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명문 부평고는 스타 선수들을 많이 배출한 학교로 유명하다. 김남일, 이천수, 최태욱이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이들의 후배인 김승용, 하대성, 이근호가 함께 뛰던 시절 부평고는 전국 대회 3관왕을 차지하며 선배들 못지 않은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호주동아일보는 홍명보 호의 황태자 하대성과 '리마리용' 김승용의 만남을 밀착 취재했다.

부평고 동고동락 절친 호주에서 맞대결
김승용과 하대성은 13년 전 부평고 시절부터 함께 발을 맞추었던 절친 오브(of) 절친이다.
최근 FC서울에서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한 하대성과 울산 현대에서 센트럴코스트 매리너스로 이적한 김승용이 지난 1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F조 경기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이른바 '호주 더비'에서 격돌한 것이다.

사실 두 팀은 지난달 베이징에서 한 차례 맞붙었다. 그 때는 김승용이 종아리에 부상을 입어 결장하는 바람에 아쉽게도 두 선수의 승부는 미뤄졌다.
1일은 호주 고스포드에 있는 센트럴코스트 매리너스의 홈구장 블루통 스타디움에서 두 팀이 맞붙었다.

이번에는 김승용이 선발 출전하고 하대성이 후보 명단에 오르면서 두 선수가 함께 뛰는 모습이 또 불발되지 않나 팬들의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두 친구는 경기 종료 10분을 남겨두고 마침내 그라운드에서 조우하게 됐다.
워낙 짧은 시간 동안 함께 뛰어 누가 승자이고 패자인지를 가리기는 어렵지만, K리그 소속이 아닌 다른 팀 소속으로 두 선수가 승부를 펼치는 모습에 경기장을 찾은 한국팬들도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결과는 이날 환상적인 어시스트로 결승골을 도운 김승용의 소속팀 센트럴코스트 매리너스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경기 종료 후 샤워를 마치고 나온 두 선수와 락커룸 앞에서 잠시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해외에서 다른 팀으로 만나니 기분 좋아"
경기에 패했지만 팬들의 사진 촬영과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 주는 하대성을 보며 왜 최용수 감독이 "인격과 실력 면에서 모두 K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다"라고 했는지 쉽게 가늠할 수 있었다.

하대성은 절친 김승용과 맞대결을 펼친 것에 대해 "승용이와 어릴 적 같은 고등학교에서 발을 맞췄는데 프로에 와서 그것도 해외에서 만난다는 것이 쉽지 않는데 만나서 좋네요"라며 벅찬 감정을 온 몸으로 나타냈다.

그는 또 "개인적으로 승용이가 이 팀에서 굉장히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들었는데 정말 기뻐요. 제가 많은 시간은 못 뛰어 아쉽지만 그래도 한 게임 함께 뛰어서 좋았어요"라며 친구의 활약을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호주와 중국은 거리가 먼데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하대성은 양 팀 모두에게 해당되는 동일한 조건이라며 누가 더 잘 버티느냐에 따라 승부는 기울 것이라며 우문현답을 하기도 했다.

"상하이 원정 경기 후 호주로 10시간 온거라 많이 피곤한 상태이나 호주선수들도 마찬가지에요. 양 팀 모두 지친 상태에서 앞으로 누가 더 잘 버티나가 본선 진출하는데 관건일 것 같네요."

하대성은 한국에서 생소한 팀인 호주 센트럴코스트 매리너스에 대해 "오늘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전술적, 정신적으로 좋은 색깔을 가지고 있는 팀"이라며 칭찬했으나 "(베이징의) 패배 요인에 대해서는 정신적인 부분에서 부족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절친 김승용에 대한 코멘트도 빠뜨리지 않았다. 김승용에 대해 "보시다시피 오늘 좋은 활약을 펼쳤고 센트럴코스트 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 것 같다"며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조금은 민감한 베이징에서의 생활과 홍명보호 승선에 관한 질문에는 보다 신중하게 임하면서 선수로서 굳은 의지를 내비치도 했다.

"지금까지 팀에 합류한지 거의 3달이 되어가는데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아쉬어요. 팀 동료들과 전술적인 측면에서 아직 소통하는 부분이 부족한 것 같아요"라며 조금은 답답한 속마음을 내비쳤다.

홍명보호 승선에 관해서는...."뛰고 싶다"
하지만 그는 "차츰 좋아지리라 믿고 스스로 경기에 많이 나서고 싶다"며 그라운드에서 활약을 예고했다.

하대성은 유독 홍명보 감독이 아끼는 선수인데 아쉽게 지난 1월 국가대표팀이 가진 미국 전지 훈련 중 부상으로 중도 하차 하며 팬들에게 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2015년 아시안컵 조추첨식을 위해 호주를 찾은 홍명보 감독은 본지와의 인터뷰서 90%정도 대표팀 구상이 마무리 됐고 나머지 10%를 조율 중이라고 했다. 축구 전문가들은 이 나머지 10%의 선수 중 후보 1순위로 하대성을 주저없이 뽑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하대성은 "6월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고 5월 소집 전까지는 (대표팀) 평가전이 없기 때문에 그 전까지 베이징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라며 국가대표에 대한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또한 "계속 소속팀서 출전하면서 경기 감각을 끌어올려 (승선 된다면) 자신감을 갖고 뛰고싶다"고 각오를 보였다.

하대성과 이야기를 마치고 나서야 '깔끔한' 김승용은 샤워를 마치고 등장했다.
하대성을 보곤 스스럼 없이 인사를 건네며 그를 둘러싼 팬들에게 "대성이가 사진 찍어줬어요?"라며 웃는 모습에서 두 선수가 정말 베스트 프렌드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김승용의 등장으로 더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조금 더 개인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김승용은 4년 간의 열애 끝에 미모의 여자 친구와 결혼을 할 예정인데 하대성은 결혼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노 코멘트(웃음)"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하대성 결혼 계획 물으니 "노코멘트" 웃음만
마지막으로 두 선수는 서로에게 덕담 한마디를 건넸다.
먼저 김승용은 "내 친구 대성이가 중국 대륙을 휩쓸고, 브라질 월드컵 전까지 부상 조심해서 본선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으면 좋겠다"며 장난기를 배제한 채 어릴적 친구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하대성은 "지금의 여세를 몰아 승용이가 호주에서 올해의 선수상을 한 번 받았으면 좋겠고, 부상없이 시즌을 잘 마무리 했으면 좋겠네요"라며 타국에서 상승세를 이어가는 친구에게 응원을 했다.

하대성이 버스에 오른 직후 센트럴코스트 필 모스 감독은 퇴근길에 인터뷰 중인 김승용을 보자 "킴! 오늘도 정말 좋았어. 정말 최고다"라며 엄지를 치켜 세우고는 유유히(?)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쉽게도 팀 전체가 한 버스로 이동해야 해서 하대성과 인터뷰는 여기서 마무리 됐다.
김승용은 이날 베이징 팀 버스를 쫓아 하대성이 묵고 있는 호텔로 찾아가 친구와 뒷풀이를 가졌다.

두 친구가 오랜만에 만나 무엇을 했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승용은 "밤새 이야기를 나누느라 잠도 못자고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함께 시청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제 또 멀리 떨어진 각자의 소속팀에서 활약을 펼칠 두 절친이 언제 또 다시 그라운드에서 만나게 될지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진수 최은영 기자 edit@hanhodaily.com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