비가 크다.
배보다 배꼽이 큰 사람. 전기 주전자에는 필요한 양의 물만 넣어 데운다.
감자 하나 굽겠다고 오븐을 이용하지는 않겠지? 밥 한 공기를 데울 때는 가스레인지나 오븐을 사용하는 것보다 전자렌지를 30초 이용하는 편이 낫다.
공짜 햇볕을 두고 세탁 건조기를 이용하지는 않는지. 건조기는 세탁기보다 8배나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냉장고가 1대 이상인 집은 여름철에만 여분의 냉장고를 이용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오래된 여분의 냉장고는 처분을 하는것이 낫다.
전기 먹는 하마이니까.4단계. 나는야 친환경 쇼핑의 달인!우리의 목표는 에너지 소비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는 것이다.
어떤 상품이든 그 생산 과정에서 에너지가 소모되기 마련이다.
원자재 구입에서부터 처리 과정, 유통 과정을 거쳐 하나의 물건이 내 손안에 들어올 때까지 물, 전기, 석유 등 상상 이상의 에너지가 소비된다.
하지만 모든 물건의 생산이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니다.
재활용 화장지, 재활용 A4용지, 재활용 포장지 등은 원자재인 나무를 벨 필요가 없으니 그만큼 에너지 소모가 적은 상품이다.
한국의 한 화장품 회사에서는 화장품 포장 케이스를 재활용지로 만들고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눈을 크게 뜨면 같은 비용 아니, 더 적은 비용으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친환경 쇼핑을 할 수 있다.
이번 주에 장을 보러 가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구나 가전 기기에도 눈길을 한번 더 주고, 재활용 자재로 만든 제품에도 손을 뻗어보자. ECSLP에서는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는 모범 가정과 함께 하는 ‘에너지 절약 홍보 대사 프로그램’(Energy Ambassador Program)을 운영할 계획이다.
자세한 내용은 향후 칼럼 및 지역 사회 미디어를 통해 소개할 예정이며, 관심 있고 열정 있는 많은 한인 가정의 참여를 기대해 본다.
이계영(NSW 다민족커뮤니티위원회 환경교육 담당자)[다민족 커뮤니티의 지속가능한 삶 지원 프로젝트(Ethnic Communities’ Sustainable Living Project, ECSLP)는 NSW 다민족 커뮤니티 위원회 (Ethnic Communities’ Council of NSW, ECC)에서 NSW 환경청 (NSW Office of Environment and Heritage)의 후원을 받아 운영하며, 문화적 언어적 다양성을 지닌 지역 사회에 각 언어로 다양한 주제의 환경 교육을 제공합니다.
칼럼 관련 문의 및 환경 워크샵 문의는 한국어 환경 교육 담당자에게 전화 (02-9319-0288)나 이메일 (korean@eccnsw.org.au)로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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