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남아있던 달력 한 장이 시간을 재촉하듯 저녁 노을빛을 감추며 자정을 향하여 2013년의 막을 내리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봄과 여름, 가을, 겨울의 고빗길을 넘나들며 나이테를 엮어가는 세월 속에서 꿈틀대는 긴 시간의 광대놀이 같은 인생길을 손에 큰 붓 한자루 움켜쥐고 이리저리 휘저으며 하얀 백지에 나의 인생의 풍자를 그려 넣으며 어설픈 두뇌로 이어가련다.
이 길고 긴 삶의 여정이 스쳐가며 365일 시간을 하얀 달력 속에 그려놓고 또다시 맞이하는 낯선 새해를 희망차게 맞이해야 한다.
지구촌에 거미줄처럼 연결된 너와 나의 뭇인생들! 아무리 그려보아도 통쾌한 그림을 그릴 수 없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이미 한해는 또 저물었기에 새해는 손님맞이 새 설계를 꾸려보며 기쁨의 새해를 미소지으며 맞이한다.
이 해만은 소망의 큰 포부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며 마치 어두움을 물리치고 동방의 거대한 태양이 솟아오를 때처럼 희망찬 꿈의 소망을 그리면서... 그러나 때로는 봄바람에도 돌풍이 발생하는가 하면 여름 뙤약볕이 돌변하여 푸른 하늘에서 우박이 떨어지는 진풍경 또한 일년 피땀 흘리면서 지은 농사 수확 직전에 태풍과 요란한 장마로 순식간에 다 망쳐버리고 천재지변의 조화 앞에 그 누가 입을 벌려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리! 이 숱한 삶의 곤욕을 다 과거의 뒤안길에 묻어버리고 삼라만상이 우거졌던 산과 들의 포근하고 조용하며 사랑이 넘치고 행복한 마을로 달아오른 흰눈 덮인 하얀 겨울이 다정하게 녹여진다.
언덕 위 초가삼간에서 장작불 피운 따끈따끈한 구들장에서 오손도손 둘러앉아 푸짐하지는 않지만 따뜻한 뚝배기 된장찌게를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손자 손녀들이 한상에 둘러 앉아 정답게 가족사랑이 오고가는 말과 함께 청국장 냄새와 더불어 행복을 만든다.
그러고 보니 한국의 전통적 대가족제도 역시 좋은 점을 부인할 수가 없다.
교회에서 은은하게 들려오는 새벽 종소리는 이 땅 위에 평화를 알리며, 동구밖 멀리 산간에서 들려오는 타종과 풍경소리는 평화로운 마을 사람들에게 기쁨을 안겨준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천둥이 요동쳐도 우리도 이 숱한 고통을 극복하며 굳게 마음과 몸을 단장하고 새해를 맞이하며 아침을 알리는 종소리에 희망을 건다.
우리의 뜻과는 관계없이 또다른 아픔과 시련이 도사리는 끊임없는 도전이 기다리며 훈련시키는 세상, 그래서 만물유도라 했던가. 우리는 끊임없이 탐색하고 아름다운 것을 계속해서 만들어야 하지만 삶은 그렇게 녹록지 않은 것 같다.
그러기에 신명을 다하여 아름답고 올곧게 최선을 다하여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나의 삶의 최선을 다한 결과는 비밀의 열쇠가 되어 내 손을 잡아주는 결과이리라.인생은 죽을 때까지 비전을 가지라고 수많은 선현들께서 강조했다.
높은 뜻과 올바른 꿈, 훌륭한 이상, 커다란 사명감을 가지라고 인생의 일생은 여행의 과정이라고 로랭롤랑은 강조했다.
여행에도 길잡이가 필수적이다.
그 길잡이가 곧 비전이다.
뜻이 있는 곳에 반드시 길이 있다.
큰 일이나 작은 일이나 인생의 성공에는 한결같은 정신, 시종일관 굳은 태도, 칠전팔기하고 지칠줄 모르는 정신력이 특히 격변하는 지구 가족의 삶의 방법이요 필수적인 구비요건이라고 생각한다.
성경 시편 1장에 하나님께서 2000년 전에 행복의 정의를 우리에게 가르쳐주셨다.
복의 근원에 대한 말씀을 읊으며 무덥고 짜증나는 찜통같은 날씨에도 시원한 동풍이 불어와서 마음과 몸을 상쾌하게 해주는 것 같다.
나도 복이 있는 자의 자세로 삶에 기뻐하리라.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비우고 사랑과 헌신과 희생과 봉사, 낮아지는 것과 오래 참고 이해하며 이웃과 더불어 화목하며 배려해주는 삶을 살면서 남을 질타하지 말고 욕심스러운 과욕을 버리고 이웃과 사회와 국가가 다 평안하게 살며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나보다 다른 사람을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질 때 마음은 언제나 즐거움과 기쁨이 다가온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삶의 틀이 나의 표상이 되게 하기 위해서 늦었지만 무던히도 노력하려고 한다.
괴테의 ‘앉은뱅이 꽃의 노래에 글이 있다’라는 시에서 조그마한 꽃 한송이에도 꽃으로서의 보람과 생명의 위대함이 잘 표현되어 있다.
우리 인간도 물론 보람있는 생과 행복한 생을 원한다.
우리는 삶의 보람을 느낄 때 허무주의자 같은 어리석음이 사라진다.
나는 밀레의 ‘만종’을 참으로 좋아한다.
밀레는 렘브란트나, 고흐, 루벤스나, 세잔느 같은 대가는 아니다.
그러나 농사짓는 모습을 그리고 그 날을 감사하며 기도하는 모습을 그린 그 그림은 소박하고 진실성이 그려져 있는 것이 마음에 든다.
순박함과 정직함, 그리고 진실함이 인생의 가장 소중한 행복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세가지 속성을 가지는데 첫째 따뜻한 관심, 둘째 강한 책임감, 셋째 정성스러운 헌신이다.
이러한 근원을 마음판에 새기며 사는 설계가 필요하다.
새해가 바쁘게 질주하고 있습니다.
지나온 많은 시간들 가운데 시행착오도 많이 느꼈을 것입니다.
이런 많은 경험을 밑거름으로 삼고 위에 언급한 성경의 복의 근원을 생각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악한 사탄을 물리치며 또한 어두움을 헤치고 들려오는 거대한 기쁨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한발 한발 나아갈 때 푸른 말띠해인 올해에도 기필코 사면에서 행복의 기쁨이 찾아오리라고 확신합니다.
새해에 행복의 종소리를 들으며 복 많이 받으세요.유성자(호주한국문학협회부회장,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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