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음대 소속 80여 명 고품격 연주에 박수 갈채한국 대학 최초의 오페라하우스 공연으로 한인사회는 물론 호주 주류사회에서까지 뜨거운 관심을 받은 숙명 필하모닉의 ‘생생한 클래식의 밤(A Vivid Night of Classic)’ 공연이 8일 밤 성대하게 마무리됐다.
이날 공연에는 김진수 총영사, 이세웅 서울사이버대 이사장, 숙명여대 김상률 대외협력처장, 김승희 숙대 음대 학장 등 행사 주최 측과 노엘 캠벨 NSW주 총독 의전장 등 총독실 관계자, 시드니 주재 외교단 100여명, 마이클 이베이드 호주 SBS 사장 등 언론계인사, 칼 크래머 시드니 음대 학장, 콜린 로즈 시드니 미대 학장 등 대학 관계자, 한인 단체장 및 시드니 주재 지상사 대표들이 참석했다.
▶ 두 번의 커튼 콜, ‘아리랑’ 연주엔 모두가 한 마음= 꿈의 무대에 선 설레임 때문인지 무대에 막 올라선 단원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휘자 김경희 교수가 입장하고 숨을 고른 뒤 ‘경기병 서곡(Die Leichte Kavallerie)’으로 힘차게 포문을 열었다.
대중에게 익숙한 곡이어서인지 분위기를 금방 가져올 수 있었고 단원들의 긴장감도 서서히 풀려가며 음악도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D단조’ (바이올린 홍종화, 피아노 이혜전)를 거쳐 베르디와 푸치니 오페라에 나온 명곡들이 이어졌다.
특히 1부 마지막 곡으로는 오페라오스트레일리아에서 주역 가수로 활동 중인 테너 제임스 이글스톤 씨와 한호수교 50주년 홍보대사를 맡았던 소프라노 고미현 씨가 베르디의 '춘희(La Traviata)’ 중 ‘축배의 노래(Brindisi)’ 를 부르며 완벽한 하모니를 선사했다.
중간 휴식 후 단원들은 이 날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림스키-코르사코프의 교향곡 ‘세헤라자데(Scheherazade)’를 연주하기 위해 다시 무대에 올랐다.
김경희 교수의 지휘봉이 올라가자 단원들은 관객들과 함께 ‘신드바드의 항해’에 나섰다.
마침내 전 악장 연주가 끝나자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답했다.
관객의 환호에 보답하기 위해 앙코르곡으로 캉캉춤의 배경음악으로 주로 사용되는 오펜바흐(Offenbach)의 ‘천국과 지옥(Orphee aux enfers)’을 연주하자 관객들은 박자에 맞춰 신나게 손뼉을 치며 호응했다.
특히 김경희 교수는 지휘 도중 캉캉 춤을 잠시 선보이기도 하는 등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첫 앙코르곡 후에도 많은 관객들이 자리를 뜨지 않자 이번에는 대표적인 한국민요인 ‘아리랑’을 연주했다.
분위기는 어느새 차분하고 서정적으로 바뀌고 서양 악기 조합에서 흘러나오는 한국 전통 선율에 한국인도 호주인도 모두 귀를 기울였다.
마지막 곡 아리랑이 끝나자 공연을 이끈 김경희 교수를 비롯한 숙대 교수진들에게 꽃다발 증정이 있었고 관객들은 감동의 여운을 뒤로하고 공연장을 나섰다.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어 강좌를 수강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프랭키 씨는 “문화원 수업 시간에 아리랑을 배운 적이 있는데 오늘 마지막 앙코르곡으로 이 노래가 나와 그때가 생각났다”고 말했다.
또한 평소 클래식 음악보다는 대중음악을 주로 듣는다는 이동하 씨는 “클래식은 고리타분하고 딱딱한 음악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오늘 들어보니 아주 친근하게 느껴졌다.
특히 시드니 한복판에서 아리랑을 들었을 때는 한국인으로서 가슴이 뭉클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 한호 문화교류 기대= 숙명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이번 공연을 위해 숙대 음대 관현악과 200여 명의 학생(1-4학년)을 대상으로 수차례의 엄격한 오디션을 통해 총 80명의 연주단원을 선발했고, 이후 두 달 이상 매일 연습하며 공연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또한 숙대 음대는 시드니 음대와 교류 협력 약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번 공연을 기회로 예술분야에서 한호 대학 간 교류가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숙명여자대학교 김상률 대외협력처장은 “세계 명문 공연장에서 숙명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공연을 할 수 있게 돼 영광이고 특히 호주 각계 인사 및 교민 여러분이 만석을 이룬 가운데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준비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동옥 문화원장은 “지난해 문화원 개원과 한호 수교 50주년 우정의 해를 기념하는 한국과 호주 간의 많은 문화교류가 지속될 수 있도록 관심과 성원을 아끼지 않으신 교민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문화교류의 장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공연 당일 오전 심한 감기로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한 마리 바셔(Marie Bashir) NSW주총독(Governor)은 켐벨 의전장을 통해 한국 대학과 한국인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며 “이번 공연을 계기로 양국 간 문화교류가 활발히 지속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 ‘표 수령후 불참’ 및 ‘성숙한 공연문화’ 아쉬워= 한국 대학 최초의 오페라하우스 공연이라는 상징성으로 당초 예상한 것보다 훨씬 폭발적인 관심이 쏠린 탓에 약간의 아쉬운 면도 있었다.
양질의 공연을 위해 ‘플래시를 이용한 사진 촬영’ 및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안내 방송이 있었음에도 간혹 플래시를 터뜨려 촬영을 하거나 휴대전화 전원을 끄지 않아 소음을 유발한 일부 관객의 태도는 돌아봐야 할 듯하다.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더라도 휴대전화로 촬영할 경우 셔터 소리가 커 음악에 집중하는 관객들이 눈살을 찌뿌리는 경우도 발생했다.
다수의 호주 주류사회 관객까지 있는 자리였기에 더더욱 아쉬움으로 남았다.
또한 수많은 신청인이 몰려 다수의 사람들이 입장표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당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공연장을 찾았다가 발걸음을 돌린 음악 애호가들이 많았지만, 정작 공연장에는 일부 빈자리가 보였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서기운 기자freedom@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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