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럽고 향기가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꽃봉오리 같은 수백명의 어린 새싹들을 싣고 여객선 세월호가 뱃고동을 힘차게 울리며 출발한지 불과 얼마되지 않은 시각이었다.

 
많은 승객들은 저마다 비릿한 바다향을 맡으며 오랜만에 몸과 마음이 시달리던 무거운 짐을 풀고 새로운 탐구의 도전하는 기쁜 마음을 가득 담고 얼마나 즐거워했었을까. 그 부푸른 마음도 아랑곳하지 않고 얼마후 세월호는 수마의 손길에 잡혀 침몰한다는 소식이 전달되었다. 인솔 책임자의 방송소리로 모두를 가만히 있으란다. 한층 한층 배가 뒤집히고 침몰되어도 청소년들은 윗사람의 가르침대로 따르는 착한 아이들이었다. 이렇게 착한 꽃봉오리들을 이렇게도 무참하게 바다 깊숙히 어두운 바다 밑에 함몰시키다니…
 
이들은 어둡고 차가운 물속에 수몰시켜놓고 나만 살겠다고 파렴치하게 뛰쳐나온 인간의 탈을 쓴 선장, 그의 말만 듣고 조용히 가만히 있었던 착한 내 자식들 순식간에 불귀에 객이 되어 영영 돌아올 수 없는 먼먼 나라에 보내진 이 참혹한 광경. 참으로 비통하고 원통하고 억울한 이 감정을 어찌 이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으리.
가장 힘들고 어려운 성장과정을 잘 극복하도록 진자리 마른자리 이리저리 갈아 키우며 행여 추울세라 더울세라 밤낮을 가려가며 날마다 입히고 먹이고 쓰다듬으며 애지중지 길러온 사랑하는 자식들. 이렇게 골수바다 정들여 놓고 너는 왜 나를 떠나려 하느냐. 저 얼음장같은 물 무덤 속에 너를 수장시키고 내 어찌 따뜻한 방에서 잠잘 수 있겠느냐 이녀석들아. 어서오너라 소리쳐 보아도 목청높이 불러보아도 험상맞은 물결만이 출렁거릴뿐 ‘엄마 추워요’ 하는 소리가 들려올 뿐, 너의 모습은 영영 보이지 않는구나. 칠흙같이 어두운 차디찬 바닷물을 이불삼고 배 밑바닥에서 엄마 아빠를 부르고 절규하며 속절없이 죽어간 300여명의 영혼들 어찌할 것인가? 
 
한점의 오점도 잘못도 위선도 거짓도 없는 꽃다운 청소년들 어찌 그들이 눈을 감을 것인가! 청천벽력같은 비보를 들은 유족들의 가슴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살을 여미는 그 아픔! 그 분통, 이 어찌 할것인가! 하늘이여 그들을 굽어살펴 주소서. 
 
동방의 예의지국이란 자랑스러운 이 땅에 세계경제 10위권의 우리조국 대한민국에서 순박하기 그지없는, 의리와 희생정신이 강한 민족의 그 정신이 땅에 떨어졌단 말인가. 어찌 이런 참혹한 비극이 일어난 것일까? 참으로 믿어지지 않고 믿을 수 없는 참담하고 비통한 아우성치는 소리가 진도 앞바다의 차디찬 밤하늘에 울려퍼진다. 처절한 절규는 끝내 증오와 분노로 바뀌어 내 자식 어데갔어 어서어서 이 어미품으로 돌아오라고 어서 그 배에서 뛰어나오라고 가슴을 치며 발을 구르며 애닲게 울어보아도 내 사랑하는 자식은 끝내 대답없고 보이지 않네. 이제는 눈물도 말라버리고 목소리까지 쉬었으며 비통에 몸부림치다 끝내 지쳐 쓰러져버린 아비규환의 진도 앞바다. 아직도 엄마 품에서 어리광을 부릴 천진한 꽃봉오리 그들! 앞으로 조국을 위해 할일이 너무도 많은 이들 영영 이대로 불귀의 객으로 만들어질 것인가? 참으로 비통하고 안타까움을 어찌 글로 표현할 것인가?
 
그래도 지구는 돌고 인간의 역사는 다만 지나간 기록만의 역사가 아니고 살아있고 전진하는 역사이기에 이제 그들도 조국강산에 정의의 화석이 되어 세세연연 어른들의 뉘우침의 표대가 되어 이 땅에 정의의 등대가 되리라. 그들은 일찍이 천국시민으로 부모형제 친지들보다 앞장서간 가슴아픈 이별의 영혼이 하늘에도 아름다운 구름꽃을, 땅에는 아름답게 향내 풍기는 기도의 꽃열매가 되어 미처 되어보지도 못한 영혼의 꽃씨가 길이길이 이 땅을 아름답게 가꾸리라. 정녕 그들은 떠나갔지만 남아서 괴로워하는 유족들을 품안에 묻으시고 위로하여 주소서. 
 
유성자(호주한국문학협회 부회장)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