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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가 호주에서 생산량을 점차 줄이다 오는 2017년 생산을 중단키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포드와 홀덴에 이어 도요타마저 호주를 떠나기로 결정하면서 호주 제조업계 전반에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용시장 전문가들은 최대 2만 여 개의 일자리가 연쇄 효과에 따라 사라질 처지에 몰렸다며 위기론을 제기하고 있다.

도요타 호주법인은 10일 오후 현지 생산공정을 2017년까지만 운용키로 결정했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맥스 야쓰다 도요타 호주법인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금까지 내린 그 어떤 결정보다 가장 혹독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맥스 야쓰다 법인장은 "생산 중단 결정은 지난 50년 간 자신의 모든 것을 회사에 바치고 헌신해온 전체 근로자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라며 "2년 간 회사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뼈를 깎는 과정을 감내해왔기 때문에 더욱 더 이번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지만 현실은 통제 불가능한 많은 요소들에 봉착해 있었다"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개방되고 분업화되고 있는 데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도요타가 (호주에서) 독자적으로 살아남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고 결정 배경을 밝혔다.

시장의 여건과 경제적 변수, 호주달러의 상승과 고비용의 구조적 문제점, 자유무역협정 등 다양한 요소들이 이번 결정을 내리는데 한 몫한 것으로 도요타는 보고 있다.

야쓰다 법인장은 이어 "비록 회사가 과거에 수익을 내긴 했지만 최선을 다한 우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요타 호주법인은 계속해서 손실이 불어났다"며 "이제 근로자와 공급자, 정부, 노조가 협력해서 근로자들의 재취업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라고 덧붙였다.

빅토리아주 알토나와 남호주주 애들레이드에서 일하는 약 2500명의 근로자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작년 12월 알토나공장의 IT부서에서 일하기 시작한 마흐비 히라(30) 씨는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차마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도요타와 제조업계, 호주로서는 매우 슬픈 날이 아닐 수 없다"고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35년 간 알토나공장에서 일해온 존 샘슨 씨는 "매우 실망스러운 결정을 내렸다"며 "발표를 들었을 때 이곳의 분위기는 매우 절망적이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 일고 있는 노조 책임론에 대해 회사는 선을 그었다. 도요타는 노조와의 협상 난항이 자진 퇴출 결정을 내리게 한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기 때문에 노조를 비난할 이유는 없다고 못박았다.

그 동안 도요타는 자구책의 일환으로 노사 고용합의안을 추진하면서 생산성 향상과 비용 감축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다양한 단서 조항을 다는 것을 추진해왔지만 노조의 강력한 저항과 법률적 장벽을 만나 합의 도출에 실패했었다.

야쓰다 법인장은 도요타의 이번 결정은 한 가지 원인이 아닌 복합적 원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2017년 말까지 고용계약과 관련해 노조와 협상을 계속하면서 호의적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측이 노조와 협상해온 근로조건 가운데는 연말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셧다운(재정비 및 탄력적 근무를 위해 인위적으로 기간을 정해 갖는 휴지기) 기간을 줄이고 산별노조 교육 기간에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해 5월 포드 호주법인은 브로드메도우스와 질롱공장의 가동을 2016년 중으로 멈출 뜻을 밝혔고 홀덴은 작년 크리스마스를 목전에 두고 포트멜번공장을 2016년에 폐쇄하고 이듬해 호주에서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해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도요타는 빅토리아주에서 50년 간 사업을 영위해오면서 지역 경제 부흥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급작스러운 자진 퇴출 결정으로 빅토리아 경제가 크게 출렁일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확산되고 있다.

빅토리아 주정부는 이날 발표 직후 깊은 시름에 빠졌다. 단대농과 좀머튼, 캠벨필드, 션사인 등 멜번 외곽지역 1000여 개의 사업체에 여파가 미치면서 지역 경제가 한 순간에 휘청일 것으로 주정부 관리들은 우려하고 있다.

데니스 냅타인 주총리는 대량 실직에 따른 근로자 처우 및 구직 지원대책 등의 정부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급히 캔버라로 발길을 옮겼다. 냅타인 주총리는 "멜번과 빅토리아주, 호주에 절망적인 하루였다"며 "가장 걱정이 된 일은 도요타 근로자들과 가족, 하도급 사업체 임직원들이었다"고 말했다.

토니 애봇 연방총리는 "실로 충격적인 뉴스가 아닐 수 없다"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이안 맥파레인 연방 산업부 장관은 "호주 산업계가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며 나날이 악화하고 있는 호주 제조업계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빌 쇼튼 연방 노동당 대표는 "마지막으로 남은 메이저 완성차업체가 문을 닫기로 결정한 것은 국가적인 비극이며 '자동차 산업의 쇄락'이 결국 애봇 정부의 폐착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허겸 기자 khur@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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