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한중 커뮤니티의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건립 움직임에 대해 보도한 일본 산케이신문(産經新聞) 홈페이지 캡처.

지지통신 '새로운 파문(波紋)' 규정..비판적 시각서 타전
극우 성향 산케이신문, 싱가포르 특파원발 전화취재 보도

日관방장관은 기자회견서 "위안부, 정치외교 문제 아냐"

일본의 유력 언론들이 호주에서 한중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위안부 소녀상 설치 움직임에 대해 날선 시각에서 보도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일본이 그간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한국 정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호주에서 일고 있는 반일(反日) 기류에 대해 일본 언론이 직접 비판적 시각에서 접근한 사실이 보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산케이신문(産經新聞)은 호주의 중국계와 한국계 시민단체(中国系と韓国系の市民団体が連携)가 호주 최대 규모의 도시 시드니에 일본군의 종군 위안부상(日本軍の従軍慰安婦像)을 설치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에 허가신청서를 제출하려 한다고 싱가포르 특파원발로 지난 7일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재호주 중국계 단체의 한 관계자와의 국제전화 통화 내용을 토대로 "호주의 한중 단체가 '일본의 전범 규탄 연합체'를 결성, 호주 내에서 위안부 동상 설치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또 신문은 시드니에서 위안부상 설치 승인이 내려지면 캔버라와 멜번 등에도 설치할 계획이라는 중국계 단체 관계자의 말을 기사에 인용,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서울, 베이징 등 동북아시아 소식을 제외한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호주 등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의 뉴스를 싱가포르 특파원이 다루고 있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 특파원이 직접 국제전화를 걸어 호주의 위안부상 설치 움직임을 취재한 것은 그만큼 일본 보수계가 이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신문의 싱가포르 특파원은 최근 10여일 간 '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 사건', '호주의 기록적 가뭄', '태국 총리 탄핵 시위' 등을 보도하면서 각국의 영자신문을 번역했으며 국제 전화취재는 호주의 위안부상 설치가 유일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함께 일본 최대 규모의 민영 뉴스통신사 지지통신(時事通信)은 한국과 중국계 단체가 일본군 종군 위안부 동상을 시드니의 번화가에 설치하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6일 알려졌다고 시드니발로 긴급 타전했다.

지지통신은 이 소식을 보도하면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위안부 소녀상 철거 요구 소송이 일고 있어 호주 한중단체의 위안부 동상 설치 움직임은 '새로운 파문(新たな波紋)'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적인 시각에서 접근했다.

통신은 위안부 소녀상을 한국 음식점들이 모여있는 도심지 도로 옆에 설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며, 제2의 장소로 한인들이 많은 스트라스필드를 물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일본 정부의 고위 관계자가 호주 한중사회의 위안부 동상 설치에 관해 발언한 사실도 드러났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관련 보도가 나간 후인 7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호주의 한국계와 중국계 단체의 위안부 소녀상 설치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일본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일본 정부는 여태껏 위안부 문제를 정치 외교적 문제로 다룰 게 아니라는 입장을 적절하게 견지해왔다"며 "이런 입장을 확고하게(しっかり)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유력 언론들의 보도는 호주 한중사회에서 중앙 정치무대로 반일 기류가 확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에 앞서 연방 자유당 리드 지역구의 친한파 크레이그 론디 의원과 뱅스 지역구의 데이비드 콜맨 의원은 지난 6일 연방 하원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고 우정과 화합의 정신에 반한다고 공동 성명서를 통해 비판했었다.

허겸 기자 khur@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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