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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과 경영단체 “정부 부과 세금은 ‘사기세, 이득보다 손실이 클 것”

연방 재무부는 28일 호주에서 최소한 50년 만에 가장 오래 지속될 저성장기를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0년까지 상품가격 하락의 고통이 느껴지고 소득성장 약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무부의 전망은 민간 경제 예측가들보다 훨씬 비관적이다. 민간 경제 예측가들은 3년 내에 호주 경제 규모가 재무부 전망치보다 700억 달러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토니 애봇 연방 총리는 28일 저녁 시드니연구소 만찬 연설에서 모든 국민이 엄청나게 힘든 재정 개선(fiscal-repair) 작업에 기여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애봇 총리는 “예산은 우리의 초점을 복지권(entitlement)에서 기업(enterprise)으로, 복지에서 일로, 개인의 단기적인 우려에서 국가의 장기적인 기회로 전환시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예산의 목표는 모든 국민의 능력을 극대화해서 더 나은 호주를 위해 기여하는 것”이라며 고령자, 장애인, 어머니들의 취업을 장려할 추가적인 참여 기반을 강조했다.

그는 “예산 발표를 통해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면서 “향후 수년간 우리 모두가 번영하기 위한다면 모든 국민은 노동당의 난장판 부채(debt mess)를 바로잡는데 개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예산은 부자나 빈자를 위한 예산이 아닐 것이다. 예산은 국가를 위한 것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방 재무부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즉 호주 경제가 생산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 전망치에 따르면 2013/14년 3.7%, 2014/15년 3.4%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점쳐졌다. 이는 20년 평균 성장치 6.3%의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이다.

가계 소득과 정부 세수에 중요한 수치인 명목 GDP는 2018년 6월까지 평균 4.7%에 머물다가 2021년 6월이 되면 5.6%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1961년 이래 공개된 정부 경제 성장 자료에 따르면 3년 이상 연속해서 경제 성장이 5% 이하에 머문 기간은 없었다. 경제 전망치가 제2차 세계대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더라도 3년 이상 저성장이 장기화된 시기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디로이트엑세스이코노믹스(DAE) 파트너인 크리스 리차드슨 씨는 DAE의 2016년까지 명목 성장 전망에서 올해와 내년의 실적이 재무부의 예상 실적보다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DAE의 호주 경제 전망치는 재무부 전망치보다 2013/14년 140억 달러, 2014/15년 350억 달러, 2017/18년 700억 달러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재무부의 경제 전망치는 감사위원회(Commission of Audit)에 제출됐으며, 조 호키 연방 재무부 장관의 지난주 연설을 통해 세부 내용이 드러났다. 재무부의 전망치는 5월 13일 연방예산에서 일부 수정될 수 있지만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호키 장관은 지난해 12월 성탄절 전에 발표된 중간예산(midyear budget) 전망에서 특별히 개선된 사항이 없다고 지난주 밝혔다.

감사위원회의 보고서는 5월 1일 공개될 예정이다. 정부는 감사위원회가 제시한 논란 대상인 일부 지출 삭감 방안을 거부하는 대신 일부 세금 인상을 통한 흑자 전환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호주 언론은 줄리아 길라드 연방정부가 홍수 피해자와 복구 지원용으로 한시 도입했던 홍수세(flood levy)와 유사한 ‘적자세’(deficit levy) 징수를 고려중이라고 보도했다.

애봇 총리는 “우리는 유산으로 물려받은 재정 참사(fiscal disaster)를 저지할 것이다. 우리는 국민들이 수긍할 방법을 이용해 이 과업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노동당의 크리스 보웬 재무담당 의원은 예산을 수정하기 위해 부과하는 어떤 세금도 ‘사기세’(deceit tax)가 될 것이라고 공격했다.

보웬 의원은 “토니 애봇이 지난 총선에서 했던 약속 중 가장 큰 공약 파기가 될 것”이라며 “만약 호주 가정에 새로운 세금을 도입한다면 ‘세금 신설은 없다’던 토니 애봇의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DAE의 리차드슨 씨는 만약 개인소득세 과표(tax brackets)의 최상위 3개 소득자에게 0.5%포인트의 세금만 징수해도 연간 20억 달러를 거둬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리차드슨 씨는 “세금을 논하는 것이 정부에게 쓴약(bitter pill)이 될지라도 그 의지는 양호한 신호”라면서 예산 개선의 모든 짐을 지출 부문에만 부과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부분의 예산 개선 문제는 지출에서 찾아야 하지만 세금을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호주산업그룹(AIG)의 이네스 윌록스 최고경영자(CEO)는 세금인상으로 예산 적자를 보완하려는 시도는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윌록스 CEO는 “경제가 평균 이하의 성장을 보이고 노동시장이 겨우 현상을 유지하는 시기에 세금인상은 민간부문의 수요를 꺾을 것”이라며 “소득세 세율 인상은 경제에 과도한 부담을 가하고 이득보다 손실이 더 클 것”이라고 밝혔다.

리차드슨 씨는 개인소득세 인상 수입 20억 달러와 지출 삭감 절감액 60억 달러를 합한 80억 달러가 정부 예산을 개선시키더라도 2014/15년 200억 달러 이상의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상진 기자 jin@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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