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 관리 체계 '구멍'..지난달 범행 후 잠입 총영사관, 휴가간 경찰영사 '외근갔다' 거짓말 한국의 중범죄 피의자가 호주로 도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허술한 출입국 관리체계가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대전의 한 경찰서에서 강제추행상해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던 조모씨(26.남자)가 지난달 4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해 호주로 향한 사실이 호주동아일보 취재 결과 처음으로 밝혀졌다.
한국 형법상 강제추행상해죄는 무기징역 또는 징역 5년 이상의 중형이 선고되는 중범죄다.
과거 강간(최근에는 '성폭행'으로 표현을 순화)죄가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는 점을 감안하면 강제추행상해죄의 죄질이 더 나쁘다.
단순히 여성의 신체부위를 추행하는데 그치지 않고 성폭력을 행사하고 중상해까지 입혔다는 점에서 조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최고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매우 무거운 범죄에 해당한다.
1987년생인 조씨는 지난달 1일 새벽 대전의 한 지역에서 길가던 20대 여성을 강제추행하고 중상해를 입힌 혐의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그러나 경찰이 피해 여성의 소재를 즉시 파악하지 못해 가해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는 사이 체포영장 발부 시한인 48시간을 넘겨 일단 훈방조치됐다.
뒤늦게 피해 여성으로부터 범행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불구속 수사 원칙에 따라 풀려난 조씨에게 다시 경찰서에 출두해 조사받을 것을 요청했지만 조씨는 출입국 관리체계를 비웃듯 유유히 인천공항 출국장을 빠져나가 지난달 5일 호주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미처 출국금지를 요청하지 못한 사이에 해외로 도피한 것이다.
조씨는 관광비자를 통해 호주에 들어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본보 취재 결과, 경찰은 조씨가 4일 호주를 도착지로 하는 출국행 비행기에 탑승한 사실을 확인하고 피의자의 행방을 찾고 있다.
항공기 운항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시드니 또는 브리즈번에 잠입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한국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인터폴계를 통해 조씨에 대한 체포를 호주 경찰에 의뢰하려고 했지만 조씨가 살고 있는 호주의 소재지가 명확하지 않아 국제 공조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피해 여성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심각한 외상을 입고 불안에 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본보는 교민의 안전과 직결된 사안이라고 판단, 대응할 수 있도록 주시드니한국총영사관(총영사 이휘진)에 알리려고 했지만 총영사관 경찰영사와 연락이 닿질 않았다.
총영사관 직원 5명은 이틀에 걸쳐 경찰영사가 회의중이라거나 외근 또는 잠시 자리를 비워 통화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경찰영사는 휴가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조씨는 기소중지 상태이며 수사당국은 최근 기소중지를 정지했다.
형사 피의자가 사법처리를 피해 외국으로 도피한 경우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한국 경찰은 조씨의 대담한 범죄 행각으로 볼 때 과거에 적발되지 않은 여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제추행상해죄는 지난 2007년 한국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안양 초등생 혜진 예슬양 살해사건의 주범에게도 법적용이 한때 검토된 바 있다.
결국 살인죄가 적용된 범인은 2009년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허겸 기자 khur@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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