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음식 쓰레기 줄이기’를 주제로한 칼럼 시리즈 중 거의 마지막 단계에 왔다.
앞선 세 번의 칼럼 내용에 따라 식단과 식료품 구입을 미리 계획하고, 올바른 저장 방법으로 음식 쓰레기를 줄여왔다면 이제 주방 쓰레기통에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쓰레기만 모였을 것이다.
결국 이렇게 남은 최종 음식 쓰레기는 매립지로 갈 수 밖에 없을까? 매립지로 간 음식물 쓰레기는 침출수와 메탄 가스를 방출하며 환경을 오염시키고, 식자재를 재배할 토양과 물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오늘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음식물 쓰레기를 매립지가 아닌 자연으로 돌려보내 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 우리집에서도 실천해 볼 수 있을지 한번 생각해보자.이번에 소개할 방법은 “퇴비 만들기”이다.
집에 작은 마당이나 정원만 있다면 얼마든지 퇴비통을 설치할 수 있다.
이런 공간을 확보할 수 없는 집이나 아파트에 사는 경우에는 지렁이 양식통을 설치하여 음식물 쓰레기를 완전히 재활용할 수 있다.
퇴비를 만들면 좋은 점은 무엇일을까? 물론, 첫째는 음식 쓰레기를 끝까지 친환경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서 좋고, 정원이나 화분에 사용할 양질의 퇴비를 공짜로 직접 만들 수 있어서 좋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 쓰레기를 그것도 내 집에서 썪혀야(사실 분해시키는 거다) 한다면 혹 냄새가 나지 않을까, 쥐나 벌레가 꼬이지 않을까, 그걸 어떻게 만지나 등등 걱정이 앞설 수 있다.
하지만 퇴비는 음식물이 썪은 것이라기 보다는 유기물이 흙으로 돌아간 것이다.
영양분이 풍부한 비옥한 흙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정원이나 화분 가꾸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런 흙은 보물처럼 소중한 존재가 아니던가. 자, 그럼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준비물은 무엇일까?음식물 쓰레기, 정원 쓰레기, 포댓자루, 퇴비통, 퇴비통 내용물 뒤집개, 물이다.
퇴비를 만들려면 질소를 포함한 재료와 탄소를 포함한 재료를 가장 적합한 비율로 섞어서 공기가 잘 통하게 섞어가며 분해시키면 된다.
질소류는 영양분을 제공하고 탄소류는 공기가 통하게 해준다.
음식물 쓰레기, 금방 벤 풀 등 색깔도 있고 수분도 포함하고 있다면 질소류이고, 정원 손질 후 남은 쓰레기나 마분지 등 갈색의 마른 재료는 탄소류라고 생각하면 된다.
질소가 풍부한 재료로는 과일 및 채소 쓰레기, 달걀 껍질, 잔디 깎은 것, 꽃, 해초류, 빵, 국수류, 쌀 (적은 양), 머리카락 및 동물 털, 깃털 등이고 탄소가 풍부한 재료로는 잔디 깎아서 말린 것, 낙엽, 가지치기한 나뭇가지, 찻잎, 커피 찌꺼기, 종이, 마분지 (적은 양을 잘게 잘라서), 진공청소기 안에 모인 먼지 등이다.
이 질소류와 탄소류를 1:2의 비율로 섞어서 잘 분해시키면 퇴비가 완성된다.
사실 이론상으로는 한 때 생명이 있던 유기체는 무엇이든 퇴비가 될 수 있지만 작은 퇴비통에서 퇴비를 만들 때는 기본을 지키고 쉬운 방법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퇴비를 처음 만드는 가정에서 퇴비통에 넣지 말아야 할 재료로는 고기 (두부 등 단백질류), 유제품 (아주 적은 양은 괜찮음), 많은 양의 탄수화물, 기름, 애완동물 배설물 등이 있다.
이런 재료만 피한다면 가능하면 다양한 재료를 넣도록 하자. 사람도 한 가지 음식만 계속 먹으면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없듯이, 퇴비통에도 다양한 성분을 넣어 균형을 맞춰주어야 한다.
내용물을 너무 작게 잘라서 넣으면 너무 빨리 분해되기 때문에 골프공 크기나 그보다 약간 작게 잘라서 넣는 것이 좋다.
퇴비통을 설치하면 마늘이나 양파, 감귤류 등 지렁이 양식통에는 넣을 수 없는 음식물 쓰레기도 활용할 수 있으며, 정원 쓰레기도 재활용이 가능하고, 많은 양의 쓰레기도 처리할 수 있다.
좋은 퇴비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네 가지 요소가 있다.
바로 지속적인 생명 활동, 다양성, 통기성, 수분이다.
퇴비는 건강한 토양을 만드는 데 중요한 이로운 박테리아나 미생물 등이 가득한 살아 있는 시스템이다.
다양성은 모든 자연계의 중요한 특징이자 퇴비의 중요한 특징이기도 하다.
다양한 종류의 재료를 넣자. 퇴비 안의 이로운 박테리아는 호기성이기 때문에 퇴비가 제대로 분해되려면 공기가 필요하다.
통기가 되면 퇴비에서 나쁜 냄새가 나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모든 생명체에는 물이 필요하듯이 퇴비에도 수분이 필요하다.
퇴비통을 설치하기에 좋은 장소는 어디일까?퇴비통은 음식물 쓰레기통을 들고 나가기 편한 거리나 장소에 설치해야 한다.
퇴비통 바닥이 흙바닥과 닿아 있어야 벌레나 다른 생명체가 퇴비와 흙 사이를 이동할 수 있다.
바닥이 토양에 닿게 설치하고, 퇴비통 바닥에 나뭇가지를 얕게 쌓아 배수를 돕는다.
양지에서 분해작용이 더 빨리 일어나므로 햇볕에 잘 드는 곳에 설치한다.
그늘에서도 분해가 되기는 하지만 시간이 더 걸린다.
물론, 창문이나 이웃집과는 떨어진 곳에 설치하는 것이 좋겠다.
다음 칼럼에서는 어떤 순서로 퇴비를 쌓아야 하며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퇴비 만드는 일은 이제 더 이상 ‘먼 나라 이웃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느낀 시간이었기를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 이계영(NSW다민족커뮤니티 위원회 환경교육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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